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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韓 올해 물가 4.8→5.2%…고물가·금리, 가계빚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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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뉴스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8%에서 5.2%로 올려 잡았다. “물가 상승이 경기 회복을 늦추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이전 전망 때보다 0.1%포인트 높은 2.8%로 예상했지만 내년 2.2%로 꺾이겠다고 봤다. 연금 구조조정 같은 재정 개혁이 없다면 2060년 한국 국가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50%를 넘어선다고 전망했다.

19일(현지시간) OECD는 이런 내용의 ‘한국 경제보고서 2022’를 발간했다. OECD는 주요국 경제 전반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내놓고 있다. 한국 경제보고서는 2020년판 이후 2년 만이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 2.8%, 내년 2.2%로 각각 수정해 예상했다. 지난 6월 전망 때보다 올해 성장률을 0.1%포인트 상향 조정했고, 내년은 0.3%포인트 낮췄다. 올해보다 힘든 내년을 예고했다.

한국 경제보고서 발간에 맞춰 열린 한국개발연구원(KDI) 포럼에서 빈센트 코엔 OECD 경제검토국 부국장직무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한국의 경기 침체 폭은 얕은 편”이라면서도 “반도체 사이클 변화와 (물가ㆍ금리 상승으로 인한) 전 세계 금융시장 혼란,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조정 등이 한국의 경기 위험 요인”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회복 흐름을 타고 있던 한국 경제는 고물가에 발목 잡혔다. OECD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2%, 내년 3.9%로 예상했는데 직전 전망한 수치보다 0.4%포인트, 0.1%포인트 각각 높다. 올해 물가 상승 전망을 기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 4%), KDI(4.2%), 기획재정부(4.7%)보다 높고 한국은행(5.2%)과는 같다. OECD 관측대로라면 올해 한국은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 봉쇄 조치, 한반도 지정학적 변수 등 위험 요인도 산적하다.

물가를 따라 오르는 금리 때문에 가계부채에도 비상이 걸렸다. OECD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6.6%로, 26개 주요국 가운데 5번째로 높다. 2년치 번 돈(필수 지출 제외)을 다 쏟아부어야 갚을 수 있는 만큼의 빚을 가계가 평균적으로 지고 있다는 의미다.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고물가, 통화 긴축(금리 인상 등 돈줄을 죄는 정책 기조)과 맞물려 경제의 취약성을 높이고 내수 경기를 가라앉힐 요인이 되고 있다”고 OECD는 진단했다.

한계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 정책은 “최대한 많은 중소기업을 살리는 방향에서 반드시 필요한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OECD는 강조했다. 빚 갚는 시기를 늦추고 한시적으로 이자를 감면해주는 건 오히려 금융 부실만 키운다는 진단이다.

점점 늘어나는 한국의 국가부채에 대해서도 OECD는 우려를 표시했다. 빠르게 진행 중인 고령화와 이에 따라 급속히 늘어날 연금ㆍ복지 지출 등이 재정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60년 150.2%에 이르겠다고 OECD는 관측했다. 재정 부실을 피하려면 ▶GDP 10% 수준의 정부 수입 확대 또는 지출 삭감 ▶재정 적자와 부채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재정준칙 도입ㆍ준수 ▶청년ㆍ여성ㆍ고령층 고용 확대와 생산성 향상 ▶연금 수급 연령의 큰 폭 상향 등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OECD는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2034년까지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을 68세로 높이고 의료비 지출을 20% 줄이며 청년ㆍ여성 고용도 함께 늘리는 전략을 펼친다면 2060년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66%로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인 빈곤 문제와 맞물려 기초연금은 지급 소득 기준을 낮춰 대상자 수는 줄이고 1인당 급여액은 높이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열린 한 일자리 박람회 모습. 뉴스1

지난해 열린 한 일자리 박람회 모습. 뉴스1

이와 함께 OECD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황금티켓 신드롬(명문대, 좋은 직장 같은 낮은 확률의 황금티켓만 손에 쥐면 성공이 보장된다는 관념)’이 교육, 직업 훈련 전반을 왜곡시키면서 청년층의 고용률 하락, 결혼과 출산 감소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산 후 여성이 노동시장 이중 구조(고임금 정규직 대 저임금 비정규직)의 하층부로 밀려나는 현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극심한 격차 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에너지 정책에 대해 OECD는 “원자력발전 확대 정책을 다시 추진하는 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겠지만 신재생에너지, 송전망 기반 시설, 에너지 효율 등 투자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관련해 OECD는 “원래 의도대로 주택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고, 세금 부담 방식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신 “잦은 정책 변경은 (부동산 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고, 다음 정권에서 취소할 것으로 예상되면 기대한 효과도 낼 수 없다”고 짚었다.

한편 코엔 부국장직무대행은 “최근 달러 대비 원화가치 급락의 원인으로 한미 간 금리 차이를 지목했다. 그는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2013년 수준으로 아직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는 높다(원화가치 상대적 강세)”고 설명했다. 현재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달러당 1400원에 육박하며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구매력을 따지는 실질실효환율로는 그만큼 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2013년에는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100원 안팎을 오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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