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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인사이드] 9·19합의로 무력화한 UAV 정찰..유사시는 어떻게?

중앙일보

입력

2018년 9월 19일 9ㆍ19 남북 군사합의로 한국군 전 전선지역에서 북한군 활동을 감시하고 있던 군단급 무인정찰기(UAV) 비행이 제약을 받았다. 기존의 군사분계선(MDL) 이남 북상 제한선인 약 3마일(5.4㎞)로부터 서부지역은 MDL 이남 10㎞까지, 동부지역은 MDL 이남 15㎞까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다.

이에 따라 우리 전방부대가 무인정찰기로 전선지역의 북한군을 근접 감시하는 활동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지난 5년 동안 전선지역 UAV 근접 감시활동 중지 기간에 북한군은 전술핵으로 무장하고, 실제 운용 태세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에 강조까지 했다. 그동안 평화 제스처로 북한군의 전략전술에 농락당하지 않았느냐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되는 시기다.

육군 군단급 무인항공 정찰기 RQ-101 송골매. KAI

육군 군단급 무인항공 정찰기 RQ-101 송골매. KAI

주지하는 바와 같이 휴전선 155마일로 이어지는 전선지역 MDL 일대는 6.25 전쟁 때 정전협정을 앞두고 남과 북이 서로 관측이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기 위해 백병전이 치열했던 고지군으로 형성돼 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69년 동안 전선지역에선 수백에서 수천 번의 대남 침투 및 도발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군은 다양한 지상감시 장비를 관측이 유리한 고지군에 설치 및 업그레이드하며 북한군 활동을 감시하고, 공중에서는 군단ㆍ사단ㆍ대대급까지 전력화한 UAV가 이를 도왔다.

전선지역에 설치ㆍ운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지상감시 장비는 가시선, 즉 직선으로 볼 수 있는 범위로만 감시가 가능하다. 따라서 전선지역에서 동서로 이어지는 높은 고지군의 북측 지역 후사면은 지상감시 장비로는 관측ㆍ감시가 어렵다.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군의 장사정포들이 바로 이 같은 고지 후사면에 배치돼 있다. 사격진지도 모두 남쪽에서 직접 볼 수 없는 곳에 있다. 이에 따라 유사시 북한군이 포나 중화기, 전차 등을 고지 후사면 사격진지로 은밀하게 이동시킬 경우나 전선지역에서 모종의 도발을 예상할 경우를 대비해 우리 군은 군단급 예하에 공중감시 자산인 다양한 UAV를 배치했다.

이러한 전선지역 UAV를 공중으로 수 킬로미터 고도로 띄워 올리면 고지 너머 북한의 종심지역으로부터 남쪽의 북한군 전선지역 부대로 연결되는 도로 또는 개활지의 화포, 전차, 탄약 및 보급차량 등의 일부 활동을 감시할 수 있다. 전선지역 UAV로 북한군 종심지역에서 전선지역으로 이동하는 군사활동을 제한적이나마 나름대로 감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선지역 UAV로 최소 2~3년 동안 감시활동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한다면 특정 시점ㆍ지역에서의 북한군 활동이 일상적인 활동인지, 아니면 은밀한 활동인지, 또는 새로운 활동인지 등 도발이나 화기 전진배치 등과 관련한 징후를 판단할 수 있는 유용한 첩보로 활용할 수도 있다.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군사합의문서명식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에서 둘째)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을 마친 뒤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군사합의문서명식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에서 둘째)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을 마친 뒤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

또한 전선지역 UAV는 공중감시 간 북한군 장사정포나 전차, 차량 등을 동영상(FMVㆍFull Motion Video)으로 지속 추적할 수 있는 특수기능이 있어 북한군이 도발 시 ‘감시→결심→타격’을 지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북한군이 국지도발을 한다면 도발원점이나 예상도발 지역으로 북상시켜 감시할 수 있는 기동성있는 감시자산이기도 하다.

그런데 9ㆍ19 군사합의 이후 군단급 UAV는 비행금지구역 설정 때문에 지난 5년 동안 유사시 비행경로를 날아보지 못했으며, 감시지역에 대한 정찰도 한번도 시행할 수가 없었다. UAV는 공중에서 운용하기 때문에 비행경로 상에서 북한지역 감시가 가능한 위치에 있는 위협적인 무기체계의 활동을 감시하는 실전적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조종사의 기량 숙달을 위해 지상통제소를 통한 무인정찰기 조종 및 비행, 실제표적 감시, 기복이 심한 산악지형 특성과 안개, 풍속 등 계절별 비행 기상조건 극복 훈련과 숙련도는 유사시 작전의 성패를 좌우한다.

전방의 열영상감시장비(TOD) TAS-815K. 밤에도 감시할 수 있다. 2012년 개발됐다. 이 같은 지상 감시장비는 가시선만 볼 수 있는 한계가 있다. 한화시스템

전방의 열영상감시장비(TOD) TAS-815K. 밤에도 감시할 수 있다. 2012년 개발됐다. 이 같은 지상 감시장비는 가시선만 볼 수 있는 한계가 있다. 한화시스템

가장 최근인 지난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하고, 세부조항에서 ‘적대세력의 핵 또는 대량살상무기 공격이나 임박징후 판단 시 핵타격이 자동으로 즉시 단행된다’는 핵무기 사용조건과 지휘통제 내용 등을 공개했다. 핵미사일을 개발한 핵무장 국가로서 핵무력정책까지 완성한 북한의 향후 행동은 미지수지만, 최악의 경우 전술핵무기들(KN-23/KN-24/KN-25)을 전개하면서 대남 군사도발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 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우리 군이 핵무장한 북한군의 국지도발에 최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9ㆍ19 군사합의로 북한군 군사도발 징후를 수집하는 실전적 근접 감시비행을 못해 온 정보감시정찰(ISR) 자산은 바로 전선지역 UAV다. 북한이 전선지역에서 대남 군사도발로 위기상황을 타개하고 핵무장국 지위를 행세하려는 시나리오에 대비하려 한다면, 유사시 전선지역 UAV 비행금지구역 해제가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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