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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대기업 회장 사실혼 배우자 빼달라...사생활 침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기정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기정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의 친족 범위와 공시 의무를 축소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재계 단체는 여전히 부담이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총수의 ‘사실혼 배우자’를 공시의무 대상자인 친족 범위에 포함하는 것도 쟁점이 됐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했다. 먼저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에서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으로 축소했다. 대신 ‘혈족 5·6촌과 인척 4촌이 총수 회사의 주식을 1% 이상 보유하면 친족으로 본다’는 예외 규정을 뒀고, 친족 범위에 ‘친생자가 있는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했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촌수가 가까운 친족이라도 교류가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입법안의 친족 범위가 넓다”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여전히 동일인에게 불합리하고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측면이 있다”고 친족 범위 축소를 요구했다.

총수가 자신의 친족들에게 ‘주식 소유 현황’ 등의 자료제출 요구를 강제할 수 없지만, 자료 제출에 문제가 있을 경우 총수까지 형사 처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경총은 “해외 주요국에선 공정거래법에 한국과 같은 친족 기반의 대기업집단 규제가 아예 없다”며 “예외적으로 일정 범위의 가족을 포함하는 규제가 있기는 하나, 그 범위도 대부분 2촌 이내 혈족·인척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사실혼 여부 판단 어렵고, 사생활 비밀 침해”

이 밖에 전경련은 ‘친생자가 있는 사실혼 배우자’를 총수의 친족 범위에 포함한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법원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총수의 사실혼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게 어렵고,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금지’(17조) 원칙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전경련 측은 “개정안은 사실혼 배우자의 선택이나 의사와 무관하게 ‘동일인과의 사실혼 배우자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자료 제출·공개 의무를 부담하고,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구체적 법률행위를 하는 경우에만 규제하는 국세기본법·자본시장법·상법 등과 비교해도 과도하다”고 했다.

두 단체는 총수의 친족 범위를 ‘동일인의 직계 존비속 및 배우자와 그 직계 존속’으로 한정하고, 예외 규정인 ‘혈족 5·6촌과 인척 4촌’의 삭제를 건의했다. 경총은 “그 밖의 친족은 공정위가 직접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법적 책임도 당사자들에게 묻도록 규정을 고쳐야 한다”고 건의했다.

한편 전경련은 다른 회사 오너가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취임하는 경우 독립적으로 경영하던 회사가 계열사로 자동 편입되는 제도 폐지와 중소 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계열 편입 유예를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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