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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X냄새 나요" 쏟아지는 민원…가을철 '악취 지뢰' 전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장대 갈고리 대신, 진동수확장치 등장 

대구시가 가을 악취 폭탄인 은행열매 제거 작업에 나섰다. 모터와 집게가 장착된 포크레인이 은행나무에 진동을 가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

대구시가 가을 악취 폭탄인 은행열매 제거 작업에 나섰다. 모터와 집게가 장착된 포크레인이 은행나무에 진동을 가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

'후드득~.' 지난 15일 대구시 중구 대구시의회 앞. '삽' 대신 그 자리에 모터가 달린 집게를 장착한 포크레인 한대가 인도 옆 은행나무로 접근했다. 잠시 뒤 포크레인이 집게로 나무 몸통 부위를 꽉 붙잡았다. 잠시 뒤 모터가 돌기 시작했다. '으드드' 하는 소리를 내며 거센 진동이 나무에 전해졌다. 은행나무에 매달린 노란색·초록색 열매 수천 개가 바닥에 떨어졌다. 정재식 대구시 도시녹화팀 담당자는 "포크레인에 붙은 모터와 집게가 '진동수확장치'다. 이 장치 11대를 투입해 이달 초부터 은행 열매 미리 털기 작업을 대구 전역에 진행 중"이라며 "털어낸 열매는 전량 폐기한다"고 말했다.

가을철 ‘악취 폭탄’, 자칫 길가에서 밟기라도 하면 종일 신발에 악취를 달고 다녀야 해 '악취 지뢰'라고도 불리는 은행 열매. 대구시가 은행 열매 미리 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은행 열매가 완전히 익어 떨어지는 9월 말~10월 초가 되기 전에 채취하기 위해서다. 대상은 대구시 전체 가로수 22만 그루 중 악취 원인이 되는 암 은행나무 1만3000여 그루다.

악취 열매 담는 주머니 

대구시가 가을 악취 폭탄인 은행열매 제거 작업에 나섰다. 은행나무에 설치된 수거망. 사진 대구시

대구시가 가을 악취 폭탄인 은행열매 제거 작업에 나섰다. 은행나무에 설치된 수거망. 사진 대구시

은행 열매 수거망도 시범 설치하고 있다. 은행나무에 그물이 달린 커다란 주머니를 달아, 나무에서 열매가 인도 등에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다. 이와 함께 암 은행나무 650여 그루에 지난봄 시행한 '꽃눈' 전정 작업 효과도 분석하고 있다. 대구시 측은 "4m쯤 되는 장대 갈고리를 사람이 두손으로 잡고 은행나무에 대고 휘휘 저어 열매를 털어내는 옛 방식도 긴급할 때는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은행 열매 악취는 ‘비오볼’이란 은행 껍질의 점액 물질에서 나온다. 이 물질은 곤충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열매의 ‘생존 무기’다. 하지만 길가에 떨어진 은행 열매를 발로 밟으면 이 물질이 슬며시 새어 나온다. 악취는 흡사 오물이나 배설물 냄새 같다. 그래서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대구에는 2019년 기준 가을철에만 200여건의 은행 열매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서울에선 수나무로 일부 교체 시도  

지난해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장안공원 인근. 은행나무에 은행열매로 인한 악취를 차단하기 위한 수집망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지난해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장안공원 인근. 은행나무에 은행열매로 인한 악취를 차단하기 위한 수집망이 설치돼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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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시목(市木)이기도 한 은행나무는 악취 탓에 천덕꾸러기가 지목되지만, 전국에서 가로수로 여전히 활용 중이다. 병해충과 공해·가뭄에 강해 생육환경이 좋지 않은 도심지 내 생존력이 우수해서다. 이산화탄소 흡수량과 대기정화 능력도 뛰어나다. 은행나무 잎은 여름철 도심 내 온도를 내려준다. 가을철 노란 단풍이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한다.

은행 열매 악취 막기는 전국적으로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악취 열매를 맺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수 은행나무로 일부 교체를 시도 중이고, 부산과 광주, 경기 수원시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나무에 큰 주머니를 달아 은행 열매 낙화를 방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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