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년중앙] 가우디의 구엘 공원처럼 형형색색 타일로 일상을 장식해요

중앙일보

입력

벽·바닥 등에 붙여 장식하는 흙·유리·플라스틱 소재의 얇은 판을 타일(tile)이라고 해요. 우리가 일상에서 타일을 많이 볼 수 있는 장소는 주방·화장실·목욕탕 등이죠. 타일은 시공 후 세제를 묻힌 솔로 문질러 청소해도 균열이 가거나 변색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주로 오물이 많이 묻는 장소에 시공해요.

큰 유리를 작게 잘라 돌가루와 함께 통에 굴려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은 유리 타일.

큰 유리를 작게 잘라 돌가루와 함께 통에 굴려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은 유리 타일.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 여러 가지 질감과 색상을 가진 타일의 특성을 활용해 장식 요소로도 씁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유명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가 좋은 예죠. 금잔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외벽에 노란색 꽃 모양 타일을 붙인 저택인 카사 비센스(Casa vicens), 화려하고 독특한 타일을 아낌없이 사용해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구엘 공원(Parque Güell), 색유리 파편과 원형 타일을 활용해 햇빛을 받으면 건물이 거대한 보석처럼 빛나는 카사 바트요(Casa Batlló) 등이 대표적이죠.

우리가 욕실이나 주방에서 보는 타일은 보통 점토나 질척한 흙을 물로 반죽해 1200〜1400℃ 온도에서 구운 자기(磁器) 타일인데요. 이외에도 대리석을 절단해 만든 천연 대리석 타일, 유리 뒷면에 색을 입혀 650~680℃ 온도에서 구운 유리 타일, 벽돌을 잘라 만든 파벽돌 타일, 염화비닐수지 등 각종 플라스틱을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 타일 등이 있어요.

자기 소재의 타일들. 화려한 색감과 개성 있는 형태 덕분에 인테리어 포인트로도 자주 쓰인다.

자기 소재의 타일들. 화려한 색감과 개성 있는 형태 덕분에 인테리어 포인트로도 자주 쓰인다.

타일은 재료에 따라 질감이 다르고, 색상도 다양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사용하는 공예품을 장식하는 데도 쓰입니다. 민유빈·박민아 학생기자가 타일 공예를 통해 타일별 특성부터 색상·형태 조합법까지 익히기 위해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 있는 목공방 슈퍼블룸을 찾았어요. 임효진 대표와 정규리 선생님이 형형색색 타일 앞에서 이들을 맞이했죠.

정규리(맨 오른쪽) 선생님이 소중 학생기자단에 타일의 종류와 이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생활 소품들을 설명했다.

정규리(맨 오른쪽) 선생님이 소중 학생기자단에 타일의 종류와 이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생활 소품들을 설명했다.

유빈 학생기자가 "타일은 주로 벽면이나 바닥 마감재로 알고 있는데 공예에는 어떤 용도로 쓰이나요?"라고 물었어요. "공예(工藝)는 기능적인 부분과 장식적인 부분을 적절히 조화시켜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예술을 뜻해요. 타일 공예는 타일을 활용해 일상 소품을 만드는 거죠. 주로 표면을 장식해요. 초보자는 보통 티코스터나 냄비받침 등 평평한 표면에 여러 종류의 타일을 조합해 붙이는 걸로 시작하죠. 익숙해지면 타일을 모자이크처럼 조합해 벽면 등에 큰 그림을 만들 수도 있어요." 정 선생님이 필요한 재료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서 설명했어요.

타일로 티코스터와 냄비 받침을 장식하려면 원하는 종류의 타일, 표면이 비어있는 우드코스터와 냄비 받침, 일회용 컵, 타일 마감용 시멘트, 목공예용 본드, 계량스푼, 우드스틱, 스펀지가 필요해요. 모든 재료를 직접 구비하기 어려우면 타일 공예품 DIY 키트를 활용해도 돼요.

타일을 티코스터 표면에 채울 때는 살살 흔들었을 때 타일들이 제 위치를 유지할 정도로 빽빽하게 메워야 한다.

타일을 티코스터 표면에 채울 때는 살살 흔들었을 때 타일들이 제 위치를 유지할 정도로 빽빽하게 메워야 한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냄비 받침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티코스터로 첫 타일 공예를 시작했습니다. 크기와 색깔이 조금씩 다르고 사각형·삼각형·원형·마름모꼴 등 형태도 다른 자기·유리·플라스틱 타일이 재료죠. 같은 모양 조각들을 서로 겹치거나 틈이 생기지 않게 늘어놓아 평면이나 공간을 덮는 것을 테셀레이션(tessellation·쪽맞춤)이라고 하는데요. 욕실 바닥이나 주방 벽면에 같은 모양의 타일을 붙이는 것도 테셀레이션이죠. 티코스터는 이와 달리 표면이 원형이고, 모양도 각기 다른 타일을 사용하기 때문에 타일의 형태와 색상을 잘 조합해야 합니다. 또 완벽히 대칭 무늬가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죠. "크기가 큰 작품은 스케치를 해야 구상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걸 막을 수 있어요. 하지만 티코스터는 면적이 넓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타일로 표면을 잘 채우면 돼요. 티코스터에 비해 너무 큰 자기 타일보다는 플라스틱·유리 타일 위주가 좋겠죠."(정)

민유빈(왼쪽)·박민아 학생기자가 타일의 종류와 특성을 알아보고, 이를 활용한 생활용품 만들기에 도전했다.

민유빈(왼쪽)·박민아 학생기자가 타일의 종류와 특성을 알아보고, 이를 활용한 생활용품 만들기에 도전했다.

티코스터 바닥을 타일로 채울 때는 타일의 높이를 신경 써야 해요. 자기·유리·플라스틱 타일을 기준으로 보면 자기 타일이 플라스틱·유리 타일보다 조금 더 두꺼운데요. 벽면은 타일의 높이가 서로 달라도 크게 상관없지만, 티코스터나 냄비 받침은 컵·냄비를 아래에서 지지하는 용도라 높이가 불균형하면 흔들려서 담긴 내용물이 쏟아질 수 있어요. 서로 두께가 다른 타일을 써야 할 경우 좀 더 두꺼운 타일은 가장자리에 고르게 배치하는 게 좋습니다.

서로 다른 타일 모양 때문에 생기는 여백도 고려해야죠. 플라스틱 타일의 경우 중앙부터 테두리까지 두께가 동일해요. 반면 유리 타일은 중앙 부분은 두껍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두께가 얇아요. 자기 타일은 테두리가 원형이거나 곡선인 경우가 많아서 타일과 타일 사이에 여백이 많이 남죠. 그래서 나중에 시멘트를 채우면 플라스틱 타일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사각형 자기 타일과 비슷한 형태로 마감되지만, 유리·자기 소재는 타일과 타일 사이에 시멘트가 많이 들어가서 여백이 더 많은 것처럼 보여요. 타일을 잘 조합해 표면을 최대한 빽빽하게 채워야 하는 이유죠.

흔히 사각형으로 타일을 시공하는 것과 달리, 원형인 티코스터는 타일의 색상·소재·형태 등을 잘 고려해 조합해야 한다. 원하는 디자인에 맞게 타일을 붙인 후엔 시멘트로 마감하는데, 마감용 시멘트와 비슷한 색 타일을 쓰지 않도록 주의한다.

흔히 사각형으로 타일을 시공하는 것과 달리, 원형인 티코스터는 타일의 색상·소재·형태 등을 잘 고려해 조합해야 한다. 원하는 디자인에 맞게 타일을 붙인 후엔 시멘트로 마감하는데, 마감용 시멘트와 비슷한 색 타일을 쓰지 않도록 주의한다.

민아 학생기자는 티코스터의 가장자리부터 노란색·붉은색·보라색 계열 유리 타일을 사용하고, 중앙에는 푸른색 유리 타일로 포인트를 줬어요. 유빈 학생기자는 주로 사각형 타일을 사용한 민아 학생기자와 달리, 보라색·파란색 계열 삼각형과 마름모꼴 유리 타일을 주로 활용했죠. "다 채웠나요? 티코스터를 손으로 살살 흔들었을 때 타일들이 서로 맞물려서 그 자리를 잘 유지하면 표면에 꽉 맞게 잘 채운 거예요. 이제 위에 두꺼운 종이나 쟁반을 덮고, 티코스터를 바닥 쪽으로 조심스럽게 뒤집어 주세요."(임)

완성한 디자인대로 타일을 붙이기 위해 뒤집어서 종이나 쟁반 위로 옮긴 겁니다. 보통 욕실이나 벽면에 타일을 시공할 때는 타일용 접착제를 쓰지만, 오늘은 나무 소재의 표면에 타일을 붙여야 하므로 목공예용 본드를 쓸 거예요. 우드스틱으로 목공예용 본드를 티코스터 바닥에 골고루 펴 바릅니다. 본드가 발린 티코스터 표면에 조합해둔 타일을 하나하나 붙여요. "타일을 붙인 뒤 손가락으로 한 번 지그시 눌러서 고정해 주세요."(정)

화장실·주방 등에서 보는 타일은 일반적으로 자기 소재이지만, 유리·플라스틱·대리석·파벽돌 등 다양한 소재로 타일을 만든다.

화장실·주방 등에서 보는 타일은 일반적으로 자기 소재이지만, 유리·플라스틱·대리석·파벽돌 등 다양한 소재로 타일을 만든다.

티코스터 바닥에 고정한 타일과 타일 사이는 흰색 마감용 시멘트로 채워줍니다. "마감용 시멘트는 흰색뿐 아니라 다양한 색상이 있어요. 오늘은 대체로 타일 색깔을 돋보이게 하는 흰색을 사용할 거예요. 같은 맥락에서 타일을 붙일 때는 되도록 마감용 시멘트와 색상이 같은 건 피하세요. 안 그러면 멀리서 봤을 때 시멘트와 잘 구분되지 않거든요."(임)

시멘트 가루와 물을 100:28 정도의 비율로 섞어서 꾸덕꾸덕한 반죽을 만들어요. 시멘트 반죽을 조금씩 집어서 티코스터 바닥에 붙인 타일과 타일 사이에 꼼꼼히 넣어줍니다. 공기가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조금 많다 싶은 정도로 넣고 꾹꾹 눌러준 뒤, 스펀지로 문질러서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어요. 열심히 스펀지로 타일 사이사이를 닦아내자 어느새 표면이 말끔해졌죠.

티코스터 장식을 완성한 다음에는 냄비 받침 바닥에도 타일을 붙였어요. 냄비 받침은 형태가 사각형이고, 면적도 티코스터에 비해 넓기 때문에 다양한 크기의 타일을 배열하는 재미가 있죠. 민아 학생기자는 플라스틱·유리 타일을, 유빈 학생기자는 유리·자기 타일을 활용해 꾸몄어요. 마찬가지로 목공용 본드로 타일을 붙인 뒤, 마감용 시멘트를 채우고 스펀지로 문지르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냄비 받침이 탄생했죠.

박민아(왼쪽)·민유빈 학생기자가 여러 종류의 타일을 활용해 원형 티코스터와 냄비 받침을 완성했다. 소품에 맞춰 선택한 타일의 종류와 색상·재질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이 나온다.

박민아(왼쪽)·민유빈 학생기자가 여러 종류의 타일을 활용해 원형 티코스터와 냄비 받침을 완성했다. 소품에 맞춰 선택한 타일의 종류와 색상·재질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이 나온다.

"완성품을 보니 안토니 가우디의 구엘 공원이 연상되지 않나요. 타일 공예 수업을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수강생의 작품을 봤지만, 단 한 번도 똑같은 결과물이 나온 적이 없어요. 각자 선호하는 타일의 색상과 크기·재질·패턴이 다르기 때문이죠. 오늘 여러분이 자신만의 티코스터와 냄비 받침을 만든 것처럼요."(정)

욕실이나 주방에서 보던 타일이 이렇게도 변신할 수 있다니. 다양한 소재와 빛깔을 가진 타일을 잘 활용하면 생활소품뿐 아니라 내가 머무는 공간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답니다. 담백한 매력이 있는 무채색 인테리어도 좋지만, 빛이 반사될 때마다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형형색색 타일로 소중 독자 여러분의 일상을 좀 더 화사하게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타일 공예를 취재한다고 했을 때 책에서 봤던 안토니 가우디의 구엘 공원이 생각났어요. 막연하게 생각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타일의 종류·모양·색깔이 다양해서 놀랐고, 나만의 개성을 살려 작품을 만들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타일을 붙이는 작업은 어렵진 않았지만 정교함이 필요해서 만들기를 좋아하는 저는 더 흥미로웠어요. 만들기와 꾸미기를 좋아하는 소중 친구들에게 아주 즐거운 취미활동이 될 것 같습니다.

민유빈(서울 율현초 5) 학생기자

티코스터를 꾸밀 타일을 고르고 있는 박민아 학생기자.

티코스터를 꾸밀 타일을 고르고 있는 박민아 학생기자.

저는 원래 손재주가 없어서 공예가 주제인 이번 취재가 살짝 걱정됐어요. 하지만 정규리 선생님·임효진 대표님과 타일 공예를 직접 해보니 손재주가 없어도 쉽게 잘할 수 있었죠. 그냥 바닥에 붙이는 것 같이 보이던 타일 공예도 나름의 규칙이 있어서 생각을 많이 해야 했어요. 타일과 타일 사이에 빈 공간이 있으면 안 되고, 시멘트는 꾹꾹 눌러서 공기가 통하지 못하도록 마감하는 단계가 좀 힘들었어요. 그래도 만드는 동안 힐링 되는 느낌이었고, 완성한 티코스터와 냄비 받침을 보니 보람찼어요. 처음에는 공방 안에 있는 각종 장비를 보고 두려워서 잘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오히려 마음에 딱 드는 생활용품들을 보니 흐뭇했죠. 스페인의 유명 건축가 가우디도 타일을 많이 활용한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이렇게 아름답고 만질 때 느낌도 좋은 타일을 욕실이나 주방만이 아닌, 예술로 다시 탄생시킨 가우디가 정말로 존경스러웠어요. 가우디도 구엘 공원을 다 만들었을 때는 뿌듯한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요. 저 역시 다 만들었을 때 뿌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이번 취재를 통해 타일 공예에 관심이 생겼어요. 다음에 또 하게 된다면 능숙하고 재미있게 도전할 것 같아요. 손재주가 많이 필요한 수작업도 이제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민아(서울 버들초 6) 학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