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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마추어 골퍼 앨버트로스, 다음 홀에선 홀인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범석씨의 스코어카드. 사진 이범석

이범석씨의 스코어카드. 사진 이범석

아마추어 골퍼 이범석(49)씨는 18일 강원 춘천의 라데나 골프클럽 가든코스 3번홀(파 5)에서 앨버트로스를 하고 4번 홀(파 3)에서는 홀인원을 했다.

이 씨는 428m의 파 5인 3번 홀에서 드라이버로 약 270m를 쳤다. 그는 “원래 거리가 많이 나가는 편이고 아주 잘 맞았다. 세컨드샷은 165m가 남아 5번 아이언으로 쳤고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린에서 공을 못찾았다. 그린 뒤 러프에서 찾다가 포기하려는데 퍼트를 하던 동반자가 홀 안에 있는 볼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4번 홀은 125m 정도였고 9번 아이언으로 티샷했다. 홀 15cm 정도 지나 떨어졌다가 백스핀이 걸려 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씨가 기록한 앨버트로스는 기준 타수보다 3타를 적게 치는 것을 말한다. 파 3홀에서는 불가능하고 파 4홀에서 한 번에 넣거나 파 5홀에서 두 번에 넣어야 한다.

앨버트로스 증서. 사진 이범석

앨버트로스 증서. 사진 이범석

최근 레드티가 앞으로 많이 당겨진 파 4홀에서 여성 장타자들의 앨버트로스가 종종 나온다. 그러나 파 5홀에서의 앨버트로스는 매우 귀하다. 앨버트로스를 하려면 길고 정확한 티샷을 한 후 매우 긴 파 3홀에서 티를 꼽지 않고 티샷해 홀인원을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아마추어의 앨버트로스 확률은 100만분의 1에서 200만분의 1 등 다양한 추정치가 나온다.

홀인원은 PGA 투어 프로가 약 560라운드에서 한 번 한다. 일반인들은 훨씬 어렵다. 프로 홀인원 확률의 다섯 배에서 열 배(5600)로 추정된다. 1만2000분의 1이라는 보도도 있다.

아마추어 골퍼가 앨버트로스 바로 다음 홀에서 홀인원을 할 확률은 대략 100억분의 1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이범석씨와 동반자들인 화천 골프 동호회 회원들. 사진 이범석

이범석씨와 동반자들인 화천 골프 동호회 회원들. 사진 이범석

이 씨는 “스크린 골프에서도 홀인원을 한 적이 없는데 앨버트로스에 홀인원까지 두 홀 연속 나온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는 6년 전 암으로 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 소일거리로 골프를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투어 프로 출신에게 제대로 배웠다. 장타의 비결은 정타라고 했다.

그는 “공을 스위트스폿에 맞히는 능력이 있고 타점 앞뒤 30cm의 궤도와 헤드 각도 좋다는 칭찬을 듣는다. 스크린 골프에서 볼 스피드가 초속 65m 정도 되는데 실제 골프장에 나가면 볼 스피드 70m인 사람들보다 멀리 나간다. 프로들과 라운드해도 거리에서는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 열리는 라데나 골프장은 비교적 어렵다. 문희종 라데나 골프클럽 대표는 “가든 3번 홀은 아주 길지는 않지만, 소나무가 그린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장타를 치더라도 2온이 어렵다. 이씨는 소나무 사이의 완벽한 장소에 티샷을 보내 앨버트로스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이언샷은 공을 높이 띄우고 스핀을 많이 건다. 공이 굴러야 홀인원 가능성이 높은데, 이씨의 볼은 그린에 바로 선다. 이 씨는 “운 좋게 핀을 지나 떨어지고 백스핀이 걸려 홀인원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씨는 타이틀리스트 프로V1x 볼을 쓴다. 이 씨는 강원도 화천군에 있는 용화 콘크리트 펌프카 대표다. 이 씨가 직접 펌프카를 운전한다.

이 씨는 첫 홀을 트리플 보기로 시작했다. 그린 사이드 벙커에서 한 번에 못 나와 트리플 보기가 됐다. 두 번째 홀에서 파를 하고 3번에서 앨버트로스, 4번에서 홀인원을 했다. 5번 홀에서는 또 트리플보기가 나왔다.

홀인원 후 홀에 절을 하는 이범석씨. 사진 이범석

홀인원 후 홀에 절을 하는 이범석씨. 사진 이범석

이 씨는 “앨버트로스와 홀인원에 흥분이 되어 샷이 안 되더라. 티샷이 긴 러프에 들어가면서 또 사고가 났다”고 했다.

이날 이범석 대표의 스코어는 83타였다. 2홀에서 5타를 줄였는데 그의 최근 10라운드 평균 스코어보다 한 타 많았다. 그러나 어쩌면 아무도 겪지 못한 경험을 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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