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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더 넓은 세상 상상하게 하는 애니메이션, 숨기고 싶은 비밀·단점 개척할 용기도 북돋죠

중앙일보

입력

제작이나 투자 유치 등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제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성강 감독은 ‘마리 이야기’(2002), ‘천년여우 여우비’(2007),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2016) 등을 만들며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한국 애니메이션을 이끌어왔죠.

첫 장편 데뷔작인 ‘마리 이야기’를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2002년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공식 초청 및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해 K-애니메이션의 성취를 알렸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40만 관객을 돌파해 화제를 모았던 ‘천년여우 여우비’를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기도 했죠. 이후 ‘지옥, 두 개의 삶’,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애니메이션과 천만 영화 ‘부산행’의 연출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연상호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됩니다.

평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권도준(왼쪽)·홍예원 학생기자가 이성강(가운데) 감독을 만나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권도준(왼쪽)·홍예원 학생기자가 이성강(가운데) 감독을 만나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은 연상호 감독이 제작, 이성강 감독이 연출했고,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을 아시아적 판타지로 재해석해 독특한 재미를 선사했죠. 최근 이성강 감독이 6년 만에 신작을 들고 극장을 찾아 화제입니다. 이성강 감독과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만남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프린세스 아야’는 세계 최초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전체 장면을 ScreenX 기술을 활용해 제작했고, 뮤지컬 애니메이션 장르로 기대를 모으고 있어요.
권도준‧홍예원 학생기자가 네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프린세스 아야’ 개봉을 앞둔 이성강 감독을 만났습니다. 평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두 사람은 전작인 ‘마리 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을 본 소감과 보면서 이해가 안 됐던 장면, 설정 등을 질문하며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신작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성강(맨 왼쪽) 감독에게 그동안 연출한 작품과 신작 ‘프린세스 아야’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성강(맨 왼쪽) 감독에게 그동안 연출한 작품과 신작 ‘프린세스 아야’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예원: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이후 '프린세스 아야' 개봉까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요.
사실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끼쳤어요. 작품 자체는 이미 3년 전에 만들었죠. 그때 개봉 준비를 했었는데 바로 코로나19가 유행해서 시간이 많이 지났죠. 또 애니메이션은 제작이나 투자가 힘든 부분이 있어서 제작 기간이 오래 걸려요. 사실 그동안 개봉하지 못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는 생각도 했는데 9월 21일 개봉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감사하고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성강 감독은 ‘마리 이야기’부터 개봉을 앞둔 ‘프린세스 아야’까지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애니메이션을 이끌어왔다.

이성강 감독은 ‘마리 이야기’부터 개봉을 앞둔 ‘프린세스 아야’까지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애니메이션을 이끌어왔다.

도준: 왜 고대 아시아를 배경으로 하셨나요.
여기에서 고대라는 거는 우리가 명확히 검증할 수 없는 어떤 오래전 시기를 말해요. 사실 조선 시대, 고려 시대 이러면 고증을 많이 해야 하고 사실과 부합하는지 여러 가지 따져야 해서 상상을 펼치기가 좀 힘든 부분이 있어요. 상상력을 펼치기 더 자유로워 고대 아시아로 설정했습니다.

도준: 제가 봤던 ‘마리 이야기’와 ‘천년여우 여우비’에서도 동물들이 나왔는데, ‘프린세스 아야’에서도 사람이 동물로 변해요. 작품에 동물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집에서 고양이도 기르고 동물을 기본적으로 좋아합니다. 가족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에서 동물이 나오는 건 그 영화를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끔 하는 어떤 신호 같아요. 그래서 동물과 의사소통하고 이렇게 공감할 수 있다는 거는 굉장히 중요한 판타지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동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또 동물 그리는 걸 좋아하고요.

이성강 감독의 신작 ‘프린세스 아야’.

이성강 감독의 신작 ‘프린세스 아야’.

예원: 뮤지컬 형식 애니메이션으로제작한 이유가 있다면요.
‘천년여우 여우비’에도 잠깐 뮤지컬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 그렇게 시도를 한번 하려고 그랬었죠. 여러 가지 여건상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때 잘 안 됐던 부분이 있고요. 디즈니 뮤지컬뿐만 아니라 인도 영화 같은 경우도 다 뮤지컬 형식인데 그런 뮤지컬 영화들을 굉장히 좋아해요.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행복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그런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프린세스 아야’는 처음부터 뮤지컬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도준: 가수 백아연과 갓세븐 박진영이 목소리 연기를 해서 화제예요.
제작사 프로듀서님이 두 가지 캐스팅 안을 만들어 오셨는데 한쪽은 가수와 연기자가 따로따로라 노래는 다른 사람이 부르고 연기는 다른 사람이 하는 식이고, 또 한쪽은 노래와 연기를 같이 할 수 있는 캐스팅이었어요. 뮤지컬에서 목소리가 연기할 때와 노래할 때 변한다는 느낌을 받는 게 싫었고, 노래가 그냥 단지 부르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연기하는 감정선이 옮겨가야 하는 거라서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따지다 보니까 사실 할 수 있는 분들이 별로 없었는데, 백아연님·박진영님이 카테고리에 들어왔고 같이할 수 있게 된 것에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목소리의 느낌이나 두 분의 이미지가 마치 아야와 바리에게 투영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이성강 감독의 신작 ‘프린세스 아야’.

이성강 감독의 신작 ‘프린세스 아야’.

예원: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전체 장면을 ScreenX 기술을 활용해 제작했는데 어떤 점이 다른가요.  
영화가 여러 종류가 있는데 뮤지컬 같은 경우 관객들이 단지 보는 게 아니라 듣고 좋아하고 체험하는 느낌이 있잖아요. ScreenX는 체험하게 하는 그 시간을 너무나 행복하게 보내게 해주는 확장된 영상 기술이에요. 보통 가운데 놓인 화면 좌우에 화면 두 개가 더 생겨서 삼면 크기로 확장돼서 관객들이 완전히 화면 스크린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거죠. ScreenX가 적용된 애니메이션은 그전에도 있었지만 수입 애니메이션의 일부분을 외주로 제작하는 방식이었는데, 아예 기획할 때부터 ScreenX로 만들기 시작한 건 이게 처음인 것 같아요. 정면 화면뿐 아니라 좌우 화면까지 말하자면 세 배로 그려야 돼서 그만큼 제작이 더 힘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준: 관람 포인트가 궁금해요.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요.
아야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상을 구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차별하거나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중요한 주제도 있지만 그 자체로는 다른 생각을 잊고 체험하듯이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딱히 관람 포인트라기보다 무슨 이야기일까 눈에 힘주고 보는 게 아니라 느긋하게 팝콘도 먹고 깔깔거리면서 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야가 저주를 숨기는 어떤 운명이 있잖아요. 사실 우리 주변에도 가지고 있는 비밀 또는 단점이라고 자꾸 지적되는 것 등을 따돌림당하지 않기 위해서 숨겨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따돌림당하지 않으려고 숨기려 노력해야 한다는 건 참 슬픈 일이죠. 그래서 ‘프린세스 아야’를 보면서 그게 옳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그런 운명을 나를 버리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는 것을 통해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성강 감독은 ‘마리 이야기’부터 개봉을 앞둔 ‘프린세스 아야’까지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애니메이션을 이끌어왔다.

이성강 감독은 ‘마리 이야기’부터 개봉을 앞둔 ‘프린세스 아야’까지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애니메이션을 이끌어왔다.

예원: 감독님께서는 왜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려고 하셨나요.
애초부터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려고 했던 건 아니고요. 한 30대 중반까지는 그냥 화가로 생활했었어요. 화가를 하면서 컴퓨터 아트에 대해 공부하면서 컴퓨터로 만드는 애니메이션을 알게 됐죠. 일본·할리우드에 좋은 애니메이션이 많았고, 제가 화가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애니메이션을 해도 충분히 그 꿈이 같이 실현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가질 정도로 예술적인 작품들이 많았죠. 그러면서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려고 했어요.

예원: 최근 K-팝, K-드라마, K-영화 등이 세계적으로 대세인데 K-애니메이션은 어떤가요.
‘아기 상어’ 같은 유아용 애니메이션 몇몇 부분 외에는 솔직히 한국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는 못한 것 같아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은 아직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니 제작 환경 및 분위기 등이 열악한 편이죠. 하지만 훌륭한 감독님이 많이 계셔서 곧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준: 마지막으로 소년중앙 독자들을 위해 한 말씀해주세요.
소년중앙은 제가 어릴 때도 봤었는데 아직도 있다는 게 참 신기할 정도입니다. 소년중앙 기사를 매달 보면서 많은 상상력을 키웠던 것 같아요. 세계 7대 불가사의도 소년중앙을 통해서 알게 되고, 그런 게 말하자면 어린 친구들 마음속 세계를 매우 크게 만드는 것 같아요. 상상력을 통해서 그 세계를 크게 볼 수 있게 만들었던 계기가 됐달까요. 그런 의미로 제 애니메이션이 소년중앙 독자들에게 세상을 더 넓게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어떤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권도준(왼쪽)·홍예원 학생기자가 이성강 감독을 만나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권도준(왼쪽)·홍예원 학생기자가 이성강 감독을 만나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천년여우 여우비’를 재미있게 봤는데, 이성강 감독님을 직접 만나게 되어 너무 기뻤습니다. 얼마 전 학교에서 배운 ‘오늘이’도 감독님의 작품이었는데, 취재 후 학교에서 친구들과 ‘오늘이’에 대해 이야기하며 감독님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었죠. 이성강 감독님을 인터뷰하면서 감독님께서 만드신 ‘프린세스 아야’, ‘마리 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 등 여러 작품에 대해 질문했는데, 감독님께서 친절하게 답변해 주셔서 감사했죠.   권도준(서울 구룡초 4) 학생기자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오늘이’를 통해 알게 된 이성강 감독님을 직접 뵙고 애니메이션 ‘프린세스 아야’에 대해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천년여우 여우비’와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을 재미있게 봤었는데 ‘프린세스 아야’도 제가 좋아하는 판타지 장르에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니 너무나 기대돼요. 한 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기까지 수많은 분이 함께 협력하여 일하며, 오랜 시간 공들여서 작업해야 나온다고 하니 그동안 그냥 편하게 감상했었는데 많은 분의 수고와 노력의 결과물인 애니메이션을 좀 더 애정을 갖고 관람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홍예원(경기도 신리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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