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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이더리움, ‘머지’ 후 가격 폭락…그래도 업계가 박수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이더리움 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머지를 설명하면서 이더리움 메인체인과 비콘체인의 결합을 우주선 엔진 교체에 비유했다. [이미지 이더리움 재단]

이더리움 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머지를 설명하면서 이더리움 메인체인과 비콘체인의 결합을 우주선 엔진 교체에 비유했다. [이미지 이더리움 재단]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 ‘머지(the Merge·병합)’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이후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이 쏟아지며 이더리움 가격이 급락했지만, 업계에선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무슨 일이야

이더리움은 지난 15일 오후 3시44분 머지 업그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블록체인 작동방식을 작업증명(Proof of Work·PoW) 방식에서 지분증명(Proof of Stake·PoS) 방식으로 변경한 것. 이날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트위터에 “마침내 (머지 업그레이드를) 해냈다. 모두 해피 머지(Happy merge all)”라며 “이더리움 생태계에 중요한 순간(big moment)”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트위터를 통해 머지 업그레이드 완료를 축하했다.[사진 비탈릭 부테린 트위터 캡처]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트위터를 통해 머지 업그레이드 완료를 축하했다.[사진 비탈릭 부테린 트위터 캡처]

머지가 뭔데

이더리움 재단은 지난 2020년 이더리움 메인넷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비콘체인(Beacon Chain)’을 출시했다. 비콘체인의 특징은 작업증명(PoW) 방식의 이더리움과 달리 지분증명(PoS)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 이번에 진행된 머지 업그레이드는 비콘체인을 기존의 이더리움 메인넷에 합쳐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작동방식을 PoS으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이다.

PoW는 고성능 컴퓨터(채굴기)로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어 블록(block·일종의 거래장부)을 만들어내면 보상으로 코인을 준다. 금을 캐내는 것에 비유돼 ‘채굴’이라 불린다. 그러나 연산을 푸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기를 소모한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

하지만 PoS는 채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채굴 대신 코인 보유 비율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것. 32이더(ETH) 이상 예치하면 검증인으로 블록 생성에 참여할 수 있다. 이더리움은 PoW 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PoS로의 전환을 준비해왔다.

이게 왜 중요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① 친환경 코인: 기존 PoW 방식은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채굴자가 많아지면 연산이 더 복잡해지는데, 보상을 얻기 위해 채굴자들이 고사양 장비를 경쟁적으로 돌리면서 과도한 전력 소모가 발생하기 때문. 최근 미국 백악관은 보고서를 통해 “암호화폐 채굴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조치들이 실패한다면, PoW 방식을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더리움 재단에 따르면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에너지 소비량을 기존보다 99.95% 감축할 수 있게 됐다. 부테린은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 전기 소모량을 0.2% 감축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투자지표로 삼는 기업·기관 등이 이더리움에 관심을 보일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② 기술적 진보: 업계에선 머지 업데이트를 두고 ‘휘발유 엔진을 단 자동차가 전속력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 차를 멈추지 않고 엔진을 전기모터·배터리로 교체한 것’에 비유한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규모가 큰 데다, 각종 암호화폐·대체불가토큰(NFT)·탈중앙화 금융(DeFi) 등이 돌아가고 있어 네트워크 작동방식을 교체하는 기술적 난도가 상당했기 때문.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DSRV랩스의 김지윤 대표는 “이더리움이 작동되는 상태 그대로 업데이트를 진행한 것은 대단한 기술적 성과”라며 “특히 탈중앙화된 상태서 다양한 생태계 참여자들이 똘똘 뭉쳐 PoS로의 전환에 동참했다는 게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③ 부테린의 빅픽처: 이번 업그레이드가 이더리움 거래속도나 수수료 등에서 당장 체감할 만한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는다. 하지만 블록체인 성능 개선의 토대를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보. 이더리움은 확장성·탈중앙화·보안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는 ‘블록체인 트릴레마’(Blockchain Trilemma) 문제를 겪어왔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세운 것이 바로 ‘이더리움2.0’.

머지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 2.0을 위한 로드맵 중 가장 중요한 업그레이드로 여겨져 왔다. 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이번 업그레이드에 대해 “이더리움2.0으로 향하는 첫 삽을 잘 떴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머지가 이더리움이 가진 문제들을 즉시 해결하는 건 아니지만 수수료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향후 업데이트를 위한 중요한 토대를 마련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점은 없어?

자금력을 가진 소수에 의해 네트워크가 중앙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마틴 쾨펠만 그노시스 공동창업자는 트위터를 통해 머지 이후 형성된 1000개의 블록 중 총 420개가 리도·코인베이스에 의해 구축됐다고 꼬집기도. 조 교수는 “블록체인은 탈중앙화에 가치를 두고 있다. 일부에 (네트워크가) 집중되는 쏠림 현상을 이더리움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변화로 인해 이더리움의 보안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으로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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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안갯속: 성공적인 업데이트에도 이더리움의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 이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국제유가 하락에도 시망 전망치를 크게 웃돌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을 강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빅스텝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 이더리움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머지로 채굴 보상이 사라지면서, 코인 발행량이 기존 대비 90% 가량 줄어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채굴은 위축: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 이어 시총규모가 두번째로 큰 암호화폐다. 시총 300조원에 달하는 이더리움의 채굴이 전면 중단되면서 전체 채굴 산업도 위축될 전망. 전 세계 최대 이더리움 채굴 업체 ‘이더마인’도 14일(현지시간) 머지 이후 이더리움 채굴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그래서 이더리움은: 머지 업그레이드는 마쳤지만, 이더리움이 ‘이더리움2.0’을 완성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머지 이후에도 이더리움은 ‘서지(Surge)’, ‘버지(Verge)’, ‘퍼지(Purge)’, ‘스프러지(Splurge)’ 등 네 단계 개선 작업을 더 거쳐야 한다. 모든 단계가 완료되기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업계에선 내년 예정된 서지 단계에서 도입될 ‘샤딩’에 주목한다. 네트워크 처리 용량을 늘리는 기술로, 샤딩이 도입되면 거래속도가 크게 빨라지고 확장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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