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지선다 수능 고집? 국가손실" 미네르바大 설립자의 근거

중앙일보

입력

'미네르바대학' 설립자인 벤 넬슨이 15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김현동 기자

'미네르바대학' 설립자인 벤 넬슨이 15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김현동 기자

“한국 교육이 오지선다형 시험을 고수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벤 넬슨 미네르바 대학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벤처투자자였던 넬슨이 201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한 미네르바 대학은 미국에서 가장 낮은 1% 미만의 합격률과 샌프란시스코, 런던, 베를린, 서울 등 7개의 도시에서 생활하며 받는 온라인 교육, 유명 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으로 유명하다.

미네르바의 수업은 교수가 말하고 학생이 듣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예습해 온 주제를 두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교수는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이 아닌 토론을 중재하고 피드백을 주는 역할을 맡는다. 나머지 시간에는 아마존, 우버, 애플 등에서 인턴십을 한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카카오, SK엔카,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 등이 미네르바 학생들을 썼다.

한국아세안친선협회(KAFA)와 손잡고 2024년 개교를 목표로 ‘아시아판’ 미네르바 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넬슨과 백성기 KAFA 상임대표(전 포스텍 총장)를 15일 인터뷰했다. 다음은 넬슨 창립자, 백 대표와의 일문일답.

“미네르바 대학, SAT 점수 요구 안 해”

지난 2017년 12월 1일 미네르바 대학 학생들이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회의실에서 에누마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유롭게 회의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 2017년 12월 1일 미네르바 대학 학생들이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회의실에서 에누마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유롭게 회의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한국에서는 반도체 인재 양성이 교육계의 큰 화두다. 대학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력이란 한 번도 닥쳐보지 않은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 정보를 취합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산업계의 인력 수급 상황은 시시각각 바뀐다. 4년 후, 8년 후 어느 정도 인력이 필요할지, 졸업생 규모와 산업 수요가 일치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넬슨)
어쨌든 전문 인력은 필요하지 않나.  
전 세계에서 코딩교육이 인기를 끌었지만, AI 기술 발달하면서 코딩 작업 70%를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중요한 것은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사고력과 적응력을 키우는 일이다. 특정 주제 또는 전공에 몰입하는 교육은 확장성이 낮다. (넬슨)
한국은 최근 수능 위주의 정시 선발을 늘렸다. 
암기 능력과 지식 소화 수준을 보는 오지선다형 평가는 개혁(reform)의 대상이다. 미네르바대학은 지원자에게 SAT 점수를 요구하지 않는다. SAT 점수나 자기소개서는 사교육으로 만들 수 있다. 대신 자체 개발한 즉석 에세이 테스트와 면접 등 다면 평가를 이용해 학생 선발한다. (넬슨)
한국 대학 입시의 가장 큰 문제는?
포스텍 총장을 하며 느낀 것이 높은 수능 점수와 학부 성취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정시를 늘리라고 강요한다. 이제는 대학이 설립 취지와 교육 목표에 부합하는 학생을 자유롭게 뽑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한날한시에 한 번 시험을 보고 대학을 선택하는 식의 입시는 관둘 때가 됐다. (백)
포스텍에서 이루지 못한 과업 중 미네르바 대학에서 성공시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졸업생이 사회에서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공 기술만으로는 안 된다. 경영학 소양, 인문학 소양이 기술과 결합해야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MIT 같은 세계적 대학이 경영대학원을 키우는 이유다. 미네르바대학은 학과별 정원을 미리 정해두지 않는다. 누구라도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네르바에서는 융합 인재를 키워내고 싶다. (백)
미네르바 대학 설립자인 벤 넬슨(왼쪽)과 백성기 전 포스텍 총장이 15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김현동 기자

미네르바 대학 설립자인 벤 넬슨(왼쪽)과 백성기 전 포스텍 총장이 15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김현동 기자

졸업생들의 아웃풋은.
1기 졸업생 중 금융권 취업에 관심 있던 학생들은 졸업 후 투자 은행을 거치지 않고 바로 헤지펀드, 벤처캐피탈에 취업했다. 재학 중 2년 동안 벤처캐피탈에서 인턴으로 일한 학 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파트너가 됐다. 아이비리그뿐 아니라 미국 모든 대학을 통틀어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하버드 대학원 지원자가 전원 합격한 기수도 있다. ‘실리콘 밸리의 하버드’라 불리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컴비네이터’ 합격자도 다수 나왔다. (넬슨)
한국 수도권 대학은 정원 규제를 받고 있다. 대학 설립에 현실적인 문제는 없나.
정원 규제는 한국인 학생에만 적용된다. 새롭게 생길 아시아 미네르바 대학은 80%를 유학생으로 구성할 계획이라 영향이 크지 않다. 대학 설립 허가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 경희대의 후마니타스 칼리지나 연세대의 언더우드 대학처럼 기존 대학에 특수 단과대학을 추가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백)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