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1400원 눈앞…분주해진 추경호 경제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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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환율 1400원 돌파를 앞두고 외환 당국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시장 개입과 모니터링 강도를 높였고 국내 수출입 기업에 ‘달러 사재기’ 자제도 요청할 계획이다.

18일 기획재정부와 외환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일쯤 기재부가 주관하는 국내 주요 수출입 기업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미국 달러당 원화 값이 장중 1399원까지 내려앉았던(환율은 상승) 지난 16일 기재부가 이들 기업에 요청해 만든 자리다.

달러당 원화값

달러당 원화값

최근 국내 수출입 기업이 구사하고 있는 ‘리딩 앤드 래깅(Leading and Lagging)’ 전략은 외환 시장 불안을 가중하는 원인 중 하나다. 수입 대금으로 달러가 많이 필요한 정유·가스 등 기업은 달러를 미리 사들이고(리딩), 반대로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기업은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쟁여두는(래깅) 걸 뜻한다. 앞으로 달러 값이 급하게 더 오를 것으로 보고 펼치는 전략이다. 국내 시장 내 달러 가뭄, 원화 값 하락을 더 부추기는 요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달러 수급에 애로가 없는지, 정부 차원의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물론 달러 사재기를 자제해달라는 요청 성격이 크다.

지난 15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발언 이후 당국의 구두 개입과 매도 개입(말로 시장에 경고하고 또 직접 달러를 팔아 원화가치 하락을 막는 조치)도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주엔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매도 개입이 단행된 것으로 외환 업계는 파악한다. 원화로 환산하면 조 단위에 이른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때나 했던 개입 규모다. 또 당국은 외환 전산망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강도도 높이기로 했다.

외환 당국이 개입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당장 20~21일(현지시간)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있다. 0.75%포인트는 물론 1%포인트 금리 인상 전망까지 시장에서 나온다. 추가 달러 강세, 원화 약세로 이어질 변수다.

8월 경상수지 적자 전환, 수출 경기 둔화 등 한국 경제 사정도 좋지 않다. ‘강 달러’와의 오랜 전투가 불가피하다. 외환보유액이 한정된 만큼 매도 개입을 대규모로 계속 이어가기도 어렵다. 이런 딜레마에 외환 당국 역시 1400원 같은 특정 환율 선을 지켜내는 것보단 과도한 원화가치 하락(오버 슈팅)에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재부 당국자는 “외환 시장에서 너무 한 쪽으로만 간다고 판단되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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