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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벤치서 시작…해트트릭으로 끝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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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손흥민이 18일 레스터시티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경기 MVP로 선정됐다. 프리미어리그 해트트릭은 지난 4월 애스턴 빌라전 이후 5개월 만이자 통산 3번째다. 후반 41분 세 번째 득점 직후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는 손흥민. AFP=연합뉴스

손흥민이 18일 레스터시티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경기 MVP로 선정됐다. 프리미어리그 해트트릭은 지난 4월 애스턴 빌라전 이후 5개월 만이자 통산 3번째다. 후반 41분 세 번째 득점 직후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는 손흥민. AFP=연합뉴스

토트넘 손흥민(30)이 13분 만에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오랜 골 침묵을 깼다.

손흥민은 18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와의 홈 경기에서 3골을 몰아쳐 6-2 대승을 이끌었다. 후반 14분 교체 투입됐는데, 부상을 제외하고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건 무려 15개월 만이었다.

손흥민은 3-2로 앞선 후반 28분 드리블 돌파하다 상대 수비수 2명을 앞에 두고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시즌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다. 후반 39분엔 상대 페널티박스 오른쪽 부근, 이른바 ‘손흥민 존’에서 왼발로 감아 차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41분엔 특유의 스피드로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어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140년 토트넘 역사를 통틀어 교체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한 건 처음이다.

앞선 8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쳐 현지 언론의 비판을 받은 손흥민은 득점 후 보란 듯이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는 ‘쉿 세리머니’를 펼쳤다. 공격 파트너 해리 케인은 “(손흥민의 경쟁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쏘니에게 ‘앞으로 30분 안에 3골을 넣는다면 이런 실험(벤치 출발)을 거듭할 수 있다’고 농담했다”며 활짝 웃었다.

손흥민은 자신의 SNS 계정에 “삶이 네게 레몬을 준다면 해트트릭을 하라”는 글을 올렸다. ‘삶이 (시큼한) 레몬을 주면 (달콤한) 레모네이드로 만들라’는 서양 격언을 차용해 3골을 자축했다.

오랜 침묵을 깨고 해트트릭을 기록한 토트넘 손흥민. AFP=연합뉴스

오랜 침묵을 깨고 해트트릭을 기록한 토트넘 손흥민. AFP=연합뉴스

손흥민이 특유의 골 감각을 뽐내자 국내 축구 관계자와 팬들 사이에서 “손흥민 전성기 때 아시안컵을 국내에서 개최해 우승컵을 되찾자”는 염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1960년 2회 아시안컵 이후 63년간 개최도 우승도 하지 못 했다. 지난 6월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중국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포기한 2023 아시안컵을 국내에서 개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적극 추진하라”고 화답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5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했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아시안컵 중국전에서 김민재(가운데)가 골을 터트린 뒤 손흥민(오른쪽), 황인범(왼쪽)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2019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아시안컵 중국전에서 김민재(가운데)가 골을 터트린 뒤 손흥민(오른쪽), 황인범(왼쪽)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인도네시아도 유치 신청했지만, 경쟁 구도는 사실상 한국과 카타르의 2파전이다. 이정섭 축구협회 경영본부장은 “명분과 흥행을 강조하고 있다. 개최권을 반납한 중국과 가까운 한국에서 치르면 당초 일정(2023년 6~7월)도, ‘동아시아 개최’ 명분도 유지할 수 있다. 한류 열풍과 접목시켜 관람객 74만 여명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카타르는 35만명 예상)”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화성종합경기장 등 기존 10개 도시, 10개 경기장을 활용해 대회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예산은 종합대회인 유니버시아드(5000억원 안팎)의 절반 이하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 따르면 아시안컵 경제 유발 효과는 1678억원 수준이다.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0.9%가 유치를 찬성했다. 다만 대회 기간 중 경기장 내 상업 시설 운영을 중단해야 하고, 조명시설의 조도를 2500룩스(국내 평균 1200룩스)로 높여야 한다.

올해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치르는 카타르는 8곳의 신축 경기장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다만, 카타르에서 대회를 치를 경우 일정 변경을 피할 수 없다. 한여름 살인 더위 탓에 개최 시기를 2024년 1월로 바꿔야 한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거듭 중동에서 개최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2027년 아시안컵 개최 유력 후보 또한 중동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다.

개최지는 다음달 17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AFC 집행위원회에서 23명의 무기명 비밀 투표로 정한다. 축구계 관계자는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집행위원 5인이 한국을 지지하더라도 아랍 계열 집행위원 8인이 카타르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냉정하게 봤을 때 현재까진 카타르가 앞서 있다”고 귀띔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시안컵 유치 전략 특별전담팀까지 구성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3차례 아시안컵에 출전해 3위-준우승-8강에 그쳤던 손흥민은 “많은 팬들이 (안방에서) 성원을 보내주신다면 더 큰 의미 부여가 될 것”이라며 유치를 기원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도 “축구와 K컬처를 융합해 아시안컵을 전 세계인들이 놀라워할 만한 축구 축제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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