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내 모든 것"…'혈액암' 안성기 투혼에 박수 쏟아졌다

지난 15일 서울 CGV 압구정에서 연린 진행된 ‘배창호 감독 데뷔 40주년 특별전’ 개막식에 참석한 배우 안성기. 눈에 띄게 부은 얼굴에 기력이 없는 모습으로 나타나 관객의 우려를 자아냈다. 연합뉴스

 ‘국민 배우’ 안성기(70)의 영화를 향한 열정은 혈액암도 멈출 수 없었다.

안성기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깊고 푸른 밤’(1985) 스페셜 시네마톡에 참석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배창호 감독과 함께 관객을 만났다. 같은 날 오전 혈액암 투병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져 조심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는 투혼을 보인 것이다.

앞서 안성기는 지난 15일 열린 ‘배창호 감독 데뷔 40주년 특별전’ 개막식에 눈에 띄게 부은 얼굴과 기력이 없는 모습으로 동료 배우 김보연의 부축을 받으며 등장해 우려를 자아냈다. 그는 2020년 10월 영화 ‘종이꽃’ 개봉을 앞두고 과로로 입원한 사실이 알려져 한 차례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었다. 지난해 ‘아들의 이름으로’ 개봉 당시 “건강은 아주 좋아졌다”며 밝은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다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지난 15일 서울 CGV 압구정에서 개최된 '배창호 감독 데뷔 40주년 특별전' 개막식에 참석한 배우 안성기(왼쪽부터), 김희라, 김보연, 배창호 감독.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깊고 푸른 밤'(1985)을 비롯해 배 감독이 직접 꼽은 7편의 작품이 CGV 용산·압구정·서면·대구아카데미·천안 등에서 상영된다. 연합뉴스

이에 안성기는 지난 17일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혈액암이 발병해 1년 넘게 투병 중”이라고 직접 털어놓았다. 그는 “(항암 치료로) 가발을 벗으면 민머리 상태다. ‘한산’ 무대 인사도 머리가 이래서 못 갔다”며 “지난 5월 강수연 배우 장례 때도 (항암 치료받느라) 늦게 갔다. 이 머리로 작업을 할 수는 없고, 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건강 문제에 말을 아껴왔던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도 뒤이어 공식 입장을 내고 “안성기 배우는 현재 혈액암 치료 중이다. 평소에도 관리를 철저히 하시는 만큼 호전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처럼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서도 안성기는 ‘깊고 푸른 밤’ 관객과의 대화(GV) 행사에 예정대로 참석해 관객과 소통했다. 그는 ‘안성기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지’ 묻는 질문에 “저의 모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영화를 떠나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영화를 많이 사랑하고, 좋아한다.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다”며 영화를 향한 그치지 않는 애정을 드러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영화 '깊고 푸른 밤' 스틸컷.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안성기는 배창호 감독의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1982)부터 ‘적도의 꽃’(1983) ‘고래사냥’(1984) ‘황진이’(1986)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 주요 작품 대부분에 출연하며 특별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중에서도 1985년 개봉한 ‘깊고 푸른 밤’은 당시로써는 이례적으로 미국 올 로케이션 촬영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담아낸 작품이다. 극중 미국에서 부와 기회를 꿈꾸는 남자 백호빈을 연기한 안성기는 40여년 만에 영화를 다시 관람한 소감에 대해 “다시 열정이 끓어 오른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