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잇따른 자연재해(가뭄·홍수 등)로 식량 문제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가축 사료용 알곡까지 거론하며 먹는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나섰다.
노동신문은 18일 '과학 축산에서도 종자 문제 해결이 선차'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우량품종의 집짐승(가축)들을 육종하는 것은 축산을 과학적으로 발전시키는 데서 결정적 고리이며 축산과학부문에서 선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라고 밝혔다.
신문은 이어 "먹이를 적게 먹으면서도 빨리 자라며 번식률이 높고 병에 잘 걸리지 않는 집짐승(가축) 품종을 얻어내는 데 힘을 넣어야 한다"면서 "특히 알곡 먹이를 적게 소비하면서 짧은 기간에 덕을 볼 수 있는 품종을 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북한 당국이 알곡을 섭취하는 가축을 줄이라는 취지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지방 단위까지 가축용 사료를 충분히 배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 표면적으로 가축의 알곡 소비까지 줄이려는 모습"이라면서 "북한의 다급한 식량 사정을 보여주는 일면"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올해 121만t 규모의 식량 부족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가 지난 15일(현지시간) 갱신한 '국제 식량안보 평가 2022-32 (International Food Security Assessment 2022-32)' 보고서에서다. 앞서 미 중앙정보국(CIA)은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 규모를 2~3개월분인 86만t으로 추정했는데 이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 농무부는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 인구 약 2600만 명 중 68.6%에 해당하는 1780만 명이 식량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63.1%보다 5.5%나 늘어난 수치다. 연구소는 식량 부족량의 경우에도 지난해 104만t보다 17만t 증가한 121만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식량 상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직접 언급했던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코로나19와 자연재해, 글로벌 공급망 문제 악화 등에 따른 경제적 제약이 북한의 식량 상황에 영향을 준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봄철 가뭄과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로 모내기 철 영농작업에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 6월 습하고 서늘한 특성을 가져 농작물의 생육에 영향을 끼치는 '보리장마'를 겪은 데 이어 8~9월 들어 연이은 태풍 등으로 홍수 피해를 본 것도 식량 문제를 불거지게 한 요인일 수 있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코로나19와 자연재해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문제로 인한 국제 곡물가격 상승도 북한의 식량 상황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