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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밤 공포의 '스텔스 차선'…한밤에도 빛난 부산 '흰선'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0년 12월 올림픽대로 방화대교~행주대교 구간 일반 차로(위)와 기능성 도료를 도색한 차로. 사진 서울시

2020년 12월 올림픽대로 방화대교~행주대교 구간 일반 차로(위)와 기능성 도료를 도색한 차로. 사진 서울시

태풍 ‘힌남노’가 부산·경남을 휩쓸며 통과한 지난 6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교차로. 유엔교차로에서 부경대 방면으로 향하는 왕복 4차로 약 300m 구간 차선은 유난히 선명했다. 이곳은 최근 부산 남구가 ‘고휘도(高輝度) 차선’을 시범 도색한 도로다. 이 때문에 밤이 돼도 낮과 별 차이 없이 차선은 뚜렷하게 보였다.

반면 주변 도로는 도로와 차선 마모가 심했다. 대낮이었지만 어둑한 데다 60㎜ 넘는 비가 온 이날 유엔교차로 일대에서도 식별이 어려운 ‘스텔스 차선’ 문제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유리알 도료, 비 오는 밤 ‘스텔스 차선’ 해법

남구가 도색한 고휘도 차선은 기존 페인트 도색 위에 고기능성 우천형 도료를 덧바르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구(球) 형태의 유리알갱이(비즈)가 함유된 도료는 페인트 도색 위에 흡착된다. 평소 일반 차선과 같은 정도로 밝기를 유지할 수 있으며, 비가 오더라도 도색 표면에 흡착된 비즈가 차량 전조등 빛을 효율적으로 반사해 ‘스텔스 차선’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경찰청은 일반 도료 반사율을 240밀리칸델라/㎡·lux 이상, 우천형 도료 반사율을 250mcd㎡·lux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밀리칸델라(mcd)는 물체가 빛을 받았을 때 이를 다시 튕겨내는 반사 정도를 의미한다.

기능성 도료에 포함된 유리알이 비 오는 밤 빛을 반사하는 모습. 사진 한국 3M

기능성 도료에 포함된 유리알이 비 오는 밤 빛을 반사하는 모습. 사진 한국 3M

“안전 위협” 지적 꾸준하지만, 대응 천차만별

스텔스 차선이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은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2017년 경찰청 국정감사 때 전국에서 나타나는 스텔스 차선 문제를 지적하며 “야간 빗길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부산시의회 김태훈 전 시의원도 2019년 10월 시정 질문을 통해 “부산의 차선 도색 예산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다소 낮은 수준”이라며 “예산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차선 반사도와 마모도 기준을 높여 비 오는 밤만 되면 사라지는 차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지역별 대응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서울시다. 서울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차선도색 상황을 전수조사해 반사 성능 저하 문제로 재도색해야 하는 차선이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고 확인했다. 2020년 서초대로와 올림픽대로·동일로·아리수로 등 4곳 15㎞ 구간에서 기능성 차선도색 효과를 확인, 지난해 시내 전 지역 차선으로 확대했다.

지난 6일 부산 남구 대연동 330m 왕복 구간에 반사가 잘되는 도료가 도색돼있다. 사진 부산 남구

지난 6일 부산 남구 대연동 330m 왕복 구간에 반사가 잘되는 도료가 도색돼있다. 사진 부산 남구

이외 지자체는 쉽사리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난관은 예산이다. 일반 도료로 가로 15㎝, 세로 1m 차선을 도색하는 데 약 2만8000원이 들지만, 기능성 우천형 도료는 비용이 그보다 1.3~1.5배가량 비싸다. 시중에는 휘도가 일반 도료보다 3배 이상 높은 제품도 개발돼있지만, 박리 현상이 심하게 발생한다. 이 때문에 시공하려면 기존 페인트칠을 완전히 긁어 벗겨내야 해 훨씬 더 많은 시간·비용 투입이 필요하다.

강수량과 강수 주기, 교통량 등에 따라 짧으면 3개월 단위로 재시공이 필요하다는 점 또한 어려움으로 꼽힌다. 남구 관계자는 “비용이나 재시공 주기 등 부담도 있지만, 비 오는 야간 안전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시범도색한 것”이라며 “도로교통공단에 시범도색 구간 반사 성능 측정을 의뢰했고,  측정 결과와 주민 반응 등을 살펴 적용 구간을 늘리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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