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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구멍 크기인데 이런 비밀이…제임스웹이 잡은 역대급 은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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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은 천문학계의 아이돌입니다. 모든 천문학자가 목을 빼고 관측 결과를 기다리는 당대의 슈퍼스타죠.

JWST를 중심으로 관측과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 집단도 있습니다. 유명한 곳으로는 ‘CEERS(Cosmic Evolution Early Release Science)’라는 연구 집단이 있습니다. 번역하면 ‘우주 진화 초기 공개 과학’인데, 한국말로 봐도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죠? 쉽게 풀이하면 빅뱅으로 우주가 생겨난 직후에 일어난 일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JWST의 첫 관측 자료를 연구하는 걸 ‘Early Release Science’라고 하는데, CEERS는 그중에서도 ‘우주 진화’를 주제로 연구합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우주 심원의 은하 중 CEERS가 집중적으로 살펴 본 은하 6개.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우주 심원의 은하 중 CEERS가 집중적으로 살펴 본 은하 6개.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CEERS는 미국을 포함해 세계 10개국 12개 기관에서 100명 이상이 협력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허블을 활용해 수립됐던, ‘빅뱅 이후 4억년 지났을 때 은하’ 관측 기록을 일찌감치 깨고, 빅뱅 후 3억년, 2억년 후를 관측한 연구팀이 이곳입니다. 이들이 지난달 1기 활동을 마쳤다며 그동안 관측한 데이터와 이미지를 모두 공개했습니다.

CEERS가 공개한 자료는 지구에서 본 하늘의 극히 일부 영역에 불과합니다. 보름달의 겨우 10분의 1도 안 되는 빨대 구멍 정도의 크기죠. 그런데 그 작은 영역 안에 138억년 우주 역사의 진귀한 보물들이 숨어 있습니다.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시죠.

조각 하늘에 모여 있는 수백 수천의 은하

CEERS는 JWST의 근적외선 영역대로 관측한 이미지 690장을 조합했습니다. 아주 작은 영역인데 690장이나 모았으니 해상도가 엄청나겠죠. JWST는 이곳을 24시간 동안 집중 관측했습니다. 이 관측 데이터를 미국 대학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 프론테라로 짜깁기했죠.

우주의 가장 깊은 곳에 수많은 은하가 빽빽이 모여 있습니다. 여기서 보이는 밝은 점들은 별이 아니라 별이 수천만, 수천억, 수백조개 모인 은하입니다. 그런 은하들이 수백, 수천개가 하늘 중 빨대 구멍 크기의 영역에 모여 있는 겁니다.

CEERS가 24시간을 배정받아 관측한 우주 깊은 곳의 은하들. 이 작은 공간에만 수백, 수천개의 은하가 들어차 있다. 빈 공간은 12월 관측을 통해 메울 예정이다.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CEERS가 24시간을 배정받아 관측한 우주 깊은 곳의 은하들. 이 작은 공간에만 수백, 수천개의 은하가 들어차 있다. 빈 공간은 12월 관측을 통해 메울 예정이다.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빨대 구멍 크기를 커버한 이미지라해도 JWST가 공개한 우주의 심원 이미지 중에선 가장 큽니다. JWST가 첫 번째로 공개한 ‘딥필드’보다도 8배나 큰 영역이죠.

가운데 검은 영역이 듬성듬성 보이고 왼쪽 아래가 텅 비어 있는 건 아직 관측 계획을 다 마치지 못해서입니다. 이 이미지는 계획된 분량의 40% 정도를 관측한 겁니다. 나머지 관측은 올해 12월에 있을 예정입니다.

JWST가 작동한 지가 언젠데 왜 아직 관측을 다 못 마치고 있을까요. JWST의 바쁜 스케줄 때문입니다. 아이돌이 새 앨범을 내놓으면 세계 투어 스케줄에 정신이 없듯이, JWST같은 슈퍼 장비가 우주로 쏘아지면 관측 스케줄이 쉴 틈이 없습니다.

9월 13~15일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스케줄. 다양한 프로젝트가 끊임없이 기다리고 있어 쉴 틈이 없다. 안쓰러운 지경이다.

9월 13~15일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스케줄. 다양한 프로젝트가 끊임없이 기다리고 있어 쉴 틈이 없다. 안쓰러운 지경이다.

세계 수많은 천문학자가 제안서를 내고 단 1분이라도 관측 허가를 얻기 위해 애쓰죠. 제임스웹 스케줄을 보면 초 단위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중요한 연구도 총 60시간밖에 쓰지 못하는 거죠.

제임스웹이 집중 관측한 진귀한 은하들

이중 CEERS가 가장 흥미롭게 들여다보는 은하 6개가 있습니다.

별 탄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젊은 은하.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별 탄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젊은 은하.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첫 번째 나선 은하는 지구에서 약 20억 광년 거리에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단순하고 일반적 형태의 은하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푸른빛을 발하는 별들이 아주 많이 뭉쳐 있습니다. 불규칙하게 무리를 형성하고 있죠. 별이 푸른빛을 발한다는 건 젊고 에너지가 강하다는 뜻입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뜻이죠. 이곳에서 천문학자들은 별 탄생의 비밀을 들여다볼지 모릅니다.

우주 팩맨으로 불리는 은하로 왼쪽 은하가 오른쪽 나란히 선 은하를 잡아먹기 위해 쫓아가는 모습처럼 보인다.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우주 팩맨으로 불리는 은하로 왼쪽 은하가 오른쪽 나란히 선 은하를 잡아먹기 위해 쫓아가는 모습처럼 보인다.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다음 은하는 약 100억 광년 거리의 붉게 빛나는 은하입니다. 아주 가까이 들여다보면 오른쪽으로 몇 개의 작은 은하들이 쪼르륵 아치를 그리며 줄을 서 있는 게 보입니다. 일부 은하끼리 상호작용을 하는 걸까요. 무엇이 이 은하를 정렬하도록 만들었을까요. 꽤 흥미롭습니다.

우주 크라켄으로 불리는 은하. 아래에서 뻗어올라온 촉수같은 모양이 생동감에 넘친다.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우주 크라켄으로 불리는 은하. 아래에서 뻗어올라온 촉수같은 모양이 생동감에 넘친다.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이번엔 약 120억 광년 떨어진 은하 두 개입니다. 서로 가깝게 붙어 있죠. 상호 작용하는 은하로 추정됩니다. 아래쪽 은하가 촉수를 뻗어서 위쪽 은하를 공격하고 있는 모습이죠. 그래서 CEERS는 이 은하를 우주의 크라켄이라는 별명을 붙였죠. 크라켄은 유럽 신화 속 괴물로 촉수를 뻗어 배를 공격하는 거대한 오징어나 문어의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은하 사이에 보이는 초신성(화살표)은 JWST가 처음 관측해냈다.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은하 사이에 보이는 초신성(화살표)은 JWST가 처음 관측해냈다.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그 옆에 있는 이 은하들 역시 상호 작용하고 있는 나선 은하입니다. 약 80억 광년 거리에 있죠. 상호작용으로 은하의 팔들이 늘어지는 것도 눈에 띄죠. 그런데 아주 확대해보면 은하들 사이에서 초신성들이 관측됩니다. 이 초신성 무리는 JWST가 처음으로 발견한 겁니다.

은하가 JWST 관측 방향과 거의 직각을 이뤄 구조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은하가 JWST 관측 방향과 거의 직각을 이뤄 구조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다섯번째로 보여드릴 건 또다른 나선 은하입니다. 이 은하는 약 80억 광년 거리에 있습니다. 지구에서 어마어마한 거리에 있는데도 은하의 구조가 또렷이 보입니다. 제임스웹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죠. 은하의 중심부와 은하의 팔을 따라 돌출된 구조도 확연히 볼 수 있습니다.

은하의 기나긴 조석꼬리가 도드라진다.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은하의 기나긴 조석꼬리가 도드라진다.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마지막으로 소개드리는 건 약 70억 광년 거리에 있는 은하와 그 아래쪽 약 150억 광년 거리의 붉은 은하 그룹입니다. 위쪽 은하에선 조석꼬리가 관찰되죠. 조석꼬리는 성간 가스나 별이 상호작용하는 은하로부터 조석력을 받아 멀찍이 떨어져 나오는 현상입니다. 조석력은 가까운 곳은 중력의 영향을 많이 받고, 멀리 떨어진 곳은 그 힘을 덜 받아서 생기는 힘인데 물체를 찌그러뜨리는 현상을 일으킵니다. 대표적으로 지구에 밀물, 썰물이 생기는 게 달의 조석력때문이죠. 지구 위의 물이 찌그러지는 겁니다. 이 이미지에선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의 조석꼬리가 선명하게 관찰되는 게 놀랍습니다.

양성철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 책임연구원은 “이들 은하는 사실 허블이 이미 다 관측을 해 왔던 은하다. 하지만 허블은 가시광선 파장대에서 관측했다. 이번 JWST의 근적외선과 중적외선 관측으로 전체적인 모습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JWST가 채워넣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별의 탄생과 블랙홀의 비밀 풀어낼까

CEERS는 방금 보여드린 근적외선 이미지뿐 아니라 중적외선 이미지도 공개했는데요. 중적외선 역시 이전 적외선 망원경인 스피처 우주망원경의 해상도를 보면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인 걸 알 수 있습니다.

CEERS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중적외선 파장대로 관측한 우주의 이미지(가운데)를 같은 적외선 망원경인 스피처 우주망원경의 관측 이미지(왼쪽과 오른쪽)와 비교한 것. 과거엔 형태를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던 별과 은하들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선명하게 포착해낸다.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CEERS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중적외선 파장대로 관측한 우주의 이미지(가운데)를 같은 적외선 망원경인 스피처 우주망원경의 관측 이미지(왼쪽과 오른쪽)와 비교한 것. 과거엔 형태를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던 별과 은하들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선명하게 포착해낸다. 사진 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R. LARSON/Z. LEVAY

CEERS의 목표는 JWST의 이미지와 데이터를 분석해 우주 초기 은하와 블랙홀, 그리고 별의 형성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것입니다. 초기 우주에 탄생한 은하들이 어떤 녀석들이고 어떤 성질인지, 무거운 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은 어떻게 진화해가는지 등을 살펴봅니다.
이번에 관측된 이미지와 데이터는 CEERS뿐 아니라 세계의 천문학자가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죠.

CEERS는 제임스웹 근무시간 중 총 60시간 정도를 배정받았는데, 그 중 6월에 24시간 정도를 활용해 이런 이미지를 내놨습니다. 나머지 36시간 정도가 쓰일 12월 관측에서는 또 어떤 놀라운 은하들이 우리를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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