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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아들 예금서 5억 인출한 80대 노모가 '유죄' 받은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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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사망시 고인의 예금은 상속인 소유다. 예금은 가분채권으로 상속개시와 동시에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인이 나눠 갖는다. 사진은 셔터스톡.

예금주 사망시 고인의 예금은 상속인 소유다. 예금은 가분채권으로 상속개시와 동시에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인이 나눠 갖는다. 사진은 셔터스톡.

[금융SOS외전-가족쩐]

유가족은 고인의 통장에서 자유롭게 돈을 인출해서 써도 될까. 상당수가 가족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장례비 마련이나 상속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관련 절차를 몰라 골치를 앓는 부분이다.

2020년 80대 노모 A씨가 지병을 앓던 40대 아들이 세상을 떠나자 아들의 통장에서 5억원 상당의 돈을 인출했다가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당시 A씨는 인출한 돈 대부분을 딸 계좌로 이체했다. 아들이 딸에게 빌린 돈 등 채무를 정리해줬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A씨는 아들과 이혼한 며느리의 고소로 사문서위조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망신고 전에 아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아들 명의 예금거래 신청서를 작성해 돈을 뽑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금은 1순위 법정 상속인인 초등학생 손녀에게 상속돼 A씨가 인출할 수 없었다.

예금주 사망 시 고인의 예금은 상속인 소유다. 민법에 따르면 상속 1순위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손자녀), 2순위는 직계존속(부모·조부모), 그다음이 형제자매, 4촌 이내 친족 순으로 이어진다.

예금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 분할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성질이나 가치가 변하지 않는 가분채권이기 때문이다. 예금 같은 가분채권은 상속개시(피상속인 사망)와 동시에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이 나눠 갖는다.

상속인 '전원' 동의해야 예금 인출

공동상속인이 많을수록 고인의 예금을 인출하는 건 쉽지 않다. 사망자 예금의 명의를 변경하거나 해지하려면 상속인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은행에 신청할 수 있어서다.

다만 1000만원 이하 상속예금에 대해선 일부 예외를 두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이자를 제외한 상속예금이 1000만원 이내일 경우 공동상속인의 50% 이상만 은행을 방문하면 예금인출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100만원 이하 소액 예금은 상속인 1인 요청으로도 예금을 지급하는 특례제도를 운영한다.

고인 사망 전 예금을 인출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자칫 상속·증여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피상속인이 일정 기간 재산을 인출한 경우 그 자금 용도를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상속인이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바로 ‘추정상속재산’ 제도다. 상속개시일 1년 이내 2억원, 2년 내 5억원 이상 상속재산이 줄어든 경우가 대상이다.

양경섭 세무그룹 온세의 세무사는 “상속개시일로부터 2년 이내 (피상속인의 재산에 대한) 사용처 소명 의무는 상속인에게 있다”며 “부모의 병원비나 생활비 등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해 ‘꼬리표’를 명확히 남겨놓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재산 임의로 처분했다간 빚 떠안을 수도 

특히 물려받을 재산보다 빚이 많아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고려할 때는 고인의 재산을 임의로 처리해선 안 된다. 고인이 사망한 뒤 상속인이 고인 명의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면 상속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이 제한돼 빚을 떠안을 수 있어서다.

한정승인은 물려받은 재산의 한도 안에서만 피상속인의 빚을 청산하는 절차다. 다만 장례비용은 고인의 재산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장례비용을 ‘상속비용’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는 “부모가 돌아가신 뒤 오래된 차를 폐차하고, 예금 인출하는 등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빚을 알고, 뒤늦게 상속을 포기하려다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며 “피상속인의 재무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한 뒤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금융SOS외전-가족쩐]
가족 간의 쩐의 전쟁(가족쩐)은 지난해 3월부터 연재한 [금융SOS] 코너 외전입니다. 일상 속 ‘돈’으로 얽힌 문제 가운데 결혼과 이혼, 상속과 증여 등으로 생긴 가족 간 돈 문제를 전문가의 도움으로 풀어줍니다. 사랑보다, 피보다 진한 ‘돈’ 때문에 벌어지는 가족 간 분쟁을 막고, 한 푼이라도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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