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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빙하시대] 결혼 빙하시대, 10년 새 42% 줄었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 너무 험난” 혼인·출산 포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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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호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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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한국과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치보다 낮아지는 속도가 더 문제다. 1990년 1.57명이던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명으로 소폭 줄었다. 하지만 2010년에는 1.23명, 2020년엔 0.84명으로 갈수록 낙폭이 커지고 있다. MZ세대가 결혼적령기에 접어들면서 신생아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혼인관계에서 아이를 낳는 게 보편적인 우리나라에서 결혼이 줄면 그만큼 태어나는 아이가 준다. 실제로 결혼건수는 2011년 33만건에서 지난해 19만건으로 42% 감소했다. 여론조사에서 MZ세대가 결혼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집값으로 인한 결혼비용 증가 등 경제적 부담이었다. 하지만 중앙SUNDAY가 20여 명의 미혼남녀를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의 속내는 ‘굳이 결혼해서 출산과 양육이라는 부담을 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생 이정민(23)씨는 “입시 경쟁이나 노키즈존 논란 등을 보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너무 험난해서 무엇을 지원해줘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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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아이를 낳으면 사회가 키워주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윌렘 아데마 OECD 사회정책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에서도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아이를 낳아도 안정적으로 기를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출산을 가로막는 여러 벽 중 하나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우규 한국인구교육학회 회장은 1997년 영국 방문때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낳은 아이를 돌봐주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교장에게 ‘왜 학생이 낳은 아이를 학교에서 키워주냐’고 물으니, ‘부모가 아이의 행복권을 보장해 줄 능력이 없으면 학교나 정부에서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군요. 2022년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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