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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8억 용산 새 영빈관 신축 없던 일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05호 06면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이 800억원대 예산을 들여 옛 청와대 영빈관 성격의 시설을 신축하려고 한다는 보도가 나온 지 단 하루가 지난 시점이었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린 이후 대통령실 자산이 아닌 국가의 미래 자산으로 국격에 걸맞은 행사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이런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즉시 예산안을 거둬들여 국민께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자산 건립이란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국민이 이에 호응하지 않으면 강행할 수 없다는 게 윤 대통령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과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외빈 접견과 행사 지원 등을 위한 ‘대통령실 주요 부속 시설 신축 사업’에 878억6300만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사업 기간은 2023~24년으로 내년에만 497억4600만원이 책정됐다. 이 사실이 지난 15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공개되면서 정치권 공방이 가열됐다. 이에 대통령실은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한 뒤 내외빈 행사를 국방컨벤션센터 등에서 열었으나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잖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기존의 청와대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데 152억원대 예산을 편성한 사실 등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민주당도 거세게 반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전북 전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재민 1만 명에게 1000만원 가까이 줄 수 있는 돈”이라며 전액 삭감을 공언했다. 이 대표는 이어 “국회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못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가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데 국민 여론에 반하는 예산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 의무”라고 주장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호언장담한 대통령실 이전 비용 496억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며 “예결위 심사를 통해 양치기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경고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김건희 여사 녹취록에 있던 ‘청와대 들어가자마자 영빈관을 옮겨야 한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며 “무속인 충고에 국민 혈세 878억원이 더 들어가게 됐는데 복채로 여기기엔 액수가 너무 크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통령실은 내부 긴급회의를 열고 신축 계획 철회로 의견을 모은 뒤 이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 공세에 여론 또한 냉담해지자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전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통령실 인사는 “영빈관 신축 필요성을 시간을 두고 충분히 설명하며 추진했어야지, 안 그래도 민생이 힘든데 800억원대 영빈관 신축 뉴스를 접한 여론이 우호적일 리 없다”며 “이제 막 지지율이 반등세를 타는 데 찬물을 끼얹은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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