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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빙하시대] 작년 신생아 12명 중 1명 난임 시술 지원 받아 태어났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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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호 10면

SPECIAL REPORT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럽거나, 오히려 기피하고 싶어 하는 일이 나는 죽도록 바라도 안될 수 있단 걸 알았어요.”

혼인도, 출산도 기피하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는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해 고군분투하는 부부들이 있다. 결혼생활 10년차인 김정원(39)씨는 “돈과 시간을 쓰고도 아이는 갖지 못하고 건강만 잃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1년 이상 정상적인 부부 관계를 맺었음에도 자연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난임으로 진단한다. 만 35세 이상의 경우 6개월을 그 기준으로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25만1390명이 난임 진단을 받았다. 2020년 22만9774명에서 2만명 가량 증가한 수치다. 고액의 비급여 치료비 등은 난임 부부들에게는 재앙과도 같다. 8년째 난임 시술을 받고 있는 30대 정모씨는 “보통 8번 정도 하면 대략 1억원 정도 든다고 보면 된다”며 “돈도 돈이지만 지원 횟수는 정해져 있고 언제 임신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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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힘든 길이지만 난임 지원의 효과는 명확하다. 인공 수정, 시험관 시술 등 난임 시술을 통한 출생아 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 26만500명 중 8.1%인 2만1219명이 정부의 난임 시술비 지원을 받았다. 신생아 12명 중 1명 꼴이다. 2006년 전체 출생아 중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난 아이가 5453명(1.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비율은 15년 만에 약 7배 증가했다. 이는 정부 지원을 받은 출생아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지원 기준 소득 이상을 버는 난임 부부들이 지원을 받지 않고 낳은 아이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저출산 대책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난임 지원’은 아이를 낳고자 하는 부부의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적으로는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윈윈’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난임 부부들은 지원 횟수와 소득 제한을 문제로 꼽는다. 최대 9회까지만 건강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고, 중위소득 180% 이하 가정만 혜택을 받는다. 일부 맞벌이 부부들은 지원을 받기 위해 휴직을 선택하기도 한다. 회사를 다니다 난임 시술을 위해 휴직한 김정선(41)씨는 “복직도 못하고 아이도 못 낳고 경력 단절만 길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첫 아이만이라도 소득과 횟수에 관계없이 지원해줘야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초산 평균 연령이 35세가 넘어가면서 난임 시술 지원의 중요성이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난임 지원을 신청하는 사람의 수는 매년 증가하는데 실제 그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현재 난임으로 진단을 받은 사람 중 10%도 안된다”며 “개인적으로 난임 지원 사업을 확대하면 최대 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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