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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빙하시대] 출산율 높은 프랑스, 결혼·비혼 가리지 않고 보육 지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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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호 11면

SPECIAL REPORT

지난 4월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한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다. [UPI=연합뉴스]

지난 4월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한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다. [UPI=연합뉴스]

프랑스는 인구 걱정을 별로 하지 않는다. 프랑스엥포(Franceinfo) 1월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의 출생아 수는 2020년보다 증가했고, 그 결과 사망자보다 출생아 수가 많았다고 한다. 지난해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83으로 유럽에서 제일 높았다. 인구학자이자 프랑스 통계청(INSEE) 연구원인 파비엔느 다게는 자국의 출산율 현황에 대해 프랑스의 40세 이상 여성은 학업 연장, 늦은 결혼, 안정적 일자리를 갖기까지 출산을 미뤄도 여전히 아이 갖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이 2명 이상이었던 2010년 이후 조금씩 낮아져 현재는 안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가 출산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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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잘 정비된 가족정책을 구축해 아동수당, 양육비 지급, 세제 혜택 등 현금성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양육 이외에 부모 취업, 주거, 보육 비용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관리하고 있다. 가족정책 실행기관으로 국가가족수당관리공단(CNAF)을 1967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행정구역별 가족수당관리공단 분원(CAF)을 두고 있으며 지역 주민과 해당 지역 거주 외국인에게도 수당을 지급한다. 최근 프랑스인들의 구매력을 키우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가족수당을 4% 상향 조정하고, 주거수당을 3.5% 올려 지난 7월 1일부터 소급 적용했다. CAF는 누리집을 통해 개인생활, 직업생활, 주거, 장애, 안전사고 등 카테고리로 구분하여 어떠한 지원이 있고 어떻게 신청하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가족이나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수당 금액은 가족의 현 상황, 혼인 상태 여부, 자녀의 연령, 수당 수령기간 등에 따라 다르다. 가족수당을 받는 대상은 혼인 부부뿐만 아니라 동거 커플도 포함한다. 또한 시민연대계약(PACS)을 맺은 계약결혼 형태가 가족의 한 유형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들은 동거 커플에 비해 법률적 재정적인 책임을 진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다양한 결혼 상태를 반영한 가족수당 중 대표적인 게 영유아수당이다. 네 가지 종류의 수당을 포함한다. 먼저 출산 또는 입양수당에 해당하며 임신 7개월째에 1회 나온다. 가족의 상황, 예를 들어 1명의 자녀를 키우는지, 맞벌이 부부인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고, 자녀 수가 많아질수록 수당액수가 상향된다. 지급 기준은 1명의 자녀이면서 외벌이 가정의 경우, 출산하거나 입양한 부모에게 총액 3만2520유로(약 4521만원)를 준다.

둘째, 기초수당은 자녀가 태어난 다음 달부터 3세 전까지, 입양아동은 20세 전 최소 12개월 동안 받는다. 가정 당 자녀 한 명에게만 해당하며 자녀가 여러 명이라도 가족 보조금과 중복 수혜는 불가능하다. 1명의 자녀와 외벌이 가정이라면 총액 2만7219유로(약 3784만원)를, 맞벌이 가정이라면 총액이 3만5971유로(약 5000만원)이다.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더 내기 때문에 수당을 더 받는 것이다.

셋째, 자녀교육 분담수당은 양육으로 취업을 못한 가정에 지급하는 수당으로 월 422.21유로(약 58만원)를 받는다. 취업 상황이 반일제인지 시간제 근무인지 여부에 따라 수당액수가 낮아진다. 가정에서 키우는 자녀 수와 부모의 혼인 여부, 한부모 가정 상황을 고려하여 지급 기간과 액수가 달라진다.

넷째, 보육유형 자유선택 보조금으로 부모가 자율적으로 자녀의 보육방식을 선택하고 그에 대한 보조금을 받는다. 6세 미만의 영유아를 가정보육이나 소규모 보육으로 키우는 부모에게 수당을 지급한다. 이 경우, 부모의 월 소득 분위를 세 단계로 나눈다. 1단계 소득 분위(2만1320유로 이하)에서 가정보육을 선택했다면 3세 미만은 월 498.33유로(약 69만원)를 수령하고, 3~6세는 월 249.16유로(약 34만원)를 받는다. 가계소득 4만7377유로(약 6586만원)를 기준으로 이하인 2단계는 314.24유로(약 43만원), 이상인 3단계는 188.52유로(약 26만원)를 받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소득 분위에 상관없이 부모는 자녀를 위해 최소한 15% 경비를 부담한다. 이 중 자녀교육 분담수당과 보육유형 보조금을 동시에 수령할 수 없다. 수당의 중복 수혜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된다.

그 밖에 6세부터 18세까지 학용품 구입이 가능한 개학수당, 3세에서 21세 미만 자녀가 3명 이상의 가족이면 받을 수 있는 가족 보조금이 있다. 개학수당과 가족 보조금은 가정의 소득에 따라 차이가 난다. 가족지원수당은 부모 또는 한부모가 아이를 키울 때 받을 수 있으며 식비 지원도 받는다. 또 장애아 또는 환아 수당, 특수아동 교육수당, 다둥이 수당 등 가족 유형에 따른 수당을 부모에게 직접 지급하고 있으며, 가족 상황에 따라 액수가 조금씩 달라지는 매우 촘촘하고 세밀한 가족수당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가족수당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계 소득에 따라 세금을 달리 책정한다. CAF는 지역 주민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기능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관련 육아 정보와 가족생활교육, 부모교육, ‘가족생활’ 전문 잡지를 발간하여 새로운 가족문화의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의 가족정책은 소득이 많을수록 국가에 세금을 내고 그 세금이 취약계층에게 가족수당으로 재분배되는 식이다. 고용 노동, 주거, 복지, 보육정책 등에 묻혀서 가족을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가장 중심에 둔 국가정책을 펼치고 있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 방안은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 대신에 국가의 지원을 확실히 받을 수 있다는 신뢰와 믿음에서 출발한다. 물질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자녀의 출산이 곧 나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가족 친화적 정책과 함께 긍정적 육아 문화를 정립해야겠다. 프랑스 가족정책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정책 사례가 주는 의미와 실행 가능성에 대한 탐색은 2021년 0.81로 나타난 심각한 저출산율을 극복하는 정책 개발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황성원 건양대 아동교육학과 교수. 이화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루앙대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보육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프랑스 영유아 교육, 방과 후 돌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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