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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유행주의보' 3년만에 발령…겨울도 멀었는데 벌써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년 만에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로 시행했던 방역 조치가 완화됐고, 지난 2년간 독감이 유행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면역이 떨어진 상태서 독감이 빠르게 퍼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11~12월 겨울에 발령됐던 유행주의보가 가을에 발령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독감 예방접종은 오는 21일부터 연령대별로 시작된다.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2019년 이후 처음

15일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붙은 독감예방접종 관련 안내 포스터. 뉴스1

15일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붙은 독감예방접종 관련 안내 포스터. 뉴스1

16일 질병관리청은 전국에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사환자) 비율은 외래 환자 1000명당 5.1명으로 집계됐다. 유행 기준인 4.9명을 넘으면서 3년 만에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가 내려지게 됐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 2년 동안은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조치로 독감 발생이 드물었다. 37주차(9월 4일~10일) 기준 독감 의사환자 분율은 2018년 4.3명, 2019년 3.6명이었고, 코로나19가 시작한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4명, 1.0명이었다. 주요 방역 조치가 사라지면서 올해는 최근 5년 새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년 전인 2017년(37주차, 5.1명) 수준이다.

앞서 질병청은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독감 유행기준을 지난 절기(1000명당 5.8명)보다 강화한 4.9명으로 잡았다. 독감 유행기준은 과거 3년 동안 비유행기간에 발생한 의사환자 분율의 평균값 등을 산출 공식에 반영해 질병청 독감 자문위원회가 결정한다. 곽진 질병청 감염관리과장은 “2020년과 2021년은 뚜렷한 유행이 없었다. 이 기간을 유행 기준 산출 공식에 반영할지가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2020년은 독감이 전무했기 때문에 뺐고, 2021년은 절기가 끝나는 시점에 바이러스가 검출됐기 때문에 이왕이면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준을 잡자는 의견이 모여 기준을 산출하는 데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행주의보 발령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발령 시기도 예년의 11∼12월보다 훨씬 이르다. 다만, 현재 독감 바이러스 검출률은 37주차 기준 1.4%다. 메타뉴모(20.9%),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16.7%), 리노(7.4%), 보카 (7.0%), 아데노(5.6%) 등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보다 낮다.

21일부터 예방접종 시작…코로나19 백신과 동시 접종 가능

독감 국가예방접종사업은 오는 21일부터 시작된다. 2회 접종 대상 어린이(생후 6개월 이상 만 9세 미만 중 인플루엔자 접종이 생애 처음인 경우)를 시작으로, 10월에는 1회 접종 대상 어린이(생후 6개월~만 13세)와 임신부, 만 65세 이상 고령자로 대상이 확대된다. 총 1216만명 규모다.

독감은 대부분 경증으로 자연 치유된다. 하지만 고위험군은 합병증 발생 또는 기저질환 악화로 입원하기도 하고, 일부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질병청은 “인플루엔자에 걸릴 경우 합병증 발생이 많은 임신부와 생후 6개월~만 13세의 어린이 대상자는 해당 일정 중 가급적 이른 시기에 예방접종을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중이염과 세균성 폐렴이다. 이외에도 심근염, 심낭염, 기흉, 기종격동, 뇌염, 뇌증, 횡단성척수염, 횡문근융해증, 라이증후군 등이 생길 수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독감 접종 후 약 2주가 지나야 방어항체가 형성된다. 건강한 성인은 접종으로 70∼90%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백신과 유행 바이러스의 일치 정도, 개인 면역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에 맞아도 된다.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같은 날 한쪽 팔에 독감 백신을, 바로 반대쪽 팔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된다. 2개를 맞았을 때의 부작용은 각각을 맞았을 때의 부작용과 같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백신이 독감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다”라고 했다.

독감은 코로나19와 증상이 비슷하다. 질병청에 따르면, 독감은 상대적으로 38℃ 이상의 갑작스러운 고열, 근육통,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는 일반적인 호흡기 증상 이외에도 후각, 미각이 떨어지고 호흡곤란 등의 특징이 있다. 다만, 증상만으로 정확하게 구별하기는 어려움이 있어 관련 증상 있을 때는 병원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현재 독감과 코로나19 모두 신속항원검사,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있다.

독감에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는 오셀타미비르, 자나미비르, 페라미비르, 발록사비르가 있다. 의사의 처방을 따르면 된다. 독감 감염 후 48시간(이틀) 내에 약을 먹어야 몸 안에 있는 바이러스 증식을 막아 효과가 있다. 투약이 늦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투약 이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다시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특히 호흡곤란, 청색증, 가슴·복부 등 통증·압박감, 탈수, 경련, 심한 고열, 어지럼증, 만성질환 악화 등 증상이 나타나면 응급처치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유행주의보가 발령됐기 때문에 고위험군은 검사하지 않고도 독감으로 의심되면 치료제에 요양급여가 적용된다. 대상은 만 2주 이상 신생아를 포함한 9세 이하 소아, 임신부, 65세 이상, 면역저하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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