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체육관 바닥에 무릎 꿇은 그날, '길이 빛날 하루' 된 까닭[BOOK]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학교 가는 길

학교 가는 길

학교 가는 길
김정인, 발달장애인 부모 7인 지음

책폴

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2017년 9월 5일. 이 책의 저자들은 이날을 ‘대한민국 장애인권운동사에 길이 빛날 하루’였다고 묘사한다. 단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다닐 학교가 없어 등교 두 시간 전부터 집을 나서야 하는 발달장애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울분이 체육관 바닥에 무릎 꿇는 사진으로 알려진 날이다. 부모들만의 투쟁이었던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쟁이 포털사이트 전면을 뒤덮으며 5년 뒤 서진학교 개교로 이어질 수 있었던, 『학교 가는 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발달 장애에 대해 아는 것도, 관심도 없던 저자 김정인 감독은 이 사건을 뉴스로 접하며 새로운 우주를 만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이 살아갈 세상은 자신이 살아온 세상보다 단 한 뼘이라도 나은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운명처럼 토론회장으로 그를 이끈다. 그렇게 서진학교 개교까지 약 3년여의 세월을 다큐멘터리로, 책으로 옮겼다. 장애를 ‘남의 일’로 생각하던 그가 ‘우리의 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솔직하게 담겼다.

'학교 가는 길'의 저자들.

'학교 가는 길'의 저자들.

제목은 '학교 가는 길'이지만, 그 길을 막아선 사람들의 가슴 아픈 속마음도 세밀하게 살핀다. 책은 서진학교 부지이자 전국 최대 규모 영구임대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가양동에 담긴 사회정치적 함의를 여실 없이 보여 준다. 1990년대 실패한 주택정책은 사회적 약자들을 가양동에 몰아넣었고, 이들의 서러움은 공진초‧중학교의 폐교로, 서진학교 설립반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가난을 향한 차별과 배제가 장애를 향한 오해와 편견으로 옮겨갔다”고 표현한다. ‘특수학교 설립을 찬성하면 천사, 반대하면 악마’라는 이분법에 동의할 수 없단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서진학교

서울 서진학교

‘강서구 특수학교 무릎 사건’으로부터 5년, 서진학교 개교로부터 2년이 지났다. 이들이 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도 아득하다. 전국 특수학교 재학생의 45%는 왕복 1~3시간 거리에서 통학한다. 장애를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루가 멀다고 들려온다. 그래도 저자는 이 책에 공감하는 독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여전히 산적한 과제와 현안이 쌓여 있지만, 앞으로는 힘겹고도 외롭게 장애인 부모들만 싸우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단언컨대, 당신이 있기에 지금 이 나라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