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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잣대' 회계로 기업 길들이기를 경계하라[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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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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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경영하라 5

최종학 지음
원앤원북스

주식에 투자한다는 건 부분적으로 기업의 주인이 된다는 말이다. 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라도 기업의 재무제표를 찾아보는 건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재무제표의 딱딱한 숫자를 넘어 기업의 속사정을 이해하려면 회계 지식이 필요하다. 회계를 모르면 주식 투자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대 회계학 교수인 저자가 사회적 주목을 받았던 회계 이슈를 정리한 다섯 번째 책을 펴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논란, SK㈜의 연결재무제표 작성 범위 논란, 아시아나항공의 회계 대란 등이다. 앞뒤 사정과 저자의 의견을 담아 입체적으로 사건을 재구성한 건 이 책의 미덕이다. 덕분에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저자의 설명을 쫓아가다 보면 사건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금융당국의 속내가 무엇이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저자가 가장 경계하는 건 정치권력이 회계에서 '고무줄 잣대'를 적용해 특정 기업을 괴롭히거나 봐주는 것이다. 때로는 회계 기준을 잘못 적용했다는 이유로 대기업 경영진을 감옥에 보내기도 한다. "전문적인 회계 이슈에 대해 전문가들의 판단을 믿지 않고 비전문가인 법원에서 판단해야 하는 사실이 서글프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덧붙이자면, 저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에 대해 "업계와 학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조작 사건'이라고 부를 정도로 의견 차이가 크다"고 소개한다. 이렇게 회계 기준이 고무줄 잣대가 된 원인으로 2011년 도입한 국제회계기준(IFRS)을 꼽고 있다. IFRS의 철학은 '경제적 실질'에 따라 회계 처리를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 실질이 뭔지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정치권력이 회계 기준을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는 틈새를 제공한 셈이다. 회계업계에선 "IFRS와 이혼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저자도 이런 견해에 공감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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