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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아름답게 살 권리 확인시켜주는 디자인 페어

중앙일보

입력

[퍼즐] 조성은의 도서 공간 이야기(5) 

9월은 민족 대명절 추석도 있지만 세계 디자인 도시들에서 펼쳐지는 디자인 축제가 가득한 달이다. 세계 최대 실내장식 박람회인 메종 오브제와 함께하는 ‘파리 디자인 위크’, 북유럽 최대의 디자인 축제인 ‘헬싱키 디자인 위크’, 디자인 수도로서의 창의성과 다문화의 저력을 볼 수 있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까지. 전시장 뿐만 아니라 도심 전체가 다양한 볼거리, 이벤트들로 가득한 디자인 축제의 장이 된다.

행사 날짜가 다가올수록 홈페이지에 빠르게 업데이트 되는 뉴스들을 통해 분위기를 어느정도 읽을 수 있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기약없이 중단됐던 축제들이 속속 재개되며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새로운 생활에 대한 제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친환경에 대한 아이디어는 한층 더 강화되었고, 비대면 관람을 위한 디지털 전시장을 오픈하고 재택을 위한 홈오피스에 관한 아이디어들이 흥미롭다. 아름답게 살 권리를 디자인 축제를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으며 세계 최고의 브랜드, 디자이너, 메이커, 크리에이터들이 이번에는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신선한 충격과 경험을 줄지 설렘과 기대가 가득하다.

라이프스타일 북큐레이션 맥락장 중 일부. [사진 조성은]

라이프스타일 북큐레이션 맥락장 중 일부. [사진 조성은]

디자인 위크 기간은 나 또한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나 책들이 업데이트 되는 기간이다. 운영하고 있는 서점 한 켠에는 한눈에 라이프스타일의 맥락을 볼 수 있도록 맵핑 형태의 북큐레이션 책장을 두고 있는데,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인 또는 디자이너의 키도서들이 그룹핑 형태로 구성 되어있다. 이 책장은 고객들이 서점에서 가장 좋아하시는 코너이기도 하다. 취향 찾기에 앞서 자신에게 맞는 생활의 스탠다드를 세울 수 있는 아카이브 책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여기서의 책의 역할은 생활에 닿아 있는 쓸모 있는 지식이 되었으면 하고, 생활을 풍요롭게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카탈로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장은 수시로 새로운 정보들로 책들이 더해지면서 카테고리가 가득차면 하부 카테고리로 유닛으로 별도의 코너를 만들기도 하는데,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의 디자이너의 책들, 전시도록, 특별판들이 더해지며 관계성이 확장되고 재배치된다.

전통과 현재, 연결로 키워지는 미의식

9월의 디자인 여행은 일본의 소도시의 페스티벌에도 관심이 다다랐는데, 장인의 전통을 계승하는 슬로건 아래 목가구로 유명한 지역에서 개최되는 히다가구축제였다. 가구 컬렉터의 공간에서 라이브러리를 만들기 위해 일했던 터라 가구의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에 빠져 있었고 특히 나무가구의 물성과 로컬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던 시기였다. 대도시와 다르게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 지 궁금해서 찾아갔다. 고요하고 거대한 비와호 호수를 한참을 지나 뾰족뾰족 구비구비 솟아오른 엄청난 크기의 나무들로 둘러싸인 숲과 터널을 지날수록 괜히 왔나 후회가 밀려왔다. 그렇게 한참을 가서 정차한 다카야마역. 가구 장인의 마을 답게 역은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작은 목가구 전시장이었다. 후회가 기대로 바뀌었던 순간이었고 차원이 다른 디자인으로 소도시 역사의 포스에 놀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역의 마을문화,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와 기술의 임계치가 넘쳐 만든 풍경이지 않을까 싶었다. 연결에 대한 의미가 더 깊어졌던 시간이었다.

다카야마역의 풍경. [사진 조성은]

다카야마역의 풍경. [사진 조성은]

다카야마역의 풍경. [사진 조성은]

다카야마역의 풍경. [사진 조성은]

다카야마역의 풍경. [사진 조성은]

다카야마역의 풍경. [사진 조성은]

디자인 페어를 간다는 건 단순히 최신 트렌드나 신상품을 보러 간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총체적 문화를 경험하러 가는 일과 같다. 직접 보고 즐기는 디자인 페어는 SNS 속 넘치는 이미지들로 읽는 디자인과 확연히 다른 결을 가진다. 또한 생동감 있는 도시의 에너지 속에서 디자인은 마케팅의 메시지만을 발신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라는 맥락 속 좌표에 위치한다. 전통이 현재와 이어져 헤리티지가 되는 과정에 배움이 있다.

좋은 디자인을 접한다는 것은 좋은 감각과 이어져 있다. 좋은 물건을 볼 줄 아는 안목과도 연결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 대중의 욕망의 수준이 아닌, 미의식으로서 문화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욕망의 에듀케이터’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들의 일상에도 사진 한장으로 소임을 다하는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보다 좋은 디자인을 볼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올 가을도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센스와 감각을 태도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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