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무사 ‘계엄령 문건’ 왜곡, 진상 낱낱이 밝혀져야

중앙일보

입력 2022.09.16 00:09

업데이트 2022.09.17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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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당, 문 정부 ‘계엄 문건’ 유출 혐의 송영무 등 고발

투명한 수사로 거짓 선동 관련자들에게 책임 물어야

문재인 정부는 2018년 7월 “기무사가 쿠데타 음모를 획책했다”고 발표해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청와대 대변인이 직접 나서 기무사발 2급 비문(秘文)인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을 공개하고, 기무사가 광화문·여의도 탱크 투입 등 섬뜩한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도 “불법적 일탈 행위”라며 민·군 합동수사단을 꾸리라고 엄명했다. 합수단은 검사 37명을 투입해 104일간 200명 넘는 사람을 조사하고 9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쿠데타 증거는 하나도 찾지 못했다. 부수적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로 기무사 전 참모장 등 3명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1심에서 전원 무죄가 선고됐다.

 2018년 7월 2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 중앙포토

2018년 7월 2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 중앙포토

계엄령 문건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상황에서 비상사태에 대비해 기무사가 계엄령 절차를 검토한 보고서일 뿐, 실행 계획이 아니었다. 문건 공개 넉 달 전 내용을 들여다본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 국방위 소속 이철희 의원이 문건을 입수, 공개하고 친여 성향 단체인 군인권센터에 넘어가 공론화되자 당시 여권은 기존의 입장을 뒤집어 ‘기무사의 쿠데타 음모’로 몰아갔다. 문 대통령은 수사 결과도 보지 않은 채 기무사 ‘해편’을 지시했다. 이로 인해 기무사는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수사받고 부대원들은 야전 부대로 쫓겨나는 등 해체 수순을 밟았다. 기관 명칭도 안보지원사령부로 바뀌는 등 대한민국의 방첩 기능은 눈에 띄게 약화했다.

이와 함께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을 불법 사찰했다”는 주장까지 했다. 세월호 현장에서 군의 유족 지원 현황을 취합한 기무사의 정상적인 업무 행위를 ‘사찰’이라 낙인찍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대검찰청도 2019년 12월부터 1년2개월 동안 기무사에 불법 사찰 등 세 가지 혐의를 적용하고 모든 수사력을 집중해 탈탈 털었다. 하지만 단 한 점의 증거도 찾아내지 못하고 2021년 1월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맹탕으로 끝난 ‘기무사 사찰 의혹’ 수사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법원 영장 심사를 받은 지 사흘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불행한 사태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그제 기밀 문건을 언론에 유출하고 왜곡·공표한 혐의 등으로 송영무 전 장관과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제라도 엄정한 수사를 통해 기무사 계엄령 문건 왜곡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밝혀 진실을 가리기 바란다. 또한 의도를 가진 거짓 주장과 선동으로 밝혀질 경우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주당은 ‘기무사 부활 획책’이라며 소 취하를 요구하고 반발했는데, 납득할 수 없다. 의혹을 해소하고 진상 규명에 협조하는 게 공당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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