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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감옥서 재소자 200명과 촬영…10m 걷는 게 무서울 정도로 살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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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넷플릭스 '수리남' 주연 하정우

넷플릭스 '수리남' 주연 하정우

“이 자리를 통해 많은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배우 하정우(사진)는 먼저 고개를 숙였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벌금형을 받고 활동을 멈춘 뒤 2년여만의 복귀작 ‘수리남’(넷플릭스)으로 지난 13일 언론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이어 “배우로서 살아오면서 놓친 것은 무엇이었을까, 잘못했던 것, 누군가에게 상처 줬던 것은 무엇이 있을까 진하게 돌아보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정우가 2020년 영화 ‘클로젯’ 이후 2년 반 만에 출연한 신작 ‘수리남’은 그가 윤종빈 감독에게 직접 연출을 제안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실제 수리남에서 활동했던 마약왕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하정우는 수리남에 홍어 비즈니스를 하러 갔다가 마약상 전요환(황정민)의 작업에 이용돼 누명을 쓰고 옥살이까지 하게 되지만, 국정원 작전에 투입돼 살아남으려 분투하는 민간인 강인구를 연기했다.

하정우는 “8년 전쯤 아는 PD로부터 제안을 받았는데, 남미 국가에 한인이 들어가서 마약 비즈니스를 한다는 설정 자체가 참신하게 느껴졌다”며 “처음엔 ‘영화로 만들기엔 너무 방대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해 몇 년씩 표류하다가 시리즈물로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도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 두 편의 영화 각본을 쓰고 연출을 했을 만큼 제작 쪽으로도 관심이 큰 하정우는 “오래전부터 어느 나라든 주요 도시의 코리아타운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큰 흥미를 느꼈고, 직접 트리트먼트까지 쓴 적도 있다고 했다.

그가 흥미를 갖는 해외 동포들처럼 ‘수리남’ 속 강인구 역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머나먼 수리남으로 떠났다가 고초를 겪는 인물이다. 작품 속에는 중남미를 배경으로 컵라면, 인삼주, 커피믹스 등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들이 등장하고, 강인구는 그 시절 우리네 가장들이 으레 그랬듯 가족 부양에 대한 책임감과 부성애 하나로 온갖 험난한 상황들을 헤쳐 나간다.

‘수리남’은 마약 대부 전요환(황정민)과 국정원 검거 작전에 투입된 민간인 강인구(하정우)의 심리전이 관전 포인트다. [사진 넷플릭스]

‘수리남’은 마약 대부 전요환(황정민)과 국정원 검거 작전에 투입된 민간인 강인구(하정우)의 심리전이 관전 포인트다. [사진 넷플릭스]

하정우는 부성애 표현에 대해 “저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직접 애를 낳고 키워본 윤 감독에게 100% 기댔다”며 “인구의 부성애를 시청자가 느꼈다면, 감옥에서도 아이들 성적표를 신경 쓰는 등의 디테일한 대사가 쌓여서 설득력을 이룬 게 아닐까 싶다”고 윤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수리남’을 찍는 과정은 특히 도미니카공화국에서의 해외 촬영이 만만찮았다. 예컨대 강인구가 해외 감옥에 갇히는 장면은 실제 현지 교도소의 재소자 200명을 동원해 찍은 것이어서 “10m를 걸어가기가 무서울 정도로 살벌했다”고 회상했다. 또 6회에 등장하는 수중 액션신은 예방주사를 맞고, 기생충 약까지 먹은 뒤 수질이 좋지 않은 도미니카의 물속에서 3일에 걸쳐 찍었다.

하정우는 “한번 물속에 빠지면 피 분장을 다시 하고 들어가야 해서 정말 고생했다. 촬영이 끝났을 때 정말 도미니카를 탈출하는 기분이었다”고 돌이켰다.

하정우는 인터뷰 당일 미국 에미상 6관왕 소식이 전해진 ‘오징어 게임’을 향한 부러움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수리남’이 올해 추석 연휴에 공개됐듯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추석에 공개돼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하정우는 “오늘 아침에 속보로 전해진 수상 사진을 보면서 우리 ‘수리남’ 팀 얼굴을 오려서 넣어봤다”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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