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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계엄 문건’ 의혹 고발장 보니…“문 민정실도 문건 문제없다 판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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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이른바 ‘계엄령 검토 문건(이하 계엄 문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법률적으로 검토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14일 직권남용, 군사기밀유출 및 기밀손괴 혐의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해 대검찰청에 접수한 고발장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국민의힘 측은 이를 근거로 “2018년 7월 문건이 공개되기 전부터 송 전 장관이 계엄 문건에 불법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는데도 군이 내란 음모를 꾸민 것처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가 제출한 고발장엔 2018년 7월 계엄 문건이 공개된 당시 상황이 담겼다. 7월 5일, 당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무사가 탄핵 심판 때 위수령·계엄을 검토했다”며 문건의 존재를 알렸고, 다음 날엔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이 “촛불집회에 군 병력을 투입하려던 구체적 계획이 드러났다”며 문건 일부를 공개했다.

계엄 문건의 파장이 커지던 7월 6일 저녁 청와대 이기헌 선임행정관은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에게 전화해 “민정수석실도 3월에 계엄 문건을 사전 보고받아 법률 검토를 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서 “송 장관이 왜 이제 와서 난리 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강원 당시 참모장도 중앙일보에 실제 이런 통화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다만 소 참모장이 이 정황을 당시 국방부 검찰단에 진술하자, 이 행정관은 다시 전화를 걸어와 “내가 언제 그랬느냐”며 말을 번복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측은 2018년 3월 이석구 당시 기무사령관(아랍에미리트 대사)이 송 장관에게 문건을 보고한 뒤, 청와대에도 보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송 전 장관은 문건에 대해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법률 자문을 받았고, 국방부 내 간부 회의에서 “기무사 위수령(계엄령) 관련해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준비계획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함.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계엄 문건이 논란이 되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한 적 없다’는 확인 문건을 만들어 회의 참석자들에게 서명 받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송 전 장관이 자신의 발언을 숨기기 위해 부하들에게 서명을 받으려 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이 전 기무사령관은 군사2급 기밀인 계엄 문건을 반납하지 않았다며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기밀손괴 혐의로 각각 고발했다. 임 군인권센터장에 대해선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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