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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급망 재편에 급해진 중국, 한국에 ‘서열 3위’ 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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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 대회 상무위원장이 15일 밤 서울공항을 통해 방한했다. 66명의 대규모 수행단을 대동하고 방한한 리 위원장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 대회 상무위원장이 15일 밤 서울공항을 통해 방한했다. 66명의 대규모 수행단을 대동하고 방한한 리 위원장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이 15일 한국을 찾았다. 새 정부 들어 중국공산당 최고위급인 정치국 7인 상무위원의 첫 방한이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은 상무위원보다 아래인 서열 8위다. 리 상무위원장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진표 국회의장과 한·중 국회의장 회담을 하는 등 17일까지 머문다.

리 상무위원장의 이번 방한은 지난해 2월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이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한 데 대한 답방이자,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차원에서 이뤄졌다. 동시에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정책 등으로 한동안 단절됐던 고위급 교류를 재개해 양국 현안을 논의하고 협력을 모색한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최근 미·중 공급망 경쟁이 거세지면서 중국 입장에선 세계적 반도체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의 협력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는 이유도 있다. 실제 이번에 방한한 66명 규모의 중국 대표단엔 경제·산업 분야 장관급 인사가 여럿 포함됐다.

16일 LG그룹의 연구개발(R&D) 핵심 시설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방문 일정을 잡은 것도 이런 배경을 잘 드러낸다. 지난 7월 방한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도 이곳을 찾았다. 미·중 양국이 한국에 잇따라 ‘공급망 러브콜’을 보내는 셈이다.

시점과 예우에서도 양국의 협력 강화 의지가 엿보인다. 국회에서 이광재 사무총장이 공항에 나가 리 상무위원장을 영접했다. 지난달 미 국가 의전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방한 당시 한국 측에서 공항 영접에 나서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 역시 당시 휴가 기간이라는 이유로 펠로시 하원의장과 대면 없이 통화만 했지만, 리 상무위원장은 직접 만난다.

이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리 상무위원장의 이번 방한은 철저히 경제외교에 초점을 맞췄고, 동행한 장관급 인사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한·중 경제협력의 키맨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직접 도모하기 어려운 경제 협력 과제를 한·중 국회 차원에서 풀고, 양국 경제 협력의 다리를 놔 보자는 의도로 우리 쪽에서 먼저 ‘경제에 초점을 맞추자’고 제안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가 확정될 다음 달 16일의 중국공산당(중공)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대)를 한 달 앞둔 시점에 리 상무위원장이 방한한 것도 의미가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등의 이유로 그동안 ‘우호·친선 관계’를 강조해온 북한과도 아직 최고위급 교류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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