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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영혼 파괴하는 스토킹, 신당역 살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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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5일 오후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1. 끔찍한 스토킹 살인이 14일밤 터졌습니다.

서울 지하철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여성(28)역무원이 스토커 남성 전모씨(31)의 흉기에 희생됐습니다. 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었지만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못했습니다.

2. 스토킹이 심각한 건..첫째로‘영혼을 파괴하는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극심합니다. 신당역 희생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토커는 3년 동안 희생자를 괴롭혔습니다. 모욕적인 욕설과 섬뜩한 협박이 담긴 전화ㆍ메일ㆍ문자, 불법촬영 영상과 조작 이미지까지 3년간 300여건의 폭력이 반복됐습니다.

3. 스토킹이 심각한 두번째 이유는 ‘살인의 전조’라는 점입니다.
처음엔 ‘방화사건’으로 알려졌던 2019년 진주아파트 방화ㆍ살인이 대표적입니다. 범인 안인득(당시 42세)은 아파트 방화 이후 복도에서 흉기를 휘둘러 대피하던 주민 5명을 살해하고 17명에게 부상을 입혔습니다. 스토킹하던 여고생(당시19세)을 살해하던 과정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입니다.

4. 스토킹 범죄가 악성인 세번째 원인은 ‘사랑싸움’이라 치부하는 잘못된 통념입니다.

흔히 말하는 ‘10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남성중심적 마초관념입니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찍어 넘어뜨리는 나무라 생각하니, 일방적인 욕정과 소유의 대상으로 간주합니다. 대체로 가해자인 남성중심의 관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피해자인 여성은 ‘애정문제’라는 울타리에 갇혀 속앓이만 하게 됩니다.

5. 신당동 사건은 ‘스토킹 처벌법’의 한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작년 10월 피해여성의 고소에 따라 경찰이 전모씨를 긴급체포해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기각했습니다. 주거지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판사는 스토킹범죄의 심각성을 과소평가 했습니다.

올해 1월 피해여성은 ‘스토킹 처벌법’에 따라 전모씨를 2차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영장기각됐던 사건’이라며 영장신청조차 않았습니다. 상황이 더 심각해졌고, 법이 더 엄격해졌는데도..경찰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신변보호도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한달간 피해자를 ‘안전조치대상자’로 등록했다가 종료했습니다. 별 사건이 없었고, 피해자가 원치 않았다고 하지만..이후 가해자의 접근을 막지 못했습니다.

6. 사건현장에 가장 먼저 나타난 주요인사가 한동훈 법무장관입니다.

한동훈은 15일 저녁 7시 혼자 현장을 찾아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답니다. 법무부는 스토커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법개정을 입법예고한 상황입니다.
그 정도로 부족합니다. 스토킹 처벌법을 ‘피해자 보호’중심으로 뒤집어,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통제를 대폭강화해야합니다. 한동훈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칼럼니스트〉
2022.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