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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역무원 살해범은 前동료…스토킹 판결 전날 참극 벌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신당역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남성 A씨(31)가 피해자를 평소 스토킹해 온 직장 동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은 스토킹 혐의 등에 대한 법원의 선고(15일)를 하루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15일 오전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 인근의 모습. 뉴스1

15일 오전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 인근의 모습. 뉴스1

서울 중부경찰서는 A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해 수사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9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당시 집에서 쓰던 흉기와 샤워캡을 준비해 B씨가 근무하던 신당역으로 향했다. 그는 지하철 6호선 구산역에서 일회용 승차권을 끊고 승차해 신당역으로 이동한 후 1시간10여분 동안 화장실 앞에서 B씨를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당시 화장실에 있던 시민이 피해자의 비명을 듣고 비상벨을 눌렀고 시민 1명과 사회복무요원 1명, 역사 직원 2명이 A씨를 제압해 경찰에 넘겼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미 사망한 뒤였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신당역 역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서울 중부경찰서를 방문해 보고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신당역 역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서울 중부경찰서를 방문해 보고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지난해 이미 B씨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B씨는 지난해 10월 7일 가해자 A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서울 서부경찰서에 고소했다. 다음날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서울 서부지법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 및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A씨를 풀어줬다.

B씨는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간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아왔다. 안전조치 기간 중 A씨의 추가 가해시도가 없었고 B씨도 안전조치 연장을 원치 않아 신변보호는 종료됐다. 스마트워치 지급, 연계순찰 등 다른 조치 역시 피해자가 원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A씨의 스토킹이 다시 시작되자 B씨는 지난 1월 27일 다시 A씨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를 구속 수사하려다 한 차례 좌절한 경찰은 이번엔 불구속 상태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두 사건을 병합 심리해 온 서울 서부지법은 이날 A씨에 대한 선고를 예정했다가 이번 사건 발생을 이유로 선고기일을 29일로 미뤘다. 지난달 18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18년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했다. A씨는 3호선 불광역에서 근무했으며 피해자와 함께 근무한 사실은 없었다. A씨는 지난해 10월 불법촬영 혐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뒤 직위해제된 상태다. 범행동기와 관련해 경찰관계자는 “수사와 재판 진행과정에서 B씨에 대한 원한을 갖게 된 A씨가 보복성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살인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복범죄라는 것이 보다 명확해지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협박 등) 혐의 등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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