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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원 외교위 ‘대만 동맹 지정법’ 통과…中 “결연히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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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대만을 동맹으로 지정하고 사상 처음으로 직접 군사비를 지원하는 ‘대만정책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유지된 ‘하나의 중국’ 정책을 뒤흔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로버트 메넨데스(왼쪽)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 지난 4월 15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의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로버트 메넨데스(왼쪽)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 지난 4월 15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의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는 토론 끝에 대만정책법안을 찬성 17표, 반대 5표로 가결하고 본회의로 넘겼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찬성이 우세했다. 법안 발의도 상원 외교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스(민주당·뉴저지주) 상원의원과 린지 그레이엄(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이 함께 했다. 이들은 지난 4월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만났다.

이날 메넨데스 상원의원은 “오늘의 강하고 초당적인 투표는 대만 국민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지지를 보여준다”며 “중국과 전쟁이나 긴장을 추구하지 않지만,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짐 리시 공화당 상원의원도 “대만이 (중국에 맞서) 항전할 기회를 주고 싶다면, 지금이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14일 오후 7시 40분(현지시간) 미 상하원 의원 대표단이 미 군용기를 통해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AP=연합

지난 4월 14일 오후 7시 40분(현지시간) 미 상하원 의원 대표단이 미 군용기를 통해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AP=연합

법안은 대만에 향후 5년간 65억 달러(약 9조원)의 군사비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고 이날 CNN은 전했다. 미국 정부는 군사비 지원 외에도 대만을 한국·이스라엘·일본 등 비나토 동맹(Major non-NATO ally) 수준으로 대우하고, 국제기구 및 다자간 무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법안엔 중국이 대만에 중대한 공격 위협을 할 경우 중국 국영 은행 등을 제재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 법안은 미국이 대만에 대한 정책을 지난 1979년 이후 가장 포괄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을 갖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을 갖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의회전문지 더힐에 보낸 성명서를 통해 “대만정책법안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총체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통과된다면 양국 관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법률이 되면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극도로 크게 흔들 것”이라며 “중국은 이에 결연히 반대하며, 이미 미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통해 중국과 대만, 홍콩은 나눌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미국도 1979년 중국과 수교하는 동시에 대만과 단교하고, 대만관계법을 토대로 대만의 방어를 지원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법안이 실제 통과되기까진 상‧하원 표결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 등 절차가 남아 있다. 양당 내부에서도 대만에 대한 지원 확대에는 공감하지만, 현 법안은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랜드 폴(공화당·켄터키주) 상원의원은 “뒤따를 결과에 대한 공감 없이 긴 시간 이어진 정책을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과의 관계 전반을 바꾸는 법안 내용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백악관이 공식적인 반대 성명을 내진 않았지만, 법안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고 이날 더힐은 전했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의회에서 제안된 법안이기 때문에 앞서 나가고 싶지 않다”면서도 “의회와 법안에 대해 논의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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