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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에 쓴 밧줄이 증거됐다…청주 여중생 '악마 계부' 25년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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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양과 C양이 지난해 5월 9일 마지막으로 함께 찍은 사진. [사진 C양 유족]

B양과 C양이 지난해 5월 9일 마지막으로 함께 찍은 사진. [사진 C양 유족]

여중생 2명 성폭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  

여중생 2명이 성폭행 피해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사건’ 관련, 가해자에게 징역 25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5일 성폭력처벌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7)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심이 정한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제한, 피고인 신상정보 공개·고지(10년), 보호관찰(5년) 명령 역시 유지했다.

A씨는 의붓딸인 B양과 친구 C양을 잇달아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기소됐다. 앞서 두 여중생은 성폭행 피해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A씨 구속 등 수사가 늦어지자, 지난해 5월 12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는 2013년께 B양을 성추행했으며, B양이 13세가 된 2020년에도 잠을 자고 있던 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1월 17일 자신의 집에 놀러 온 C양에게 술을 먹이고, C양이 잠든 사이 성폭행을 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의 친족 강간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A씨가 B양을 강간했다는 증거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였다. B양은 C양 소개로 지난해 2월 정신과 면담에서 성폭행 피해를 언급했으나, 3월에 있은 경찰 조사에서 “꿈인 것 같다”고 엇갈린 진술을 했다. 1심은 숨진 B양의 정신과 의사 면담 기록과 경찰 진술을 토대로 2020년 가을~겨울께 A씨가 의붓딸에게 유사성행위를 가한 것으로 봤다.

청주 여중생 사건 항소심 결심일인 5월 12일 충북 청주시 성안길에서 가해자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추모식이 열렸다. 최종권 기자

청주 여중생 사건 항소심 결심일인 5월 12일 충북 청주시 성안길에서 가해자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추모식이 열렸다. 최종권 기자

법원 “피해자 생전 진술 신빙성 인정”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추가 수사 자료 등을 근거로 A씨의 의붓딸 성폭행 범행을 유죄로 판단했다. B양이 생전 친구와 나눈 대화, 정신과 의사 면담 기록, 자해 기록, 범행도구로 쓰인 밧줄 등이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B양 성폭행 당시 의붓딸의 팔과 다리에 밧줄을 묶고, 얼굴에 파스를 붙여 강간한 것으로 드러났다. C양 유족은 친족 강간 혐의 입증을 돕기 위해 지난해 12월 A씨의 회사를 찾아가 B양이 생전에 경찰 조사에서 언급한 흰색 바탕에 파란색 줄무늬 밧줄을 찾아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은 피고인으로부터 강간 범행 등을 당한 경위를 시간적 흐름에 따라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묘사했다”며 “다른 증거와 모순·저촉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 진술의 동기도 없어 충분히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C양의 아버지 박모(50)씨는 “마지막까지 성폭행 혐의를 부인한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려 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수사과정에서 A씨의 구속 영장이 2번이나 집행되지 않는 바람에 딸 아이와 친구가 고통을 호소하다 세상을 떠났다. 향후 성폭행 범죄 수사에서 가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분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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