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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말이냐 방구냐" 분노…새마을금고 회장 서한내용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전북 남원의 새마을금고에서 여성 직원에게 밥짓기·빨래 등을 시켜 갑질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박차훈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이 대응책을 밝힌 서한문에 ‘세대차’를 거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새마을금고.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새마을금고.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세대차 탓? 서한문 논란

지난 5일 새마을금고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박 회장의 서한문은 “최근 연일 터지고 있는 금융사고에 이어 모 금고의 갑질 문제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고, 이는 전체 조직 차원의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한 국민적 공분은 새마을금고 이미지에 치명적 손상은 물론 격을 떨어뜨리고 있어 안타깝다”는 말로 시작된다.

문제는 이어진 뒷 문장이었다. 박 회장은 “최근 새마을금고는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고, 이로 인해 매년 신규직원 채용규모가 확대되어 젊은 신세대 직원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젊어지고 있지만 직원 간 세대의 폭은 넓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신규직원이나 후배직원으로서의 자세도 필요하겠지만, 금고의 중심이 되는 실무책임자를 포함한 지점장 등 선임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동·인권단체인 직장갑질119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8월 동남원새마을금고에 입사한 한 여성직원 A씨는 창구 고객 응대와 예금 업무 등과 무관한 밥 짓기와 설거지, 수건 빨래 등을 했다. 회식 강요와 간부들의 폭언과 험담 등이 2년 넘게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4월 직장갑질119에 도움을 받아 지난달 국민신문고에 진정을 넣고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6일 해당 새마을금고에 대한 특별감독에 들어갔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도 직원을 파견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한문이 게시되자 지난 6일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금고가 갑자기 커져 젊은 세대가 들어와 세대간 간격이 커졌다고 하는데, (이번 문제는) 갑자기 발생한 게 아니라 원래부터 물려 내려온 것”이라거나 “가족같은 분위기 때문에 이 일이 벌어진건데 아직도 원인을 다른데서 찾네” 등 비판과 냉소가 줄이었다. “말이냐 방구냐” “분통 터진다” “보여주기식”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박차훈 새마을 금고중앙회장. 연합뉴스

박차훈 새마을 금고중앙회장. 연합뉴스

박 회장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향후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직진단 컨설팅을 실시하고, 중앙회 내부에 금고 조직문화 개선 전담조직을 신설해 새마을금고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고자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앙회 차원의 강도 높은 관리나 감독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지역 새마을금고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갖고 있으나 지역 금고가 모두 독립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어 중앙 차원의 관리·감독이 쉽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새마을금고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갑질 논란이 불거진 이후 새마을금고는 1300개 지역 금고를 상대로 실태조사에 나섰으나, 두시간여 만에 취합해 올리라고 하면서 졸속조사 논란이 일었다. 독자 제공

지난달 2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새마을금고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갑질 논란이 불거진 이후 새마을금고는 1300개 지역 금고를 상대로 실태조사에 나섰으나, 두시간여 만에 취합해 올리라고 하면서 졸속조사 논란이 일었다. 독자 제공

“언론보다 내부 신고 바란다” 내용도

서한문에선 언론 제보 자제를 요청한 대목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회장은 “언론 등 외부로부터 시작해 사건을 처리하게 될 경우 중앙회 차원의 적시적 대처와 조치에 제한 사항이 많아 피해자 보호에 어려움이 많다. 금고감독위원회 소관 지역검사부의 고충지원창구나 금고고충처리로 적극 신고해주길 바란다”고 썼다.

새마을금고 직원 B씨는 “사실상 바뀐 게 없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을 불러놓고 직장 내 괴롭힘 건의사항을 수렴하면 뭐하나. 의미 없는 일이고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익명제보나 고충처리제도도 결국엔 실무책임자나 이사장에게 먼저 연락이 간다고 하더라. 도움이 안 돼 외부로 제보한 것인데 현실적인 대책 없이 이미지만 신경 쓰는 것 같아 화가 나고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갑질 논란에 대해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2022년에 일어났다고 하기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갑질과 전횡을 막기 위한 예방 장치가 없는 상태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익명으로 전국 단위의 전수조사가 시급한 상황인데, 새마을금고를 관할하는 행정안전부는 움직일 조짐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의 서한문이 빚은 논란에 대해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표현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본래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시스템 개선으로 금고 직원분들의 피해를 적극 해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해명했다. 익명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고 일부의 일탈이라 생각된다”면서도 서한문에 대해 “중앙회장도 일반론적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 등을 역임한 박 회장은 2018년 경선을 거쳐 임기 4년인 제17대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12월 대의원 투표에서 연임이 확정된 박 회장의 임기는 2026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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