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두부터 샤오미, 텐센트 이어 화웨이까지. 중국 인터넷 거물들이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판 배달의 민족 메이퇀뎬핑(美團点評, 이하 메이퇀)도 모빌리티 산업 확장에 분주한 모양새다.
최근 메이퇀은 신에너지차의 상위 산업인 ‘동력 배터리(리튬이온배터리 및 니켈 수소 배터리)’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8월 25일, 전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분야의 선도 기업인 중국 신왕다(Sunwoda·欣旺達)는 자회사인 ‘신왕다 EVB’의 전환사채 발행 및 관련 거래를 공개했다.
*신왕다 EVB는 신에너지 자동차 회사에 전기 자동차 배터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자동차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업체다.
공시에 따르면 신왕다EVB는 12개 기업과 각각 전환사채협정(사채로서 발행되었지만 일정 기간 경과 뒤 소유자의 청구에 의하여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을 체결했다. 해당 기업들에 발행한 금액은 약 11억 9천만 위안으로, 해당 자금은 신왕다의 자동차 배터리 운영 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기업 명단에는 선전의 컨설팅 업체 메이주메이펑(美珠美鵬)도 포함되어 있는데, 해당 회사의 실무자는 메이투안그룹의 투자 회사인 메이투안룽주(美团龙珠)의 창업자 주융화(朱擁華)다. 또 메이퇀뎬핑의 CEO 왕싱(王興)도 주주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열흘 전 중국 일부 매체에 따르면 신왕다 EVB는 60억 위안 시리즈 A 파이낸싱을 완료했다. 시리즈 A 라운드 이후 신왕다 EVB의 시장가치는 약 300억 위안으로 치솟았다. 해당 투자자 명단엔 역시 메이퇀도 포함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신왕다는 2022년 1월~7월 전 세계 동력 배터리 누적 설치 용량 부문에서 총 8위에 올랐다. 설치 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0% 이상 증가해 상위 10개 업체 중 가장 높은 성장률(347.5%)을 보였다. 2022 세계 동력배터리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동력 배터리 TOP 12에도 이름을 올렸다. 업계 전문가들은 신왕다에 대한 메이퇀의 파격 투자는 이들이 자동차 제조를 위해 동력 배터리에 전력을 다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입 모은다.
‘반짝 관심’ 아냐…자동차에 낙관적이었던 메이퇀
메이퇀의 초기 투자 항목은 주로 생활 서비스에 치중해있었지만, 2019년 이래로 스마트 하드웨어, 자동차 교통, 첨단 제조 등 테크놀로지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특히 지난해엔 자동차 관련 기업 네 곳에 투자하며 해당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2022년 초, 메이퇀은 모빌리티 분야에서 세 차례의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2월 자율주행 트럭 기술 및 운영 회사인 중국 스타트업 인셉티오(Inceptio·嬴徹科技)에 1억 8800만 달러의 B+ 라운드에 공동 투자했으며, 4월에는 무인 산업용 차량 제조기업인 비전나브 로보틱스(VisionNav Robotics·未來機器人)에 8000만 달러의 시리즈 C+ 라운드를 주도했다. 또 지난 8월 신왕다EVB에 60억 달러의 시리즈 A 라운드를 주도하며 스마트 자동차 분야에의 ‘큰손’이 되어가고 있다.
메이퇀의 전략 투자 부사장 주원첸(朱文倩)은 인셉티오 투자 당시 “인셉티오 투자는 중국 트럭 물류 자율 주행 트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메이퇀은 장기적인 성장 가치가 있는 프런트엔드 기술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스마트카, 자율주행, 로봇 공학, 반도체, 생명 공학 및 기타 분야를 적극적으로 포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메이퇀은 중국의 음식 배달 공룡답게 업계 선두의 무인 배송 자체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무인 유통과 관련한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엔 중국 전기차 신세력 1세대로 불리는 리샹(理想·Li Auto)에도 투자했다. CEO 왕싱(王興)은 리샹자동차의 미국 출시를 앞두고 11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투자 이유에 대해 왕싱은 리샹이 개발한 자율주행, 인간-차량의 상호작용과 같은 기술이 향후 메이퇀 비즈니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퇀의 이 같은 모빌리티 투자 기업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스마트 카의 모든 생애 주기를 거의 포괄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메이퇀의 투자 분야에는 자율주행, 라이다, 동력 배터리가 포함되며, 서비스 분야에는 여행 서비스, 신차 판매가 포함된다. 또 현재 메이퇀 앱(APP)에는 자동차 유지 보수 및 기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동차 코너도 있다.
‘자동차 안 만들어’…투자 범위 확대일 뿐
이에 업계에서는 “메이퇀도 결국은 완성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먼저 판단하긴 이르다. 메이퇀은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다양한 테크놀로지 업종에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메이퇀 CEO 왕싱은 지난해 10월, 기존의 ‘음식+플랫폼’전략이 ‘소매+기술’ 전략으로 업그레이드했으며,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메이퇀이 하드웨어 기술에 투자하는 이유 중 하나다. 또 중국 당국의 주도하에 기술 기업들도 점점 더 자본의 관심을 얻고 있으며, 선진 제조, 의료 건강, 기업 서비스가 가장 자본의 선호도가 높은 인기 트랙이 되어 가고 있다.
이는 비단 메이퇀뿐만이 아니다. 텐센트는 인터넷 회사의 지분을 축소하고 첨단 기술과 실물 경제의 디지털화를 계속 탐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에는 인공지능 기술 응용 회사, RPA 솔루션 제공 업체, 디지털 오디오 기술 솔루션 공급업체, DPU 칩과 솔루션 공급업체 등에 잇따라 투자하며 기술 회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알리바바도 혼합현실(MR, Mixed Reality) 기술 회사와 로봇 제작, 메모리칩, 집적회로 등을 제작하는 기업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업계에선 메이퇀의 모빌리티 투자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보았다. 메이퇀은 모빌리티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AI 비전칩 개발 플랫폼인 아이신위안즈(愛芯元智), 단일광자 센서칩 개발업체 링밍광즈(靈明光子), 중국 고공 작업 개발 기업인 로봇플러스플러스(ROBOT++·史河科技) 등 과학기술 기업에도 투자했다.
메이퇀의 올해 2분기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509억 4000만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7억 6천만 위안에서 16.4% 증가했다. 이 중 핵심 지역 비즈니스(테이크아웃 및 매장, 호텔 및 관광, 메이퇀 퀵커머스(美團閃購), 펜션 및 교통 티켓 판매 포함)의 수익은 367억 8000만 위안으로 이는 총매출의 72.3%를 차지한다.
이처럼 기본 비즈니스는 일정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메이퇀은 기존의 고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투자'를 통한 새로운 성장 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 스마트 콕핏, 배터리 등 밀접하게 관련된 산업이 모두 부상하고 있으며, 다수의 기업이 해당 분야의 투자를 통해 완성차 제조에 뛰어들고 있어 메이퇀의 투자 행보에도 꾸준히 관심이 몰리고 있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