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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강달러 시대, 원화 환율의 미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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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

원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1달러에 1390원을 넘었다. 작년말 1190원에서 200원 이상 올랐다. 환율이 1400원 가까이 상승한 적은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밖에 없었다. 원화 환율이 왜 이렇게 상승하는지, 혹시 이러다가 또 한 번 큰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는 주요인은 미국 달러의 강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한 해 동안 19% 올라서 20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는 한 해 20% 낮아졌지만, 일본 엔화는 31%나 하락했다. 영국 파운드 17%, 유로는 16%, 중국 위안화는 9% 하락했다. 달러 강세가 나타나는 이유는 미국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고 유럽이나 중국에 비교하면 미국의 경기가 좋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잭슨홀 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금리를 계속 높일 수밖에 없다고 공언했다. 미 연준은 이번 달에도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올려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아직 높고 실물 경기가 양호하여 앞으로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4%까지 계속 올릴 것이다. 또한 미국은 에너지와 식량 위기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으며 달러는 가장 안전한 기축통화이다. 연준이 긴축 정책을 당분간 강화하면서 국제 자금이 수익률과 안전성이 높은 달러 자산으로 몰리고 강달러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 금리 상승과 안전 자산 선호로
강달러와 원화 가치 하락 지속돼
환율 급변동 대비한 위험 관리하고
성장·물가·경상수지 개선 힘써야

강달러로 미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가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은 수입품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를 보지만, 다른 국가는 환율 상승으로 수입 상품의 국내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이 심해졌다. 달러로 빌린 대외 부채를 갚는 부담도 커졌다. 자국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면 자국 상품 수출 가격이 낮아져서 수출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금같이 강달러로 모든 국가의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올라 많은 국가가 수입을 줄이고 세계 무역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수출 증가 효과가 발생하기 어렵다.

강달러 추세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결국은 다시 약세로 전환될 것이다. 과거에 세계경제 환경이 변화하고 미국이 통화정책을 전환했을 때 달러가 강세에서 약세로 빠르게 바뀐 적이 자주 있었다. 동아시아 외환위기 때는 달러인덱스가 1998년 말부터 2002년 초 사이에 94에서 120까지 올랐다가 이후 급락해 2004년 말에 80이 되었다.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버클리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 논평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효과가 주택시장, 소비, 기업투자로 확산되면 실물 경기와 인플레이션이 후퇴할 것이고, 그 때 연준이 긴축을 중단하고 달러는 약세로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구도 환율의 변화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는 시점에서 강달러 추세에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원화 가치는 미국뿐 아니라 주변 중국과 일본 경제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우리 경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위안화와 원화는 동조 현상을 보인다. 글로벌 투자자는 중국과 한국 경제의 연관성이 높아 두 국가에서 투자 자금의 유출입을 함께 결정한다. 또한 대중국 거래에서 발생하는 환율변동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원화 파생상품을 사고팔기도 한다. 현재 중국은 코로나 봉쇄 조치, 수요 위축, 부동산 경기 침체, 생산성 하락으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분기에 0.4%에 그쳤고 올해 3%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낮췄고 위안화 환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수출시장에서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은 계속 저금리를 유지하여 엔화 가치가 1998년 이후 최저치이다. 이것 또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원화 환율은 한국 경제의 여러 지표에 영향을 받는다. 한국 경제가 과거 위기 때보다는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외화유동성이 양호하다고 하나, 올해 거시경제지표가 모두 좋지 않다. 경제성장 둔화, 물가 상승, 정부부채 증가, 경상수지 악화, 자본 국외 유출 증가 등은 환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경상수지 적자가 걱정거리이다. 7월에 경상수지는 계절변동 요인을 조정하면 17억 달러 적자로 200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의 국외 거래와 해외투자소득을 합쳐서 계산한다. 경상수지가 적자이면 그만큼 벌어들인 외화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원화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고 환투기가 발생할 수 있다.

원화 환율의 상승은 강달러라는 글로벌 요인이 크다. 하지만, 국내 요인에도 주의해야 한다. 환율의 급변동에 대응하여 기업과 금융기관은 스스로 위험 관리를 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취약한 부문을 빈틈없이 점검하고 성장·물가·재정·경상수지 개선에 힘써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