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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밀어붙인 문 정부…발전 비중은 1.4% → 3.8% 찔끔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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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재인 정부 5년간 4조원 가까운 예산이 태양광 사업에 투자됐지만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했다. 나랏돈 누수가 그만큼 심했다는 의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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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 통계를 보면 지난해 태양광 발전량은 2만1822GWh다. 전체 발전량(57만6809GWh)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불과했다. 2018년 1.4%에서 늘긴 했지만 전체 발전 규모에서 보면 미미하다. 태양광을 포함해 신재생에너지 전체 발전량을 따져봐도 비중은 7.5%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유연탄(34%), 액화천연가스(LNG·29.2%) 같은 화석연료와 원자력(27.4%) 발전 비중이 절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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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높이겠다며 태양광에 대규모 예산을 쏟아부었다. 관련 설비가 빠른 속도로 늘었지만 발전 비중에서 눈에 띄는 결실은 보지 못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받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 보고서를 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태양광 보급과 연구개발(R&D)에 정부 예산 총 3조8446억원이 투입됐다. 이 기간 전체 신재생에너지 예산 5조8460억원 가운데 65.8%를 차지했다. 다른 신재생에너지를 제치고 태양광 비중이 가장 높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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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5118억원이었던 태양광 예산은 2018년 6673억원, 2019년 7332억원, 2020년 9813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1년 9519억원으로 소폭 꺾이긴 했지만 규모는 여전히 컸다. 덕분에 2018년 3만5508개(설치 누적 기준)였던 태양광발전소 수는 지난해 10만4143개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설비 용량도 2018년 2162㎿에서 지난해 4084㎿로 늘었다.

하지만 ‘속 빈 강정’이었다. 한국 지형과 기후 자체가 ▶영토가 넓지 않은 데다 ▶산지가 많으며 ▶일조량이 들쑥날쑥해 태양광을 확대하기에 적절치 않은 편이다. 대규모 정부 투자로도 태양광 발전 비중이 크게 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런데도 문 정부가 탈원전을 내세우며 무리하게 태양광 확대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예산 누수, 비리를 야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주환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급하게 추진됐는데, 이번에 밝혀진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며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던 만큼 전수조사와 함께 관련자 처벌 등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 낭비만이 문제가 아니다. 마구잡이로 설치된 태양광 시설로 인한 폐자재 증가, 산지 훼손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와 산업통상자원부 집계 결과 2020년 태양광 폐패널 279만4000t이 발생했는데 2018년 17만6000t과 견줘 15.8배로 증가했다. ‘묻지 마 예산’ 투입이 태양광 관련 폐기물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산지에 난립한 태양광 설비가 집중호우와 맞물려 산사태를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강원도 횡성에서 발생한 산사태의 원인으로 인근 태양광 시설이 지목됐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짓느라 주변 나무를 무리하게 베어낸 탓에 산사태를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산업부는 산사태 위험이 높은 지역에 있는 태양광 시설 3000여 개를 선정해 특별 안전관리를 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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