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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구글·메타 첫 과징금, 개인정보 보호 계기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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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불법 수집해 광고에 이용…1000억원 부과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선서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4일 구글과 메타에 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 개인정보 불법 이용에 경종을 울렸다. [중앙포토]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선서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4일 구글과 메타에 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 개인정보 불법 이용에 경종을 울렸다. [중앙포토]

포털 기업의 투명한 정책 촉구한 의미 커

포털 이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이용해 온 구글과 메타(페이스북)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어제 사상 처음 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처분은 디지털로 전환 중인 데이터 시대에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반드시 이용자 개인의 정보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투명한 정책을 시행하도록 촉구한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어제 과징금 부과 결정에 앞서 개인정보보호위는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구글과 메타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외 10여 개 온라인 맞춤 플랫폼의 행태 정보 수집 및 이용 실태를 조사했다. 행태 정보란 웹사이트와 앱 방문 및 사용 이력, 구매와 검색 이력 등 이용자의 관심·흥미·성향 등을 파악·분석할 수 있는 온라인 활동 정보를 말한다. 주요 포털들은 행태 정보를 토대로 이용자의 성향 등을 분석·추정해 이용자에게 온라인 맞춤형 광고를 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이번 조사에서 구글과 메타는 이용자의 타사 행태 정보를 수집·분석해 이용자의 관심사를 추론하거나 맞춤형 광고에 사용하면서도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명확히 알리지 않고 사전에 동의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한국 이용자 대다수(구글 82% 이상, 메타 98% 이상)가 이들 플랫폼의 타사 행태 정보 수집을 허용하도록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39조 3의 1항) 위반이다. 그런데 이들 업체는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선 이용자가 개인정보 보호 설정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조사돼 한국 이용자를 차별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개인정보보호위는 두 업체에 이용자의 타사 행태 정보를 수집·이용하려면 이용자가 쉽고 명확하게 인지해 자유로운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이용자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으라고 시정명령했다. 사실 두 포털이 한국 시장에서 온라인 맞춤형 광고로 거두는 천문학적 매출에 비하면 이번 과징금 규모는 미미하다. 그런데도 두 업체는 개인정보보호위의 처분을 받고도 사과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시해 자칫 소송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0년 8월 개정된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보호와 동시에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문을 열어뒀다. 포털 기업이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자유겠지만, 이용자 개인의 자기 선택권과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겠다는 투명한 자세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이번에 제재를 받은 두 기업은 개인의 자유를 규정한 한국 헌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한국 이용자를 차별하는 정책을 신속히 수정하지 않는다면 더 큰 제재를 받을 수 있고,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