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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이재명이 제안한 1대1 영수회담 사실상 거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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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저도 코딩 학원을 좀 다녀봤는데요.”

14일 낮 12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 2층 누리홀.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위 소속 의원들을 만난 윤석열 대통령은 대화 도중 이런 말을 꺼냈다. 반도체 산업 발전과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자신을 경험담을 소개한 것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검찰총장을 사퇴하고 정치 입문을 준비하던 시기에 주변에 알리지 않고 홀로 코딩 학원에 다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그때 충격을 받았다. 현장의 벽이 너무 높더라”며 “코딩 교육시간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다”고 말했다. 코딩 조기교육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윤 대통령은 또 반도체특위 소속 의원들에게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고 하고,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라 우리의 생사가 걸려 있다”며 “반도체는 어떻게 보면 장기 과제도 아니고 실시간 대응해야 하는 현안”이라고 말했다.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은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반도체 산업은 1분1초로 순위가 바뀌는 특성이 있다”며 지난달 발의된 이른바 ‘K-칩스법’의 국회 통과를 위한 정부와 대통령의 관심을 요청했다. K-칩스법은 국가 첨단전략산업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두 건을 묶은 패키지 법안으로 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 육성 방안을 담고 있다.

이와 별개로 윤 대통령은 ‘만 5세 입학’ 논란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부모가 마음놓고 일하게끔 시설이 좋은 학교 안에서 아이를 다 돌볼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며 “그런 취지는 잘 전달되지 않고 취학 연령 논란만 부각돼 아쉬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인천시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을 방문해 국제기능올림픽 참가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채택이 불발된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재차 요청했다. 송부 기한은 15일로 잡았다. 15일까지 야당의 답이 없으면 18일 해외순방 전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의사를 드러낸 셈이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공개브리핑에서 “인사청문회를 마치고도 민주당의 반대로 경과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건 이번이 열 번째”라며 “부적격 사유가 없다면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법정 시한까지 어기며 거부하는 건 무분별한 국정 발목잡기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수차례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단에 “정치권의 여야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돼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취임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국회로 인사를 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관련 질문에 “(영수회담은) 과거 여당의 총재가 대통령이었을 때는 일리가 있지만 지금은 대통령과 당 대표의 만남 쪽으로 가야 한다”며 “우리 비대위가 만들어지고, 정의당도 비대위가 정리되고, 대통령이 해외순방(18~25일)을 다녀오고 나서 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만나는 것도 한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다른 당 대표들과 함께 만날지언정 1대1 회담은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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