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 앞에 700억이…잔혹동화로 비튼 ‘작은 아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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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박지후·김고은·남지현(왼쪽부터) 주연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입소문을 타며 시청률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미국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사진 tvN]

박지후·김고은·남지현(왼쪽부터) 주연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입소문을 타며 시청률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미국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사진 tvN]

미국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동화 ‘작은 아씨들’이 한국의 현실 속으로 들어왔다. 현재 4회까지 방송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 이야기다. ‘메그의 현실감과 허영심, 조의 정의감과 공명심, 에이미의 예술감각과 야심은 가난을 어떻게 뚫고, 어떻게 성장해 나갈까?’라는 게 드라마 공식 소개 문구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오인주(김고은)·인경(남지현)·인혜(박지후) 세 자매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가난과 돈을 대하며, 거대한 세력과 얽히고, 맞서 싸운다. 영화 ‘헤어질 결심’ ‘아가씨’ ‘친절한 금자씨’ 등의 시나리오를 쓴 정서경 작가의 작품이다.

첫회 6.4%로 시작한 드라마는 시청률이 7.2%(4회)로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흥행 요인을 짚어본다.

① 뒤집힌 모성애·가족애

첫째 오인주(김고은)가 700억원에 연루되는 1화 엔딩은 ‘김고은 오열씬’으로 화제가 됐다.

첫째 오인주(김고은)가 700억원에 연루되는 1화 엔딩은 ‘김고은 오열씬’으로 화제가 됐다.

영화 ‘아가씨’에서 엄마 없는 두 여성이 연대하고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썼던 정 작가는 ‘작은 아씨들’에선 ‘차라리 없는 게 나은’ 엄마를 등장시켰다. 딸의 수학여행비를 빼앗아 필리핀으로 도망가는 세 자매의 엄마는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난다는 점에서는 ‘주체적’이지만, 세 자매에게는 “엄마가 되지 않는 게 더 나은” 철 없는 엄마다.

통속적인 ‘모성애’를 뒤집은 정 작가는 ‘무조건적 사랑’으로 표상되는 ‘가족’의 의미도 뒤집는다. 극 중에서 가족의 연락처를 차단하는 장면이 세 번이나 나온다. 셋째가 둘째를, 둘째가 첫째를, 첫째가 엄마를 차단한다. 첫째는 “무능한데 착한 게 어딨어, 무능한 게 나쁜 건데”라 말하고, 둘째는 125만원을 빌리기 위해 연을 끊었던 친척 할머니를 찾아가 꾹 참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미술에 재능 있는 셋째는 재능을 인정해주지 않는 엄마, 유학을 꼭 지금 가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말하는 언니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돈 많은 가족과 함께하는 걸 선택한다.

서로 간의 갈등 속에서도 결국 세 자매는 연대한다. 공희정 평론가는 “‘WWW:검색어를입력하세요’, ‘마인’ 등의 드라마는 힘 있는 여성들이 뭉쳐서 남성 상대역을 이겨내는 구도였지만, ‘작은 아씨들’은 힘 없는 여성들끼리 기본적으로 각자도생하며 돕는 설정”이라고 분석했다.

② 돈을 둘러싼 잔혹 판타지

한 TV 프로그램에서 “공감을 부르는 이야기는 그 시대에 가장 고민하는 이야기”라고 말한 바 있는 정 작가는 세 자매 앞에 700억원을 갖다 놨다. 돈이 최대 관심사인 사회를 반영하듯, 돈과 관련한 판타지가 곳곳에 나타난다.

주요 주제인 돈은 처음에 수학여행비 125만원으로 등장했다가, 갑자기 강인주에게 남겨진 20억원, 이후 등장하는 미스터리의 700억원으로 규모가 빠르게 커진다. 1, 2회에 사람이 여럿 죽는 사건이 발생한 뒤, 이후 전개는 퍼즐 맞추기로 흘러간다. 거대하고 부유한 ‘악’을, 약하고 가난한 ‘선’이 압박해가는 익숙한 이야기지만, 초반부터 빠른 전개로 시청자의 눈을 붙든다. 공 평론가는 “동화의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보면서 잔혹동화 같은 색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고 평했다.

세 자매가 가난과 돈을 대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가장 높고 밝은 곳으로’ 라는 카피가 들어간 드라마 포스터에 담긴 세 자매의 시선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인주는 카피 문구처럼 위를 올려다보고 있고, 인경은 약간 위쪽을 쳐다보면서 주변을 살피고, 인혜는 자신의 눈높이에서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③ 현실과 맞붙은 디테일

송중기

송중기

“우리는 TV에 나오는 사람들과 다르구나”라고 말한 자매가 사는 공간은 현실적인 가난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첫 장면부터 복잡한 거실, 개수대, 세면대 등 평범한 집안의 모습을 그리고, 열리지 않는 창문으로 가난을 묘사하는 디테일은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돈이 있으면 섀시가 잘 된 아파트를 사고 싶어” “두려움은 인간의 감정 중 가장 속도가 빨라”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사도 돋보인다.

‘작은 아씨들’은 정 작가 외에도 ‘빈센조’ 김희원 감독, 류성희 미술감독, 박세준 음악감독 등 각 분야 톱들이 모인 ‘어벤져스’급 제작진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됐다. 송중기·추자현·오정세 등 무게감 있는 배우들의 특별출연도 화제성을 높였다.

김성수 평론가는 “유명 원작 동화의 캐릭터를 한국적으로 해석한 뒤 현재의 공간에 집어넣어 ‘동화 속 인물이 지금 이 곳에 온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라는 궁금증을 낳게 한다”며 “친숙함과 낯섦이 섞인 가운데 새로운 걸 찾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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