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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빌딩보다 높은 풍력발전기 360개…추자도 어민 "바다 망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자도 해상 풍력 추진에 어민 반발

추자도 해상풍력단지 예정지 예상도. 사진 추자도해상풍력발전반대대책위원회

추자도 해상풍력단지 예정지 예상도. 사진 추자도해상풍력발전반대대책위원회

친환경을 내세워 전국 곳곳에서 추진중인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황금 어장 훼손과 국가 안보 방해 논란 등에 휩싸였다. 어민들은 "해상 풍력이 생계를 위협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추자도 인근 해상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15일 제주도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영 석유·천연가스회사의 한국법인인 ‘㈜에퀴노르사우스코리아후풍’과 특수목적법인인 ‘㈜추진’이 총 18조원을 투자해 추자도 앞바다에 해상풍력 사업을 계획했다. 이 시설은 추자도 서쪽과 동쪽 해역 등 2곳에 들어서며 설비용량은 총 3000㎿ 규모다.

이 정도 규모면 약 3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는 제주에너지공사가 도내 최대 설비로 추진 중인 구좌읍 한동·평대 해상풍력단지 발전량(105㎿)의 28.5배를 넘는다. 이 가운데 ㈜에퀴노르사우스코리아후풍은 1500㎿급 설비를 2026년까지 완공해 2027년부터 2052년까지 가동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추진은 추자도 동쪽 3~25㎞ 해역에 2027년까지 시설을 완공, 2028년부터 2053년까지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주민 등으로 구성된 추자도해상풍력발전반대대책위원회(위원회)는 “계획중인 풍력발전기는 높이가 260m로 63빌딩보다 높다"라며 "이런 발전기 360기가 바다에 들어서면 추자도 주변 해상영토 4억㎡가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풍력발전기와 함께 설치되는 해저케이블도 추자면 해역을 회복 불능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산 앞바다에 9000㎿급 부유식 풍력단지

울산시가 추진 중인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소 조감도. 사진 울산시

울산시가 추진 중인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소 조감도. 사진 울산시

울산에서는 2030년까지 인근 앞바다에 9000㎿급 부유식 풍력발전단지 조성이 계획돼 있다. 부유식 풍력발전은 발전소 기둥을 바다에 고정하지 않고, 몸체를 비교적 먼바다에 띄워서 전기를 생산한다. 이에 울산부유식해상풍력발전 반대어업인대책위는 “현 해상풍력발전사업 예정지는 어업활동 고려 없이 한국석유공사가 풍력발전에 유리한 해역을 일방적 선점한 것”이라며 “어업인 참여하에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보령 풍력발전 "레이더 등 군사시설 방해"

경남 남해군과 사천시, 고성군 어업인들이 지난 2월 25일 통영시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반대 집회를 마치고 어선 200여 척을 동원해 남해군 미조면 조도~호도 인근 바다에서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남해군과 사천시, 고성군 어업인들이 지난 2월 25일 통영시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반대 집회를 마치고 어선 200여 척을 동원해 남해군 미조면 조도~호도 인근 바다에서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태안에서도 해상풍력 건설 반대 움직임이 있다. 태안군은 컨소시엄 형태로 만리포에서 25㎞ 떨어진 해상에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민간 자본 11조 3000억원을 들여 만드는 이 시설의 발전용량은 1860㎿이다. 태안군은 이 해상풍력이 2027년부터 가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세로 태안군수는 “군(郡)의 재정이 취약하고 고령화가 심각하기 때문에 해상풍력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반면 어민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충남에서는 보령시와 한국중부발전이 2025년까지 총 6조원을 들여 오천면 해상에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방부와 국방과학연구소 등은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면 연구소 태안 안흥시험장 미사일 발사훈련과 해상을 경계하는 레이더 작동에 방해를 받는다’고 반대하고 있다.

후보지인 외연도가 태안군 소재 국방연 안흥시험장에서 50㎞ 넘게 떨어져 있다. 하지만 그 이상까지 육해공 훈련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곳에서는 유도무기·탄약을 개발하고 미사일 등을 실험한다. 해상 경계 목적의 레이더도 운영한다.

전북 고창과 부안 앞바다와 경기 안산 풍도 부근 해상에도 각각 풍력발전 시설 공사가 추진중이다. 하지만 어민들은 "인공어초와 바다목장 등이 망가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해상풍력단지와 황금어장 겹쳐져 반발”

지난 2월 25일 경남 남해군과 사천시, 고성군 어업인들이 남해군 미조면 남해군수협 수산물위판장 인근에서 통영시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25일 경남 남해군과 사천시, 고성군 어업인들이 남해군 미조면 남해군수협 수산물위판장 인근에서 통영시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 풍력발전 시설 설치 지점은 대부분 고기가 잘 잡히는 이른바 ‘황금어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바람이 강하고 수심이 비교적 얕은 공통점이 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발전 허가를 받은 풍력발전사업장 65개 중 61개가 해수부가 지정한 어업활동보호구역과 일부 혹은 전체가 겹친다.

문일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는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해상풍력은 지상에서의 소음과 전자파 피해 때문에 나온 대안이지만, 어민 피해라는 또 다른 이슈에 직면해 있다”며 “국가가 이견조율과 갈등 해소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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