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렛잇고, 트럼펫 댄스… 마무리가 등장하면 축제가 된다

중앙일보

입력

LA 다저스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럴. USA투데이=연합뉴스

LA 다저스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럴. USA투데이=연합뉴스

마무리 투수가 불펜을 걸어나오면 음악과 함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겨울 왕국으로 바뀌기도 하고, 트럼펫 리듬이 울려퍼지는 파티장이 된다.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는 올해 초 마무리 투수 크레이그 킴브럴(34·미국)을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가 된 뒤 팀을 떠난 켄리 잰슨(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후임자 역할이었다. 킴브럴은 지난해까지 372세이브를 거둔 베테랑이다.

하지만 킴브럴은 올 시즌 불안한 모습을 자주 부였다. 세이브 실패는 4번 뿐이지만, 내용이 나빴다. 3점 차 리드를 안고도 1, 2점을 내주고, 역전 주자를 내보낸 뒤 힘겹게 막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4점대(4.46)를 훌쩍 넘겼다.

그런 킴브럴이 달라졌다. 지난달 22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을 시작으로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였다. 7이닝 동안 23명의 타자를 상대했는데 볼넷 2개만 줬을 뿐 안타를 하나도 주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는 다저스에겐 이보다 반가울 수 없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킴브럴의 변화는 등장 음악 교체 시점부터다. 클로저들의 등장 음악은 대개 강렬하다. 상대를 압도하고, 관중들에게 승리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최다 세이브를 기록한 마리아노 리베라는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잠을 재우는 정령)'을 썼다. 통산 세이브 2위 트레버 호프먼은 오스트레일리아 밴드 AC/DC의 곡 '헬 벨'을 사용했다. 킴브럴도 그 전까지는 밴드 건즈 앤 로지스의 '스윗 차일드 오 마인'에 맞춰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마이애미전에서 킴브럴은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의 OST '렛잇고'와 함께 등장했다. 다저스는 이날 경기에서 '여성의 날' 행사를 벌였고, 평소와 다른 음악 리스트를 구성했다. 선수들의 아내와 딸이 선택했다.

킴브럴은 아내 애슐리의 추천을 받아 딸 리디아가 좋아하는 '렛잇고'를 골랐다. 그날 경기에서 호투를 펼친 킴브럴은 쭉 그 노래를 썼고, 성적도 좋아졌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81까지 낮아졌다. 떠들썩한 야구장과 어울리는 노래는 아니지만, 이제는 팬들도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며 즐긴다.

킴브럴은 "리디아는 그 노래의 모든 단어를 다 알고 있다. 비시즌에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킴브럴은 "팬들과 팀 동료들도 좋아한다. 그래서 계속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메츠 홈구장 시티 필드에서 에드윈 디아즈의 등장 음악 나르코를 연주하는 티미 트럼펫. AP=연합뉴스

메츠 홈구장 시티 필드에서 에드윈 디아즈의 등장 음악 나르코를 연주하는 티미 트럼펫. AP=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뉴욕 메츠와 다저스의 경기가 열린 메츠 홈구장 시티 필드. 메츠가 2-1로 앞선 채 8회 말이 끝나자 관중석은 떠들썩해졌다. 일제히 휴대폰 카메라를 켰고, 어깨 춤을 췄다. 마무리 에드윈 디아즈(28·푸에르토리코)의 워크업송(마운드에 오를 때 나오는 노래) '나르코'를 만든 티미 트럼펫이 직접 연주했기 때문이다.

호주 출신 DJ 겸 호른 연주자인 트럼펫은 야구장에 간 적이 없다. 그러나 메츠의 초청을 받아 다저스와의 3연전이 열린 시티 필드를 방문했다. 첫 날엔 메츠가 져서 기회가 없었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 디아즈가 등판했다.

뉴욕 메츠 마무리 투수 에드윈 디아즈. AP=연합뉴스

뉴욕 메츠 마무리 투수 에드윈 디아즈. AP=연합뉴스

메츠 마스코트와 팬들은 음악에 맞춰 트럼펫을 부는 척 시늉을 하기도 했다. 흥겨운 EDM곡에 맞춰 디아즈가 외야 불펜에서 마운드를 걸어오르는 동영상 조회수는 100만 회를 넘겼다. 미국 매체들은 '역대 최고의 등장 음악'이란 찬사를 보냈다. 디아즈는 "관중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메츠는 음악이 나오는 디아즈의 바블 헤드(큰 머리가 흔들리는 인형) 상품까지 판매했다. 나르코도 음원 사이트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디아즈는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인 2018년부터 이 곡을 썼다. 나르코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곡이다. 프로배구 우리카드가 2020~21시즌부터 사용했고, 올해는 KIA 타이거즈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응원곡으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마무리 등장 장면은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다. 학교에서 수업 종료를 알릴 때 쓰는 멜로디가 나온 뒤 신해철이 작곡한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울려퍼진다. '경기는 이미 끝났다'는 의미를 담았다. KIA 정해영은 WWE 프로레슬러 언더테이커의 등장음악이기도 했던 짐 존스턴의 '레스트 인 피스'를 쓰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