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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모유서 이게 왜 나와?…자외선 차단제 검출에 中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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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자외선 차단제 성분이 중국 남부지역 임산부 모유에서도 검출됐다. 일부 성분은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필요하다. [중앙포토]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자외선 차단제 성분이 중국 남부지역 임산부 모유에서도 검출됐다. 일부 성분은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필요하다. [중앙포토]

중국 남부 광저우 지역 임산부들의 모유에서 자외선 차단제 성분이 다양하게 검출됐다.
일부 자외선 차단제는 돌연변이나 생식·발달 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산모와 유아의 노출을 줄이기 위한 모니터링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중국 광저우 지난(曁南)대학 연구팀은 13일 '환경 과학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Letter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광저우 지역 수유 여성으로부터 얻은 65개의 모유 시료를 분석한 결과, 다양한 자외선 필터(UV-filter)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연간 1만 톤 생산

미국 하와이 주는 2018년 5월 산호초 보호를 위해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를 포함한 자외선 차단제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AP=연합뉴스

미국 하와이 주는 2018년 5월 산호초 보호를 위해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를 포함한 자외선 차단제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AP=연합뉴스

자외선 필터는 유기화합물질의 일종으로, 화장품·크림·로션 등에 사용되는 자외선 차단제나 플라스틱 등 다양한 산업제품의 광분해와 변색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외선 안정제 등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자외선 필터는 페놀성 벤조트리아졸(BTR)과 벤조페논(BP), 트리아진(TA) 등 세 가지 그룹으로 나뉘고, 전 세계에서 연간 1만 톤 이상 생산되고 있다.
이들 물질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인체에서 다양한 독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일부 성분은 환경호르몬(내분비교란물질)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유전독성과 세포독성, 신경독성, 생식·발달 독성, 돌연변이 유발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산호초를 훼손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부 자외선 차단제는 미국 하와이 주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모유에서 32종의 성분 분석 

자외선 차단제. [중앙포토]

자외선 차단제. [중앙포토]

지난 대학 연구팀은 모유 시료에서 TA 그룹 17종과, BTR 그룹 9종, BP 그룹 6종 등 모두 32종의 자외선 필터 성분을 분석했다.

TA 그룹에서는 17종 가운데 11종이 검출돼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11가지 TA 물질의 총 농도는 모유 1mL당 570~1만4000 pg(피코그램, 1pg=1조분의 1g)의 범위였고, 중앙값은 1350pg/mL이었다.

연구팀은 "TA 그룹 중에서도 모유에서 많이 검출된 물질은 중국 남부지역 실내 먼지와 손수건에서 많이 검출된 물질과 일치한다"며 "농도 자체로 유해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TA 그룹 자외선 필터는 BTR이나 BP 그룹보다는 적게 사용해도 더 우수한 특성을 나타낸다는 점 때문에 최근 사용량이 부쩍 늘고 있으나, 제대로 된 안전성 검증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BTR 그룹은 9개 물질 중 7개가 검출됐고, 7개 물질을 합친 총 농도는 423~9220 ng/mL, 중앙값은 3080 ng/mL이었다.
지난 2011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BTR 그룹에 속하는 일부 물질은 한국의 모유에서도 검출됐는데, UV-328이란 물질은 지방 1g당 최대 334 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의 농도를 보였다.

BP 그룹은 분석한 6종 모두 검출됐는데, 총 농도는 1480~8400pg/mL, 중앙값은 3220pg/mL이었다.

트리아진 그룹 모니터링 필요

모유 중 자외선 차단제(자외선 필터) 성분 분석 결과. [자료: ES&T Letters, 2022]

모유 중 자외선 차단제(자외선 필터) 성분 분석 결과. [자료: ES&T Letters, 2022]

연구팀은 세 가지 그룹 전체의 더한 것의 중앙값이 8080pg/mL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각 그룹 농도 사이에 상관관계가 나타났고, 개인 관리 용품(personal care products)을 많이 사용하는(5종 이상) 수유 여성의 경우 더 많은 자외선 필터 성분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지금까지 TA 그룹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는데, TA 그룹에 대한 노출을 포함한다면 전체 자외선 필터에 대한 노출이 28% 증가할 수 있다"며 "새로운 오염 물질에 대한 산모와 유아의 노출을 줄이기 위한 추가 모니터링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유에서 검출된 TA 그룹 물질인 에틸헥실트리아존(ETH)과비스에틸헥실옥시페놀메톡시페닐트라이진(BEMT)가 악명 높은 환경호르몬인 디(2-프로필헵틸)프탈레이트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제 사회에서도 규제 검토 

비닐 봉지에도 분해를 막기 위해 UV-328과 같은 자외선을 차단하는 성분을 첨가하기도 한다. 중앙포토

비닐 봉지에도 분해를 막기 위해 UV-328과 같은 자외선을 차단하는 성분을 첨가하기도 한다. 중앙포토

한편, 국제 사회에서는 자외선 필터 성분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화학물질의 등록·평가·승인(REACH) 규정'에서는 BTR과 BP 그룹의 물질 일부를 '매우 우려되는 물질' 등으로 분류했다.

또, 스톡홀름 국제협약에서는 플라스틱 포장재 등에 사용되는 UV-328을 협약에서 규제하는 잔류성 유기오염 물질(POPs) 물질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환경부)도 이에 대비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고시)에서 트로메트리졸 등 30종의 자외선 차단 물질을 '사용 제한 물질'로 지정하고, 제품에서 일정 비율 이상을 첨가하지 못 하게 하고 있다. 지난 대학 연구팀이 분석한 32종 가운데 6종은 식약처가 지정한 30종과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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