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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소하며 "尹측은 퇴임 후 계속 수사"…이원석의 균형?

중앙일보

입력

2022년 9월 5일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임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22년 9월 5일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임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검찰총장 임명을 앞둔 이원석 후보자(총장 직무대리)가 대선 선거사범 수사 등에서 ‘균형’을 고려한 듯 보이는 결과 발표가 계속되고 있다. 추석 직전인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는 퇴임 이후 계속 수사한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5일 인사청문회에서 “공정할 뿐 아니라 공정하게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힌 대로 검찰의 중립을 중시하는 이 후보자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소환 통보한 날, 보수 유튜버 안정권 구속영장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나흘 전인 이달 1일 서울중앙지검 등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6일 소환 조사를 받으라”라고 통보한 사실이 알려졌다. 대선후보 시절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성남시장 시절 몰랐다”라고 허위 사실을 밝혔다는 등의 혐의였다.

의원실로 출석요구서를 받은 당일 이 대표의 김현지 보좌관이 검찰의 출석 요구 사실을 텔레그램으로 이 대표에게 보고하며 “전쟁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파장이 일자 같은 날 인천지검은 “인터넷 방송 활동가 A씨에 대하여 공직선거법 위반죄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라고 밝혔다. A씨는 보수 성향 유튜버 안정권씨였고,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 앞에서 문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해 모욕하는 발언을 한 혐의 등을 받는다.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방송 등을 한 혐의도 있다.

2022년 9월 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경록 기자

2022년 9월 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경록 기자

이재명 기소한 날, “윤석열은 퇴임 후 계속 수사”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사흘 뒤인 이달 8일에는 서울중앙지검 등이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과 관련해선 수원지검이 공범인 배모 전 경기도청 5급 사무관을 우선 기소하면서 “김씨를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같은 날 검찰은 윤 대통령을 두고 “(지난 대선 기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재산신고 의혹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 사건들은 공소시효가 정지된 점 등을 고려하여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헌법상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기 때문에 퇴임 후 수사한다고 밝힌 것이다. 또한 검찰은 전직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장인 박철민(수감중)씨에 대해 “2015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돈다발을 건넸다”라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2022년 9월 13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2022년 9월 13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가세연 3인방 기소한 날, 열린공감TV 관계자들도 기소

다음 날인 9일에도 검찰의 ‘균형’을 고려한 선거사범 처리 결과 발표가 이어졌다. 그날 검찰은 “20대 대선 관련 이 후보자와 그 배우자에 대하여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A 전 의원 등 유튜브 채널 관련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라고 밝혔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 전 의원, 김세의 전 기자, 김용호 전 기자가 지난 대선 기간 이 후보를 두고 “어린 시절 소년원에 갔다왔다”라는 등의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검찰은 민주당 성향 유튜브 채널인 열린공감TV의 정천수 전 대표 등 3명에 대해서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라고 발표했다. 정 전 대표 등은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두고 ‘쥴리 예명의 접대부 전력’ 등 허위사실을 방송한 혐의를 받는다.

이같은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이 후보자의 검찰에 대한 철학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법조계에선 나왔다. 이 후보자는 지난 5일 인사청문회에서 “증거와 법리만을 따라 중립적으로 검찰을 운영해야 한다”라면서도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게 보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검찰총장의 정무적 감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치적 파장을 고려할 수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검찰총장으로서 정무적 감각이 필요한가”라고 묻자 나온 대답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찰이 실제로는 양 진영을 가리지 않고 수사하면서도 공보를 할 때 한 쪽 수사에 대한 내용만 나가면 국민은 ‘검찰이 특정 진영만 수사한다’라고 오해할 수 있다”라며 “피의사실공표를 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양 진영에 대한 수사 결과가 함께 공보되도록 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혹시라도 중립적으로 보이는 것에만 치중한 나머지 기계적 중립을 위해 특정 진영에 대해 먼지떨이 수사를 하거나 봐주기 수사를 해선 안 된다”라고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는 이날(13일)까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윤 대통령에게 송부해야 했지만 민주당이 경과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윤 대통령은 10일 이내 기간을 정해 경과보고서를 송부하여 줄 것을 국회에 다시 요구할 수 있고, 이 때도 국회가 송부하지 않으면 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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