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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지사지(歷知思志)

스코틀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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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지난 12일 에든버러 세인트 자일스 성당에서는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 예배가 열렸다. 런던이 아닌 이곳에서 열린 것은 여왕이 스코틀랜드 북동부 밸모럴성에서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기록을 찾아보니 1707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한 나라로 통합된 뒤 영국 국왕이 스코틀랜드에서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대개 런던이나 윈저성, 그게 아니더라도 잉글랜드 왕실 사저에서 최후를 보냈다.

역지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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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왕은 왜 스코틀랜드에서 임종을 맞이했을까. 밸모럴성은 여왕의 부친 조지 6세가 사랑했던 장소다. 조지 6세는 이곳에서 가족들과 여름 휴가를 즐겼다. 그런 추억 때문인지 여왕도 여름에는 밸모럴성에서 시간을 보낸 뒤 8월 말 돌아오곤 했다. 다만 올해는 5일 리즈 트러스가 새 총리로 선출되면서 일정이 늦춰졌다는 것이 왕실 측 설명이다. 총리 임명식을 마친 뒤 돌아오려고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 것을 직감한 여왕의 ‘결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나라이긴 하지만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불편한 관계는 유명하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독립 투표가 실시됐다가 부결됐고, 내년에 재추진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왕은 스코틀랜드에서 사망함으로써 ‘통합’ 메시지를 남기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나오는 것은 여왕이 찰스 3세의 왕세자 즉위식을 웨일스에서 치르는 등 통합에 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왕은 마지막까지 통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