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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에미상 6관왕으로 K콘텐트 지평 넓힌 ‘오징어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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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2일(현지시간)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이정재(왼쪽)와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 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이정재(왼쪽)와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 AFP=연합뉴스

‘방송계 오스카’서 감독상·주연상 수상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 구축이 과제

K팝과 영화에 이어 한국 드라마도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 대중문화의 새 역사를 썼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미국 방송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에미상 시상대에 비영어권 작품이 오른 것은 ‘오징어 게임’이 처음이다. 시상식 후 뉴욕포스트는 “74년 역사의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이 엄청난 승자가 됐다”고 의미를 짚었다.

지난 4일 기술 부문 대상의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 시상식에서 여우게스트(이유미)·시각효과·스턴트·프로덕션디자인 등 4개 부문 상을 받은 것까지 포함하면 ‘오징어 게임’은 올해 에미상에서 6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작품상·각본상과 남녀 조연상(오영수·박해수·정호연)은 아쉽게도 수상에 실패했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비영어권 최초’의 기록을 쓰며 한국 콘텐트의 저력을 입증했다.

양극화와 불평등 등 현대사회의 보편적 문제를 꼬집어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특정 배우의 팬덤에 의존하지 않고 오롯이 작품의 힘으로 세계적 흥행을 일궈냈다. 작품의 독창성과 배우의 연기력, 미술과 음악, 스턴트까지 세계 최고 수준임을 보여줬다.

‘방송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에미상은 기본적으로 미국 내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어로 만든 ‘오징어 게임’이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콘텐트의 국경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트로 제작된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에 공개됐다.

방송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한국 드라마의 지평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 이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넷플릭스 드라마뿐 아니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국내 방송사 드라마까지 글로벌 시청자의 호응을 끌어냈다. 방탄소년단으로 대변되는 K팝의 선전, 칸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한국 영화의 활약 등과 함께 드라마까지 세계 주류 무대에 우뚝 선 모양새다.

이젠 K콘텐트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방안 마련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특히 합리적인 창작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창작자가 흥행 수익을 나눠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징어 게임’처럼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해도 소정의 개런티에 만족해야 했다. 최근 황동혁 감독을 비롯해 강제규·윤제균 등 유명 감독들이 저작권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법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징어 게임’의 놀라운 성과를 일궈낸 제작진들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