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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마켓서도 명품 사는 시대, 진품 판별 ‘검수사’ 모시기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두 개가 똑같이 생겼지요? 요즘에는 소재도 거의 같고 무게도 비슷해서 만져보고 들어봐서는 (가품 여부를) 구분 못 해요. 확대경으로 부속품을 살펴보고, 로고 글자의 자간까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1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중고명품 거래업체 ‘고이비토’ 사무실. 15년 경력의 명품 감정사인 박원범 총괄팀장은 기자에게 샤넬 가방 두 점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고이비토는 지난 6월 ‘명품 감정’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으로는 건당 9000원, 실물은 건당 2만~5만원대 수수료를 받는다. 최근 3개월간 4000건을 검수했다. 이중 약 30%는 가품으로 판정된다고 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근 들어 ‘진·가품’을 가리는 시장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병행 수입이나 중고 거래나 병행 수입 등 구매 경로가 다양해지면서다. 일단 명품 제품을 확보한 후 값을 더 붙여 파는 이른바 ‘리셀 테크(resale+재테크) 바람’도 감정 시장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머스트잇·트렌비·발란 등 명품 플랫폼 강자들이 등장하면서 명품 감정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하지만 플랫폼 신뢰도에는 경고등이 커졌다. 실제로 가품 신고는 증가 추세다. 특허청에 따르면 네이버 등 국내 대형 10대 플랫폼에서 구매한 제품 중 위조 상품이 의심돼 신고한 건수는 2018년 1309건에서 2019년 3001건, 2020년 3101건으로 급증했다.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업계엔 당장 ‘검수력 강화’라는 불똥이 떨어졌다. 문제는 전문성이다. 업계에 따르면, 명품 감정에는 최소 5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다. 한정된 인력이다 보니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고이비토는 약 45명의 감정사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명품감정원은 위탁 판매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감정 전문기업으로 운영된다. 온라인 명품·중고 플랫폼들은 주로 이들과 협력한다. 발란은 고이비토와 손잡고 ‘발란 케어’라는 감정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머스트잇은 ‘의심 상품’이 생기면 한국명품감정원에 감정을 맡긴다.

자체적으로 검수 센터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트렌비는 사내 검수센터에 40여 명의 감정사를 배치했다. 크림은 스니커즈 컬렉터나 제조 공장 운영 경험자 등 신발 전문가로 구성된 검수센터를 운영 중이다.

아예 외부 전문가를 모셔오기도 한다. 번개장터는 맞춤형 시계 제조와 명품 시계 경매 컨설팅으로 유명한 김한뫼 엠오아이워치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100억원대 파텍필립 시계를 감정해 경매에 넘길 정도로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인물이다. 무신사는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와 협력해 수입한 제품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

디지털 보증서 등 신기술을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SSG닷컴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대체불가능토큰(NFT)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보증서를 발행하는 형식으로 플랫폼 신뢰도를 쌓고 있다. 롯데온은 외부 협력기관과 함께 ‘트러스트 온’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시장에선 플랫폼들의 ‘공동 검수’를 통해 신뢰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요한 발란 ESG경영실장은 “사설 기관의 감정 능력에 한계가 있고, 플랫폼 내부 검수 시스템은 이해관계로 객관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적재산권협회 등 공공기관과 주요 사업자가 참여하는 제3의 검수 자문 기관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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