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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역사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황동혁 감독상·이정재 남우주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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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든 역사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비영어권 작품 중 에미상에 초대된 마지막 작품이 아니길 바랍니다. 이 상이 제게도 마지막 에미가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웃음) 시즌2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오징어 게임' 총 트로피 6개

제 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황동혁 감독은 "'오겜'이 14번 후보에 올랐을 때 다들 역사를 쓰는 거라고 했지만, 이건 제가 혼자 한 게 아니라 여러분과 우리 모두 함께 만든 것"이라고 말해 좌중의 박수를 받았다. 비영어권 작품으로 최초 후보, 최초 수상까지 한 '오징어 게임'과 '에미상'의 성과를 두고 한 말이다. 사진 NBC

제 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황동혁 감독은 "'오겜'이 14번 후보에 올랐을 때 다들 역사를 쓰는 거라고 했지만, 이건 제가 혼자 한 게 아니라 여러분과 우리 모두 함께 만든 것"이라고 말해 좌중의 박수를 받았다. 비영어권 작품으로 최초 후보, 최초 수상까지 한 '오징어 게임'과 '에미상'의 성과를 두고 한 말이다. 사진 NBC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TV 최고 권위의 에미상 감독상을 거머쥔 황동혁 감독은 단순히 수상의 감격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시즌 2로 돌아오겠다며 전세계 스트리밍 팬들의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 1949년 생겨난 미국 최대 규모 방송상 역사상 처음으로 비영어권 드라마, 그것도 한국인 감독이 감독상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9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세계인을 사로잡은 9부작 476분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이날 이정재의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총 6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 5일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 시상식에서 여우게스트·시각효과·스턴트·프로덕션디자인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넷플릭스 살린 '오겜', "넷플릭스 감사합니다, 테드! 이름 말했어요!" 농담도

한국인 최초,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수상자를 냈다. 이정재는 남우주연상, 황동혁 감독은 감독상을 차지했다. AFP=연합뉴스

한국인 최초,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수상자를 냈다. 이정재는 남우주연상, 황동혁 감독은 감독상을 차지했다. AFP=연합뉴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시상식 말미에 감독상 수상자로 "황동혁!"의 이름이 불리자 객석에서 박수와 휘파람이 쏟아졌다. 흰 종이를 손에 말아 쥐고 무대에 오른 황 감독은 "45초… 아니 이제 41초밖에 없어서 통역을 못 쓸 것 같으니 적어온 걸 읽을게요"라며 "수상의 영광을 주신 텔레비전 아카데미와 넷플릭스에 매우 감사합니다"라고 빠르게 소감을 밝혔다. 넷플릭스 CEO의 이름을 부른 다음 "테드 서랜도스! 당신 이름 언급했어요. 들었죠!"라며 농담 섞인 감사를 전했다.

잠시 숨을 고른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이 14번이나 후보(13개 부문)에 지명됐을 때 사람들은 모두 내게 '당신이 역사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나 혼자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소감을 이어 나갔다. "'오징어 게임'에 문을 열어 기회를 주고, 나를 여기 에미에 초대해주신 여러분들, 우리가 모든 역사를 함께 만들었다"며 주변에 공을 돌렸다. 에미상은 미국 이외 지역의 프로그램은 당초 후보 등록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미국 기업 넷플릭스의 투자로 만들어진 작품이어서 후보 지명 및 수상이 가능했다.

'456번 참가자가 상금을 차지했다!' 남우주연상 이정재

이정재는 영어로 텔레비전 아카데미,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에게 감사를 표한 뒤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한국어로 인사하며 수상소감을 마무리지었다. 시상식이 끝난 뒤 텔레비전 아카데미 인터뷰에서 "황동혁 감독님께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서 수상 소감을 살짝 연습해가긴 했다"고 말했다. 사진 NBC

이정재는 영어로 텔레비전 아카데미,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에게 감사를 표한 뒤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한국어로 인사하며 수상소감을 마무리지었다. 시상식이 끝난 뒤 텔레비전 아카데미 인터뷰에서 "황동혁 감독님께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서 수상 소감을 살짝 연습해가긴 했다"고 말했다. 사진 NBC

역시 비영어권 작품 최초, 한국인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배우 이정재는 이름이 불리자 활짝 웃으며 옆자리의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과 기쁨을 함께했다. 그는 "텔레비전 아카데미와 넷플릭스 감사드린다"며 "황동혁 감독님 감사합니다. 멋진 스크립트와 놀라운 비주얼로, 우리 모두가 직면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화면에서 창의적으로 살아나게 만들어주셨어요"라고 영어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어로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들과 친구, 가족, 그리고 소중한 저희 팬들과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트로피를 힘차게 들어 보였다. 에미상 공식 트위터는 상금 456억원을 둘러싸고 펼쳐진 드라마 속 게임에 빗대 “456번 참가자가 상금을 차지했다”며 재치있게 이정재의 수상 소식을 전했다. 456번 참가자 성기훈 역을 맡은 이정재는 그동안 선보인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에서 벗어나 지질한 생활인 연기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오영수와 박해수 역시 비영어권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 후보로 나란히 지명됐으나 두 사람 모두 수상에는 실패했다. 오영수는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박해수는 처음으로 해외 연기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했다. 정호연이 후보에 오른 여우조연상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자크'의 줄리아 가너에게 돌아갔다. 2018년 한국계 캐나다인 샌드라 오가 BBC의 '킬링 이브'로 아시안 최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74th Emmy. Television Academy 트위터

74th Emmy. Television Academy 트위터

황동혁 "아쉽다" 미련남긴 작품상은 '석세션' 

12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오징어 게임' 배우들. 사진 Television Academy

12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오징어 게임' 배우들. 사진 Television Academy

이번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의 강력한 경쟁작은 HBO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 시즌 3이었다. '상속'이라는 뜻의 '석세션'은 미디어 재벌 기업을 소유한 가문의 권력 싸움을 그린 드라마다. 2018년 시즌 1 방영과 동시에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2020년 공개된 시즌 2는 에미상에서 각본상·감독상·남우주연상 등을 휩쓸었다. 올해도 최다인 2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오징어 게임'과 맞붙은 작품상·각본상·남우조연상 등에서 트로피를 챙기며 4관왕에 올랐다. 에미상은 작품 단위가 아닌 에피소드를 기준으로 후보를 선정해 '석세션'의 마크 미로드·캐시 얀·로렌 스카파리아, 세 명 감독이 한꺼번에 후보에 올라 표가 분산되는 바람에 황 감독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HBO 드라마 '유포리아'가 '오징어 게임'과 함께 6관왕에 올랐고, HBO '화이트 로투스'는 이번 시상식에서 10개의 트로피를 챙기며 최다 수상했다.

'영희'인형, '무궁화 꽃이~' 흉내, 전통 머리장식… 에미상에 내려앉은 한국

정호연은 전통 한복의 머리장식을 연상시키는 장신구를 달고 시상식에 참석했다. 사진 Television Academy

정호연은 전통 한복의 머리장식을 연상시키는 장신구를 달고 시상식에 참석했다. 사진 Television Academy

이번 에미상은 지난해 9월 17일 공개 이후 '오징어 게임'이 거쳐온 1년 간의 여정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무대였다. 이정재와 정호연은 나란히 버라이어티 쇼 부문 시상자로 나서 '오징어 게임'에 등장했던 '영희' 인형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는 듯한 동작을 재현해 환호를 이끌어냈다. 지난 2월 미국 배우 조합상 시상식에서 검정 스팽글 드레스에 댕기 머리 스타일을 선보였던 모델 출신 정호연은 이번에도 트위드 스팽글 드레스에 한국 전통 머리 장식인 첩지를 연상케 하는 액세서리로 눈길을 끌었다.

황동혁 감독은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작품상이 조금 아쉽다. 시즌 2로 돌아올 테니 기다려달라"고 발언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6화 집필을 끝냈다. 절반 정도 왔다"며 "시즌 1과 가장 다른 건 성기훈 캐릭터다. 더이상 루저가 아닐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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