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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기서 빅데이터 기술까지···농기계의 어제와 오늘, 내일

중앙일보

입력

2018년 12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개시한 LG유플러스가 선정한 첫 고객은 농업용 원격조정 트랙터였다. 첫 고객이 된 트랙터는 무인 상태에서 수십 km 떨어진 관리자의 원격조정에 따라 스스로 작업을 수행했다. 농업기계의 새로운 혁신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농가의 재산 1호는 소였다. 소가 농부와 한 몸이 되어 쟁기를 끌고 써레질을 하는 풍경은 우리 뇌리에 정겹게 남아 있다. 1960년대 초반 국산 경운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 1976년 녹색혁명의 시기에는 전국적으로 12만 대 이상의 경운기가 농촌 들녘을 누볐다.

2020년 기준으로 벼농사 기계화율은 98.6%다. 실질적으로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논농사는 기계가 인력을 거의 대체했다고 보아도 된다. 이앙기의 보급으로 모내기 시간이 95% 절감되었고 벼의 수확 작업도 콤바인의 보급으로 벼베기에서 탈곡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면서 7단계에서 2단계로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밭 농업의 경우 논농사보다 기계화율이 낮다. 2020년 밭 농업의 기계화율은 61.9%이며, 특히 파종 ·정식, 수확 작업 기계화율은 12.2%, 31.6%로 저조한 실정이다. 밭 농업은 논농사와 달리 작물 종과 작물별 농작업 형태가 다양하고, 논처럼 대규모로 경지 구획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 기계화율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2003년부터 지자체와 지역 농업이 주체가 되어 논농사 기계를 중심으로 시작된 농기계 임대사업은 이제는 밭 농업 기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가격이 비싸고 연중 몇 차례밖에 사용하지 않는 농기계는 개별 농가에서 구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농기계 임대사업은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지자체에서 농기계를 공동으로 구매한 후 작업 시기에 지역 농민들에게 임대해 농가의 부담을 덜어주는 사업이다. 현재 전국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농기계 임대사업은 농가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기계화율이 낮은 밭 농업기계화율을 높임으로써 농촌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농기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밭작물 생산·파종·정식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 기계화 기술 개발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밭작물은 특성상 재배 전 단계에 걸쳐 농작업 형태가 다양한데 이들 개개 작업을 수행하는 기계를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많고 경제성도 낮다.

그래서 이들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계들을 패키지화해 효용성을 높이는 기계를 개발해 왔다. 2021년까지 감자, 마늘, 양파, 배추, 콩 등 10개 작물에 대한 전 과정 기계화기술을 개발했으며, 2022년에는 인삼용 기계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감자의 경우 씨감자 절단, 파종, 비닐피복에서부터 수확 전 줄기 파쇄와 수확까지 재배 전 단계에 걸친 기계화 기술 개발로 노동력 54%와 비용 23%를 절감하고 있다. 콩도 파종에서 제초제 살포, 수확 및 수확 후 건조까지 전 과정 기계화로 노동력 95%와 비용 84%를 절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남성보다 근력이 약하고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이나 고령의 농업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여성 친화형 농기계도 자동 제어형 토양 소독기, 딸기 수확운반차, 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 등 5종을 개발해 현장에 보급하고 있다.

우리 땅에 경운기가 보급된 이후 60여 년 동안 힘든 노동에서 농업인을 해방한 농기계는 농업인의 행복 지수를 높이고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농기계는 이제 4차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 기반의 첨단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농기계의 진화와 함께 밝은 농업의 미래를 꿈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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