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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복제약 많은데 경쟁력있냐” 학회서 쏟아진 질문, 셀트리온의 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셀트리온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Congress 2022)에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의 임상 3상 후속 결과를 포스터로 공개했다. 이우림 기자.

셀트리온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Congress 2022)에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의 임상 3상 후속 결과를 포스터로 공개했다. 이우림 기자.

12일(현지시간) 낮 12시.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포르트 드 베르사유 엑스포장에서 세계 각국 제약사들이 공개한 최신 항암제 임상시험 결과들이 나란히 공개됐다. 이날 행사는 세계 3대 암학회 중 하나인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마련한 포스터 세션이었다. 제약사마다 A1 사이즈 크기의 논문 요약 자료를 부착하고 1시간 동안 포스터 앞에 대기하면서 다른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로 3년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전세계 암치료 의료진, 제약사 관계자들이 대거 몰렸다.

이 자리서 국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약사 셀트리온은 표적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CT-P16)’의 글로벌 3상(임상시험 마지막 단계) 후속 결과를 공개했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베그젤마는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사 로슈(Roche)가 개발한 표적 항암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의 복제약이다. 비소세포폐암과 전이성 직결장암, 전이성 유방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등에 널리 쓴다.

셀트리온, 3상 결과서 오리지널약과 유사 효과 입증 

셀트리온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Congress 2022)에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의 임상 3상 후속 결과를 포스터로 공개했다. 이우림 기자.

셀트리온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Congress 2022)에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의 임상 3상 후속 결과를 포스터로 공개했다. 이우림 기자.

셀트리온은 현재 유럽, 남미, 아시아 등에서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689명을 대상으로 최장 3년간 비교 임상(오리지널약과 효과성을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학회에선 마지막 환자 등록일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확인된 생존율·안전성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 결과 베그젤마는 생존 분석과 안전성 결과 모두 오리지널약과의 유사성이 입증됐다. 암이 일정 크기 이상으로 커지지 않고 생존한 기간을 말하는 무진행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은 0.92, 암 진행 여부와 상관없이 환자의 생존 기간을 뜻하는 전체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은 0.95로 나타났다. 각 수치는 1에 가까울수록 오리지널 의약품과 유사하다는 의미다.

셀트리온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Congress 2022)에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의 임상 3상 후속 결과를 포스터로 공개했다. 이우림 기자.

셀트리온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Congress 2022)에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의 임상 3상 후속 결과를 포스터로 공개했다. 이우림 기자.

이러한 내용이 담긴 포스터 내용을 살펴보던 한 참가자는 "영국에서 대장암 진료를 보는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베그젤마가 언제쯤 유럽에 출시될 예정이냐”고 물었다. 부스에 서 있던 김성현 셀트리온 의학본부장은 “이미 지난 달 18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로부터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라며 “구체적인 출시국가나 시기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연내에 유럽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답했다.

프랑스의 의사라는 또다른 학회 참가자는 “이미 시장에 오리지널 의약품 아바스틴의 다른 복제약이 많은데 너무 늦은 것 아니냐”며 “어떤 차별점이 있냐”고 물었다.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로는 베그젤마가 세계에서 7번째, 한국에서는 (연내 허가를 획득한다면) 4번째 제품으로 후발주자에 속한다. 김 본부장은 이런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셀트리온은 가격 경쟁력이 강하다.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셀트리온처럼 세포주 개발부터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회사가 매우 적은데 이렇게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어지면 가격 경쟁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베그젤마의 경쟁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 오리지널약과 선발 주자들이 워낙 굳건한 시장이라서다. 셀트리온 측은 오리지널약과 다름없는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의약품 시장조사 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베바시주맙 시장 규모는 64억1300만 달러(한화 약 8조5800억원)다. 그중 유럽과 미국 시장이 각각 16억1400만 달러(한화 약 2조1600억원), 26억200만 달러(한화 약 3조4800억원)를 차지한다. 2019년 오리지널약인 아바스틴의 물질 특허가 만료됐고, 현재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점유율이 오리지널약보다 높아졌다. 셀트리온은 유럽에서 허가를 얻었고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판매 허가를 신청해 연내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단독부스 하루 방문자 400명…유럽 의료진 중심

이날 포스터 세션이 끝난 뒤 셀트리온은 다른 홀에 차려 놓은 단독 부스에서 제품 홍보를 이어갔다. ESMO가 시작된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나흘간 하루 평균 단독 부스 방문자는 400명에 이르렀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대장암, 폐암 의료진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오상철 고대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오리지널 의약품인) 아바스틴은 대장암에서 쓸 수 있는 두 가지 표적 치료제 중 하나로 대장암 쪽 시장을 거의 절반 이상 장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1년에 800억원 정도가 팔려 시장성이 굉장히 넓다”라고 설명했다. 또 “표적 치료제는 비싼 항암제지만 바이오시밀러가 나오면서 약값이 싸질 수 있다”며 바이오시밀러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유럽 암학회에서 공개된 베그젤마의 글로벌 임상 3상 후속 결과, 생존 분석 지표와 안전성에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유사성을 확인했다”며 “신규제품인 베그젤마를 통해 셀트리온의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기존 항암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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