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뉴욕서 기시다와 정상회담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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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부터 24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 나선다. 먼저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이어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 20일 유엔총회에 참석한 뒤 캐나다로 가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양자회담을 한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12일 용산 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순방 일정을 브리핑했다.

이번 순방은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방문에 이은 윤 대통령의 두 번째 해외 순방이다. 먼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참석과 관련해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의 참석 결정은 한·영 관계의 역사적 중요성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업적, 한국에 대한 고인의 애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인에 대해서는 “영국 역사상 최장기 군주로서 영연방 국가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냉전 시기는 물론 그 이후에도 자유주의 국가 간 연대를 몸소 실천해 온 분”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급 인사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는 것은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이후 7년 만이다.

윤 대통령, 유엔총회 기조연설…북한 비핵화 촉구 예상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인 지난 10일 수도방위사령부 방공중대에서 장병들과 오찬하던 중 한 장병의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2000년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런던에서 곧바로 미국 뉴욕으로 이동한 뒤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김 실장은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 구축에 앞장서는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낼지가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계속 연설문을 수정·재수정하고 있다. 이미 제안한 담대한 구상을 다시 한번 강조할 수도 있고, 북한이 중대한 전환기적 시점에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비핵화를 촉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을 전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과 한·미, 한·일 양자회담도 추진한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이 성사될 경우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후속 조치가 논의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서는 한·미·일 안보실장 회동에서도 미국 측에 양자회담의 계기에 (우려를) 강조했고, 미국 측에서도 상세하게 들여다보겠다고 입장을 표했기 때문에, 현재 면밀히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양자회담을 계기로 제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양자 정상회담이 될지, 아니면 ‘풀어사이드’(약식회동)가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 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유엔총회 기간 전체적으로 3~4건의 양자회담이 열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통령실은 이 밖에 유엔 사무총장 면담, 동포 면담 등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 방문에서는 트뤼도 총리와의 양자회담을 통해 경제 안보를 위한 공조 심화 방안이 테이블에 오른다. 캐나다는 내년 한·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는 전통적 우방국으로, 안정적인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의 카운터파트로 꼽힌다.

이번 순방에는 김건희 여사도 동행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 여사가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도 참석할 것이다. 장례식 외 다른 어떤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미국, 캐나다 순방에도 함께한다.

◆대통령실 내부 정비 마무리=대통령실은 추석 전부터 밟아 온 내부 정비 작업을 매듭지었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책기획수석을 국정기획수석으로 명칭을 바꿨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기존 기획비서관은 국정기획비서관으로, 연설기록비서관을 국정메시지비서관으로 바꿨다. 또 기존 홍보수석 산하에 있던 국정홍보비서관도 국정기획수석 밑으로 옮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운영 기조와 국정과제 목표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정부 전 부처로 원활하게 전파되고, 긴밀한 소통 속에 이행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관장은 대외협력비서관으로, 디지털소통비서관은 뉴미디어비서관으로 각각 명칭이 바뀌었다.

이런 가운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13일 수석·비서관·행정관 등 대통령실 직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전 직원 조회를 주재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전 직원 조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체제 정비를 비롯해 일련의 쇄신 분위기 속에서 김 실장을 중심으로 ‘다시 시작해 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